악은 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오지 않는다
악은 때로 아주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거친 말이나 폭력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 안에서
오히려 진실이 조금씩 비켜나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참고 있고,
희생하고 있으며,
늘 옳은 편에 서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 어렵다.
악의 시작에는
거짓이 있다.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보다 더 깊은 것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이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상처 준 적 없다.
나는 좋은 의도였을 뿐이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의 결핍은 보이지 않게 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들키고 싶지 않은 열등감,
감당하기 어려운 부끄러움,
버려질까 두려운 불안.
그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보지 못할 때
사람은 자신을 더 크게 포장하려 한다.
나는 특별해야 한다.
나는 인정받아야 한다.
나는 틀리지 않아야 한다.
나르시시즘은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견디지 못해
부풀려진 자기 이미지를 붙잡는 마음에 가깝다.
그리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끌어들인다.
나를 인정해줄 사람,
내 불안을 달래줄 사람,
내가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사람,
내 빈 마음을 대신 채워줄 사람.
처음에는 그것이 사랑처럼 보일 수 있다.
관심처럼 보이고,
보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는 점점 자유를 잃는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렵고,
불편함을 표현하면 예민한 사람이 되며,
거리를 두면 배신한 사람이 된다.
결국 한 사람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의 마음이 눌리기 시작한다.
이때 거짓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남겨두기 위해
상대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자신의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상대에게 책임을 넘기는 방식이다.
자신의 불안을 견디지 못해
상대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모두
선과 악의 경계 위에 서 있다.
어떤 날은 너그럽고,
어떤 날은 이기적이다.
누군가를 배려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어두운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그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내 결핍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옳다는 확신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지우고 있지는 않은가.
오랜 시간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반복해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며,
상대의 자유와 마음을 억압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때
우리는 그것을 악에 가깝다고 느낀다.
악의 반대는
완벽한 선함이 아니다.
악의 반대는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정직함이다.
내 안의 결핍을 인정하는 것.
내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혹시 통제는 아니었는지 돌아보는 것.
내가 옳다고 믿는 순간에도
상대의 마음을 지우고 있지는 않은지 멈춰보는 것.
그 작은 정직함이
사람을 지켜준다.
악의 심리학은
누군가를 쉽게 심판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묻는 이야기이다.
나는 내 빈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작아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모두
선과 악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오래 전에 읽었던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로뎀미술심리연구소(031-998-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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