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어떤 점이 그렇게 싫었어?"
라고 그가 조심스레 묻는다.
그 날, 창밖의 비는 억수로 쏟아져 부었고 그는 거의 우는 듯한 표정이었다.
"싫은 점 없어,
단지,
너의 그 고질적 가난이 너무 싫을 뿐야.
가난을 이겨낼 만한 자신이 내겐... 없어."
그랬던 내가..
그의 고질적 가난을 피해온 내가
지금 그와 유사한 고질적 가난에 시달려 살고 있다.
"내가 고양이를 구박했더니 고양이가 내 집 앞에 쓰러져 애처로이 내 눈을 응시하는 듯이..
날 보고 엄마라며 자꾸 따라오는, 머리가 좀 이상한 남자아이를 피해 도망왔더니
다른 골목에 또 다른 남자아이가 날보고 엄마라며 자꾸 따라오듯이...
내가 피해온 거지 소년.. 오히려 나를 비웃고
내가 끔찍해했던 노인네.. 내 앞에 서 있었어."
내 첫사랑 고백서였다.
첫사랑..
굳이 트루게네프의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많이 아픈 기억임엔 틀림없다.
"사랑은
호르몬으로 인한 일시적인 정신이상이다."
ㅡ 쇼펜 하우어 ㅡ
사람들은 보통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첫사랑과 맺어져서 결혼하고 평탄하게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덤덤하고
어떠한 이유로든 이루어지지 못하고 헤어진 경우의 사람들이 유독 그렇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는 '자이가르닉 효과' 라고 한다는 거다.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자이가르닉(Zeigarnik Bluma)이 1927년에 발표한 이론.
예컨대, 어떤 일을 할 때에 사람들은 그 일을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계속해서 머릿속에선 남아 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억을 잘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단 일을 마치게 되면 그 일과 관련된 기억들이 쉽게 사라지는데,
그런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는 거란다.
어떤 일에 접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에 적응하기 전에 인지적으로
불평형 상태(Disequili-brium
State)가 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긴장 상태는 그 일을 해결할 될 때까지 계속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러한 긴장 상태가 지속되니까
그것과 관련된 기억이 유독 생생하게 남게 된다는 거다.
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경우에도
그것에 접했을 때 엄청난 설렘과 긴장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당연히 오래오래 기억 속에서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굳이 첫사랑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랑이란,
특별한 한 사람 - 고르고 고른 나만의 사람 - 의 매력에
정서적으로 내 심장과 뇌가 녹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뇌의 생화학적인 변화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한 정신과 의사는 사랑에 관한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처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은
노이로제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세로토닌'이 부족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통화를 하며 서로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사랑이 절정상태에 이르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파크'가 수없이 일어나면서
동시에 뇌에서는 수없이 많은 양의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함께 분비되는데
이들 호르몬은 둘 다 긍정적인 흥분을 유발시키는 신경전달물질로서
고통, 두려움, 염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잠재우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일시적인 흥분의 안락함을 잊지 못하여 사람들은
그토록 처절한 아픔을 겪고 겪으면서도 여전히 또 다른 사랑을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즉, '사랑은 호르몬으로 인한 '일시적인 정신이상상태' 라'고 정의한, 쇼펜 하우어의 말이
결국 일리가 있다는 게 밝혀진 셈이다.
이런 생화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중요한 책이 하나 있다.
< 10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라는 최신간이 그것이다.
10대 아이들의 이성교제욕구나 사랑을 느끼는 감정등을 아주 중요한 정서로 취급하고 있는데,
아이의 뇌세포는 자궁속 태아의 시기나 영아기에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다.
놀랍게도 10대 중반 사춘기때 즉, 중학교 재학시기 쯤이 되겠는데
그 때, 뇌세포 중에서도 '전도엽'이라는 부분에서 '회로 뚫기'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하루 중 어느 때에 주로 이 '회로뚫기 작업'이 진행되냐 하면,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
성장 호르몬이 분비될 그 즈음에 이 '전도엽 회로 뚫기'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밤을 새가며 아이에게 시험공부를 강요하는 것 보다는
아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아이의 '전도엽 회로뚫기'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뿌듯함으로
자는 아이를 더 잘자게 궁둥이 두들겨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시험공부 안하고 자는 애 들여다 보고 있는 엄마 심정이 오죽하랴마는..
뿐만 아니라, 그 '전도엽 회로뚫기' 작업이 두번째로 활발히 진행되는 순간이 놀랍게도
이성친구와 만나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라는 사실이다.
학교 교실에서 교사들의 주입식 강의를 들을 때의 뇌세포 자극촉진상태와
학교 복도내에서 동성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때의 뇌세포 자극 촉진 상태 그리고
학교 밖에서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끌리는 이성친구를 만나 이야기할 때의 뇌세포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아래로 내려올수록, 동성보다는 이성일수록 뇌세포의 향상속도가
현저히 빠르게 진행, 촉진되고 있더라는 연구발표다.
즉 10대 아이들에게 그 지겨운 '공부하라'는 말 한 마디 첨가해주는 것보다는
잠 한번 더 재우고, 부모의 허락 하에 건전한 이성교제를 한번이라도 허락해주는 일이
아이의 뇌세포 향상에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엄마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잠시 이야기가 또 옆길로 샜군.
이렇게 사랑이란 감정은 어쩌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한 자연의 법칙 하에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이나 '뇌세포 전도엽 회로뚫기' 의 기능이라는 삭막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피조물인 우리들은 비참하게도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조차도
조물주의 철저한 '메카니즘적인 부속물'로서의 충실한 자기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랑을 느끼는 뇌구조를 만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조물주의 창조의 힘이기 때문에...
사랑..
누군가는 '마음의 사치'라고도 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흐름'이라고도 하지만
오늘 어떤여자가 내린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은
사랑..
'조물주의 완벽한 창조세계의 메카니즘적인 산물'이라고 정의하고 싶은 심정...
고로..
우릴 조롱하는 그런 사랑에 우리들은 함부로 말려 들지 말지니,
우린 메카의 부속품인게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 자신인 거니까..........................
ㅡ어떤여자ㅡ
흐르는 곡.. 러시아 가수 '알쑤'의 'Winter Dream' ( 가을바람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