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현대의학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에 자주 회자되는
탈리도마이드 사건.
생명과학이나 화학관련 전공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탈리도마이드에 대하여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약품에서 '거울상 이성질체' 의 중요성에 대하여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더 나아가 '부작용과 독성' 에 대한 개념 확장까지 다뤄보고자 한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바가 큰 사건인 것은 맞지만
탈리도마이드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현대인들은 탈리도마이드 사건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아마 지금 당신도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탈리도마이드의 구조식은 다음과 같다.
------------------------------------------------------------------------------------------------------------------
공식 화학명(IUPAC)으로는 (RS)-2-(2,6-dioxopiperidin-3-yl)-1H-isoindole-1,3(2H)-dione 이다.
대부분의 의약품 화학구조는 이렇게 IUPAC 명명법에 따르면 길고 복잡하여 이름을 부르기 어렵기 때문에
핵심적인 작용기나 구조이름을 차용하여 짧은 이름을 명명하는데 그것을 '성분명' 이라 부른다.
즉, 탈리도마이드는 '성분명' 이며, 위와 같은 구조식을 갖고 있는 물질은 모두 탈리도마이드 이다.
탈리도마이드는 독일의 제약사인 '그뤼넨탈' 에서 처음 개발하여 '콘테르간(Contergan)' 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하였다. 다시말해, 상품명은 어느 회사에서 제조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름표(Name Tag)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
탈리도마이드가 1만명이 넘는 최악의 기형아 출산 이란 부작용에서 배워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이다.
1. '광학 이성질체'에 대한 약리학적 특이성
2. 부작용과 독성의 개념
3. 치료적효과(유효성) > 위험성(안전성)
*탈리도 마이드의 부작용은 왜 나타난 것인가?
광학 이성질체의 약리학적 특이성은 생명과학, 화학 기본서에서도 다룰 만큼 이제는 기본 상식이 되어있다.
화학에서 분자의 구조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광학 이성질체는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광학'을 통해서만 두가지 물질이 다른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끓는점, 어는 점과 같은 물리적 특성은 동일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분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자세히 말하면 편광을 회전시키는 또는 기울이는 정도가 다르다)
여기서 광학 이성질체 관계에 있는 두 탈리도마이드는(R형과 S형, 거울상 관계) 왼손과 오른손 처럼 같아보이지만 입체적인 구조가 다르다. 이 약물을 복용 했을 시 타겟 수용체(수용체도 대개 거울상 이성질체를 갖는다.)에 약물이 붙으면 R형은 몸에 도움을 줬었던 진정 및 수면작용이 있는 반면 S형은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아의 세포가 성장하고 분화할 때 필요한 영양분을 혈관이 공급해 줘야하는데 혈관이 자라지 못하니 당연히 태아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다.
부작용 = 독성 ?
탈리도마이드 사건 이후부터 여러 이성질체의 형태를 갖는 약들은 완전히 R, S형 등으로 분리한 후 효과를 보이는 것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요즘의 신약들은 100% 기재해야 한다.) 이다. 그렇다면 탈리도마이드도 효과를 보이는 R형 이성질체만 분리하여 시판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점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탈리도마이드는 진정, 수면작용으로 시판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독성과 부작용를 구분할 수 있어야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성과 부작용은 동의어가 아니다.
독성과 부작용에 대한 약학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부작용(Side Effect) : 약물학적 특성과 관련하여 사용량에서 발생하는 의도하지 않은 반응
독성(Toxicity) : 생체에 대한 전신 또는 특정장기나 조직에 나타나는 유해작용
1. 부작용(Side Effect)
의약품은 치료목적을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작용이 나타나면 대부분 '안좋다. 나쁜 반응' 으로 인식
되기 쉬웠기 때문에 부작용 = 독성 이란 개념이 널리 퍼졌지만 엄밀히 말해서 부작용은 개발당시 의도하지 않았던
모든 반응을 의미하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치료효과를 발견해도 이 역시 '부작용' 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면, 탈리도마이드도 처음에는 입덧 진정, 수면작용을 위한 의약품으로 개발되었지만, 현재는 탈리도마이드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었던 '혈관 신생억제 효과'라는 부작용을 항암치료와 한센병 치료제를 목적으로 임상시험을 하여
그 효과를 인정받아 현재 탈리도마이드는 한센병 치료제와 제한적으로 골수종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임상시험을 통하여 시험약물을 연구할 때 절차를 알아보도록 하자.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계획서(Protocol)' 이라는 연구계획서를 계획하여 어떤 물질로, 어떤 질병을 타겟팅하는 시험약물(IP : Investigational Product)인지 질병을 하나 타겟팅을 해서 연구한다.
따라서 한가지 질병을 타겟팅해서 임상시험을 하기 때문에, 탈리도마이드를 예를 들면 혈관신생억제 작용은 항암제, 한센병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해도 입덧방지, 진정작용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Protocol)에서는 '부작용' 으로 분류된다. 거꾸로 항암연구를 위한 임상시험계획서(Protocol)에서는 오히려 진정효과가 '부작용'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시험에서는 시험약물(IP)를 여러가지 질병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Protocol)을 만들고 동시에 여러가지 임상시험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홍성찬이 진행했던 임상 2상의 경우에도 동일한 시험약물(IP)에 대한 여러가지 임상시험계획서(Protocol)이 존재하여 다양한 질병을 타겟팅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험약물이 어떤 질병에 더 효과적일지 시험을 통해서 확인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2. 독성(Toxicity)
독성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생체내 유해 반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의 범주 안에 독성은 포함되는 하위개념이다.
생체 내에서 독성이 나타나는 경로는 두가지로 독성학에서는 분류한다.
첫째, 물질 자체가 생체내에서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미생물의 내독소, 외독소 처럼 물질자체가 독성을 나타냄)
둘째, 생체 내에서 대사(Metabolization) 되면서 독성물질로 전환되는 경우(독성학에서는 생체활성화라고 함)
탈리도마이드의 경우는 두번째 경우에 해당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대사로 인한 활성화는 아니지만
R형만 정제 분리하여 투여해도 생체 내에서 신생아 발생에 독성을 나타내는 S형으로 상호전환되는 이유로 R형만 분리 정제 하여 의약품으로 개발되지 못한 것이다.
독성물질이 세포에 손상을 줄 것 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는 그들의 지용성(lipid solubility)이다. 독
성물질이 지용성인 경우에 세포막을 쉽게 통과한다. 많은 독성물질들은 체내에 저장된다. 지방조직, 간, 신장, 그리고 뼈는 가장 일반적인 저장고이다.
대량의 혈액(blood serum)이 신장을 통하여 걸러지는데 지용성인 독성물질들은 재흡수되고 신장세포에서 농축된다. 신장기능이 손상되면 독성물질의 제거가 느려지며 그들의 독성잠재성(toxic potential)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해독(Detoxifiation)은 혈액에 잘 녹는 수용성 물질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3. 치료적 효과 > 위험성 일때 신약은 허가를 받는다.
2006년 독일의 제1공영방송인 ARD에서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다룬 2부작 영화 '콘테르간'을 제작했었다. 콘테르간을 만든 제약회사인 그뤼넨탈은 이 영화가 방영되는 걸 막기 위해 독일법원에 방송금지 소송을 냈었다. 하지만 재판까지 간 끝에 영화는 1년 후인 2007년에 무사히 방영될 수 있었고, 독일의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콘테르간 영화로 인해 탈리도마이드 뿐만 아니라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최초 탈리도마이드인 콘테르간을 만든 그뤼넨탈 제약회사는 콘테르간 스캔들이 일어난 지 반 세기가 지난 2012년도에야 그뤼넨탈의 최고 경양자인 헤럴드 스탁은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다.
탈리도마이드로 인하여 1950년내 말부터 60년대 초까지 전 세계 46개국에서 기형아의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임신 후 42일 안에 탈리도마이드를 단 한 알이라도 복용하면 100% 확률로 단지증, 눈과 귀 결함, 비정상 심장발달 등의 기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거의 반세기(50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제약회사 그루넨탈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렇지만 이미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과 그의 가족은 평생 그 아픔을 지고 살아야만 했다.
임상시험에서 시험약물의 유효성보다 안전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검토를 하게 된 배경도 사실 탈리도마이드 사건 때문이다. 때문에 임상 1상에서는 치료적 효과를 탐색하기보다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최대용량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내약성 검토(Tolerance) 연구를 선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탈리도마이드처럼 안전하지 못하면 식약처에서 시판허가를 통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없다.
임상 3상이 성공해야 시판허가를 받지만, 이렇게 의약품이란 어떻게 대사되는지에 따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4상이라는 추적조사를 통해 시판허가한 의약품이 그 개발목적에 맞게 안전하게 그리고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지 추적조사를 하며 추적조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식약처에서 시판 허가를 취소한다. 물론 임상시험 중 나타나지 않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새롭게 발견된다면 역시 시판 허가가 취소된다.
제약회사가 새로 개발한 의약품을 영업사원과 마케팅을 통해 판매량을 올리려는 목적에 투자금 회수라는 것도 있지만
사실 새로 승인된 의약품이 처방되지 않아 임상 4상 추적조사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어렵게 승인받은 신약이 취소당하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수집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면 약사법 32조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다)
하티셀그램, 세계최초 줄기세포치료제는 이런 이유로 행정처분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신약개발이란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두 입증해야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질병과 투쟁중이만 과거 불과 1세기 전과 비교하여도 질병으로 인한 생존률과 수명연장은
매우 높아졌다.
현대 의학은 질병보다는 점점 '삶의 질'의 개선을 향해 가고있다.
통증은 삶의 질을 저하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다음 편에서는 Pain Killer 진통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약학 시사 대비 생각해볼 문제
Q1.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3상 임상시험 종료 후 제약회사는 의약품 허가 이후에 신약 및 일부 전문 의약품에 대하여 광범위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초기의 약물 사용 양상을 장기간(4~6년) 관찰하여 안전성 관련 정보를 일정 례수 이상 식약처에 반드시 보고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고 최대 시판허가를 취소받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의약품이 출시되도 의약품이 의사로부터 처방이 되질 않아 안전성 정보 자료의 수집이 처음부터 불가능해진다면 아무리 효과적인 의약품도 시판 취소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약회사는 자사 의약품의 처방을 늘리기 위하여 많은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이것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어렵게 개발한 신약이 취소를 당하지 않기 위함도 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되는데 그 중 하나가 리베이트 방법이다.
리베이트의 문제점에 대하여 답변해보고, 제약회사가 어렵게 개발한 의약품이 취소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약품을 제공하려면 정부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답변해보시오.
Q2. 어느 부부가 10년만에 아이를 임신하여 임신 2기인 상태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유산하거나 기형아가 출산될 위험이 있는데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 만일 당신이 약사라면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