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5 호암산

작성자스노우맨|작성시간15.09.06|조회수388 목록 댓글 29

원두막 - 김종삼

비바람이 훼청거린다
매우 거세다

간혹 보이던
논두락 매던 사람이 멀다

산마루에 우산
받고 지나가는 사람이
느리다

무엇인지 모르게
평화를 가져다 준다

머지 않아 원두막이
비게 되었다

......................

아침에 나서면서 배낭에 타프는 하나 챙겨 넣고 우비를 손에 들고는 갖고 갈까 말까 5초동안 망설이다 그냥 나섰다.

어차피 우비 라는게 적당한 비면 모르겠지만 비가 많이 오면 옷은 다 젖을테고 적은 비면 우산을 쓰던 그냥 시원스레 맞고 가는 편이 시원하기도 하고 간편 하기도 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시원스레..
엄청나게...
비...
잘 맞았다..^^
이런 비는 우비를 입었어도 역시 홀딱 젖었을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인원에 놀라고..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산에 오르겠다는 산우님들의 열정에 놀라고..
꿋꿋하게 공지한대로 끌고 올라가는 토요방 운영진들의 열성에 놀라고..
그럼에도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 놀라고..
오늘 하루는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다..

자연이 주는 경이는 관악산 입구에서 호암산으로 오르는 산 길마다 나무 하나하나 마다 바윗돌 하나하나 마다 신선하다..

맑은 날 오르는 산행과는 다른 맛이 있다..
신발에 물이 차서 양말이 질척 거려도 그 색다른 느낌에 힘든 줄 모르고 산에 올랐다..

산은 어제의 산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오늘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새롭다..
낯선 이와 낯익은 사람..
친근한 사람..반가운 사람..
그냥 좋은 사람일 것 같은 사람..
그리고 안 그럴 것 같은 사람..^^

내리는 비 조차 온전하게 가릴 수 없는
나약한 우리로서는 그저 타프 하나 나무 가지 사이에 걸쳐두고 빗속에서 뜨거운(?) 점심을 먹는다..

삶이.. 내리는 비보다 인상적 이랄까..
한 잔의 술을 나누고 ..
음식을 나누고..
뭐...언젠가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밥을 먹었다..
함께 밥 먹는 인연이 결코 쉬운 인연은 아니라는데 ..우리는 어떤 인연의 타레가 얽혀 있는 것일까?

줄기차게 내리던 비도 사그러지고..
시원한 바람에 젖은 옷이 말라 간다..
잔뜩 구름덮힌 하늘에 나부끼는 태극기가 엉성한 국기봉에 절묘하다..

산이...
우리네 삶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
뭐..그게 그리 대단한 거라고...
원두막 자리가 비듯
비오는 토요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한잔 밥 한끼 나누면
그만 아닐런지..
삼겹살 뒷풀이 집에서도 그 뜨거운 열정은 식을줄 모르는것 같았다..

그 날..
비오는 호암산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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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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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요롱이 | 작성시간 15.09.07 스노우맨님~~!!
    완전 감동요~~글을 어쩜 이리 잘쓰시는징~ㅠ
    ㅇ부럽습니다용!!제사진도 몇장잇어서리~~ㅎ
    가져갑니다용ㅎㅎ
    감사합니다용))!!^^
  • 답댓글 작성자스노우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9.07 인상적인 목소리의 요롱이 부방장님...
    역시..짱입니다..에너지가 마구 넘쳐 나서 주변 사람들도 기운이 덩달아 업되는듯..^^
  • 작성자섬바다 | 작성시간 15.09.07 스노우맨님 비올때도 사진 담았네요~
    수고 많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스노우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9.07 인원이 많아서 하산때나 오신줄 알았습니다..멋진 사진 늘 잘 보고 있습니다..
  • 작성자제프산 | 작성시간 15.09.08 멋진 후기네요~~^^ㅎ 즐거운 점심시간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내 사진은 없어도 점심때 허우당님 옆에 걸쳐 낑겨있는 사진이 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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