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건빵과 군대
어제는 찬이와 목욕을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둘이 탕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참 좋다. 목욕 하고 나와 소고기 사서 집에 왔다. 지난주에 기영이 집에서 먹었던 고기와 야채볶음이 맛있어서 한 번 해보려고 샀다.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숙주를 샀다. 마트를 나오려다가 며칠 전에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건빵을 사줬더니 찬이와 민채 모두 맛있게 먹더란다. 건빵도 한 봉지 샀다. 찬이가 무척 좋아한다.
“찬아, 군대 가면 건빵 엄청 많이 먹어.”
차에 타서 내가 말했다.
“진짜? 아빠, 그럼 나 군대 갈래.”
“건빵 먹으러?”
“응.”
오늘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보통 [아빠, 어디가?]끝나고 [1박 2일]을 보는데 다른 일을 하느라 채널을 안 돌렸더니 찬이가 [진짜 사나이]를 보고 있다. 해군교육사령부에 간 이야기인데 소대장이 무척이나 무섭게 한다. 찬이가 텔레비전에 들어갈 듯 넋을 잃고 본다. 그런데 찬이 표정을 보니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무척 긴장한 것 같다.
“찬아, 재미있어?”
찬이는 말이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찬아, 군대 가면 너도 저렇게 훈련 해야 하는데.”
“응? 진짜?”
“그럼.”
“아! 그럼 나 군대 안 갈래.”
“어제는 간다며?”
“아니야. 나 안 갈래.”
찬이와 이야기 하는데 민채가 내 다리 사이에 와서 폭 엎드린다. 내가 혼잣말을 했다.
“민채야, 넌 군대 안 가도 되고 좋겠다.”
“야, 너는 군대 안 가니까 오빠 맘 아냐?”
찬이의 한 마디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찬이가 군대 갈 나이가 되었을 때는 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낮에는 찬이가 민채 요구르트를 먹였다. 옷에 흘릴까봐 티슈까지 옷에 넣어주며 먹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한참을 바라봤다.
우리집에는 바보가 참 많다. 아내 바보, 남편 바보, 아들 바보, 딸 바보, 동생바보.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리마 로사 작성시간 13.10.21 건빵하면~~~별사탕이 빠져서는 안되죠.
찬이에 눈에도 훈련이 힘들게 보였나봐요~~저의 아들 두놈들도 총쏘는게 무서워 군대 가기 싫데요~~~언제쯤이면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 날이 올까요~~~~ -
작성자백창기유스티노 작성시간 13.10.21 아이들 귀엽습니다~~~^^
-
작성자신정임희순루시아 작성시간 13.10.22 한 장면의 드라마를 보는 듯 주고 받는 메시지에 유연함, 평온함을 느낍니다..
아빠는 긍정의 샘입니다..^*^ -
작성자레몬트리 작성시간 13.10.23 찬아! 군대 가기 전에도 건빵 실컷 먹을 수 있어 임마~~!
아줌마가 사줄게......... -
답댓글 작성자풀꽃(심진규 라우렌시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10.24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