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AtFjdLACx1c
'두통. 또 두통 때문에 잠을 깼다. 머릿속에서 난쟁이 하나가 곡괭이를 휘두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숙면을 취한 게 언제인지 흐리마리했다.'
「나비잠, 최제훈」
1
어릴 때부터, 내가 유달리 꿈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격세유전된 몽유병때문이었다. 내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외할아버지는 청장년시절 매일 밤마다 집 마당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고 종종 화단을 맨손으로 파헤치거나 집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곤 했다고 한다. 몽유병 환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그는 그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망각한 것은 아니었다.
외할아버지는 본인이 몽중에 저지른 일을 어렴풋이 -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상인들이 꿈을 기억하는 정도'만 기억했다. 그는 희미하게 머릿속에 남은 그 잔상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유추하는 데 익숙했다. 안타까운 점은, 꿈에서 경험했던 흐릿한 환상들조차도 자신이 잠결에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가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허무감과 죄책감을 호소하며 술독에 빠진 이유다.
2
"우리 저번에 본 영화가 뭐였지?"
언제나처럼,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내 기억 저장소에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 기억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서 있었던 일인지, 꿈에서 있었던 일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내 머릿속에서 방금 그녀에게 들은 질문을 토대로 이미지를 구축한건지.
나는 내 기억을 믿지 못한다.
다만, 당시에 남겼던 기록을 보고 짐작을 통해 과거에 이 몸에 살았던 인간을 추론한다. 그리고 그 인간인 척 행동하려 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내가 이 기억의 소유자와 별개의 인간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3
과거에 꾸었던 꿈과 과거에 겪었던 현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적어도 내 삶에서 그 둘은 별다른 의미의 차이가 없다.
모두 삶의 레코드판에 새겨진 기록일 뿐.
실사건 cg건, 영화는 같은 영화인 것 처럼 내게 그 기억과 경험은 별다른 의미의 차이가 없다.
4
영화 인셉션을 보면, 낮에 몇 시간의 노동을 마친 뒤 꿈속에서 며칠씩을 보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보며, 나는 궁금해졌다.
그들에게는 현생이 어느 정도의 의미였을까?
우리가 멋대로 타인의 꿈속 삶의 무의미함을 주장할 수 있을까?
"나를 경멸하게 만드는, 내가 해로운 존재라는 자각을 상기시키는 기억은 꼬리뼈처럼 퇴화되기 마련이었다. 살아남는 데 방해가 되니까. 그러다 어느 날 빙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척추를 관통하는 찌릿한 통증과 함께 떠올리는 것이다. 아, 내게도 꼬리뼈가 있었구나."
「나비잠, 최제훈」
5
잠결에 내가 저지른 잘못들은 어느덧 머릿속에 꿈처럼 흐릿하게, 그러나 고스란히 남는다.
꿈이라고 뭉뚱그리면 생각이 나지 않을텐데..
굳이 되살려서 자책해야 하는 걸까.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을.
망각이 최선인 일을.
+ 참고로「나비잠」은. 작가의 전작인 퀴르발이나 일곱눈보다 훨-씬 재미없다.... 최제훈작가... 기대했건만
++
졸리다..
새벽엔 도갤하는 대신 숙면을 추천.
아니면,
꿈속에서 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