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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장궁 vs 조선 각궁

작성자드라구노프|작성시간04.12.27|조회수3,242 목록 댓글 4

새벽에 잠도 안오고 해서 한번 써봤습니다. 대단히 쓸때없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쓰느라 꽤 고생했으니 한번 흝어보고 가세요. 재밋으면 다행이고 재미없으면  뷁!!!

만약, 14세기 초에 활을 주력으로 하던 잉글랜드 군과 조선군이 만난 직접 교전을 벌였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국과 조선,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위치한 이 두 나라는 19세기 이전에는 한 번도 전장에서 마주친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 다 활을 주력 무기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싸우면 누가 깨질까 하는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죠.

 


영국 롱 보우 vs 조선 각궁!!!

 

한반도의 각궁과 궁술은  민족 문화에까지 스며들 정도로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반면 영국의 장궁도 유럽의 중장기병을 격파하고 영국을 대륙 최강의 군사 대국으로 올려놓는 활약을 했죠.    


서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조선 왕조의 군사들은 잉글리시 롱보우(장궁)을 보고 원시적인 형태의 활이라고 비웃었을 것이고 잉글랜드 보우맨들은 조선 각궁을 보고 장난감 같은 활이라고 놀렸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잉글랜드 군의 주력 무기인 잉글리시 롱 보우(장궁)는 주목으로 만듭니다. 기술적으로는 단순한 형태의 직궁(直弓)에 속하며, 활의 형태는 가운데 힘을 받는 부분을 굵게 만들고 양끝으로 올라갈수록 점차 가늘어집니다. 그 크기는 6피트, 180cm에 달해서 활을 쏘는 궁수들의 키보다도 컸죠. (이거 뭐, 굳이 제가 말 안해도 다 아실 거 같은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_-.)

 


반면에 조선 각궁은 활의 형태가 다양한 동양권에서도 엄청 짧은 편인 단궁이며, 형태는 뒤집어진 원의 모양으로 극단적인 만궁(彎弓)에 속합니다.(이하동문. 국궁 모르시는 분이야 이 카페에 있을 리가 없겠죠.)

 


그럼 본격적인 전투 시작!(편의상 반말을 쓰겠습니다)


1라운드, 사정거리.


활이라는 무기를 서로 대조할 때 가장 비교가 어려운 부분이 바로 사정거리다. 왜냐면 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서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가령 원시적인 인디언식 활을 들고 쏘는 사람도 실력만 좋다면 왕초보 컴파운드 보우 사수보다 화살을 멀리 날릴 수 있다.


대략 기록에 명시된 활의 최고 사거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영국장궁이 좀 불리하다. 중세 영국 수도사가 집필한 필사 기록에서는 영국 장궁이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최대거리가 700야드 정도라고 나와 있다.


조선 각궁의 경우는 사거리가 상상을 초월한다. 기록상 각궁이 화살을 날린 최대 거리는 1200미터이며, 유성룡이 집필한 징비록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다.(1200미터··· 저격총인가-_-)


최대사거리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전투에서의 유효사거리를 보자.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경우, 장궁은 대략 80~120미터 거리에서 발사된다고 한다. 그 정도 거리가 장궁의 유효사거리라 볼 수 있겠다. 

 

중세 영국 장궁수들.

 

반면 조선 각궁은 조선시대의 훈련 규범에서 유효사정거리가 120보,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44미터로 나와 있다. 사수 한 사람이 정확하게 표적을 맞힐 수 있는 거리가 그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타 기록을 아무리 살펴봐도 영국 장궁은 조선의 각궁에 비해 사거리가 떨어진다. 이는 조선각궁의 기술적 우수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영국 장궁의 경우, 단순히 나무를 한 그루 자른 다음 잘 다듬고 말려서 만드는 활에 불과하지만 각궁은 8종류의 나무와 물소뿔과 아교를 점착시켜서 만드는 세계 최첨단의 활이다. 그래서 길이가 짧아도 월등한 사거리를 낼 수 있다. 

 

고대 각궁은 저거보다 두 배는 더 멀리 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옛날에는 그랬다. 하지만 현대의 각궁은 스포츠용으로 쓰이므로, 근대 이전의 전투용 활보다 훨씬 약해져 있다. 


대략, 사정거리와 장거리 명중률은 조선 각궁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겠다.


2. 살상력.


이건 영국의 장궁이 좀 유리하다. 왜나면 장궁은 기본적으로 갑옷을 걸쳐 입은 유럽의 기사단을 격파하기 위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시원하게 격파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갑옷에 사용되는 강철이 최고급이고 화살촉은 저급 철이다 보니.).

 

로빈훗님께서 이야기해주신 건데, 70파운드짜리 컴파운드 보우로도 강철 드럼통을 한 면 정도 관통하고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중세 유럽의 강철 갑옷(plate armor)은 드럼통의 두 배에 가까운 강도와 세 배의 두깨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갑옷을 관통하고 기사를 살상하는 것은 영국장궁으로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중세 유럽 기사들은 죄다 이런 판금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갑옷이 어찌나 단단했던지 화살로는 관통이 상당히 어려웠다. 갑옷의 격파는 16세기에 총이 등장한 후에야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갑옷을 뚫고 기사를 죽였던 사례도 종종 보이므로, 장궁의 위력은 엄청난 샘이다. 판금 갑옷을 뚫을 정도의 위력이라면 맷돼지 정도는 수십 미터 거리에서도 즉사시킬 수 있다. 영국 장궁의 살상력은 오늘날의 컴파운드 보우와 비교해도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활 당기는데 들어가는 팔힘이나 고통은 컴파운드보우 보다 몇 배는 더하다.)

 

<-으으 젠장, 뚫렸다!!


중세에 사용된 전투용 장궁의 장력은 60~70파운드였다. 거기다가 가장 강력한 활은 100파운드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허거덩, 드라구노프는 겁나서 손대지도 못하겠다.)


영국 장궁의 림 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말이 100파운드지, 60파운드만 되어도 드라구노프같은 약골은 2초 이상을 당기고 서 있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같은 파운드수라도 재료가 원시적인 장궁은 현대의 컴파운드 보우보다 훨씬 당기기 힘들었다고 하니, 고대 잉글랜드 보우맨들의 체력이 얼마나 악마같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각궁은 조선시대 기준으로 가장 강력한 것이 70 파운드 정도였다고 한다. 주로 50~60파운드 활이 전투용으로 많이 쓰였다. 기병이 사용하기 위한 마상궁은 50파운드가 많았고 지상에서 보병이 사용하는 활은 60파운드가 주류였다고 한다.


물론 100파운드가 넘는 활도 조선에 있었다. 바로 정량궁(正兩弓) 인데, 이 활은 길이가 150cm에다가 장력이 44kg(거의 100파운드) 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병사들에게 보급된 활은 아니다.


장거리에서는 몰라도 60미터 안쪽의 근거리에서의 파괴력은 장궁이 우세한 셈이다.

 


참고로, 조선 각궁 중에서도 강력한 것들은 화살을 좋은 거로 쓰면 갑옷 뚫을 수 있다. 이렇게

 

3. 사용편의도.


어느 쪽이 더 쏘기 쉬운 활인가.


이건 쏘는 사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조선 각궁 쪽이 뛰어나다고 본다.


모든 활은 발사할 때 충격이 생긴다. 장궁은 이 충격 때문에 활의 장력 중 30%를 활대가 잡아먹어 버린다. 한마디로 활의 효율을 100% 모두 화살이 받지 못하고 낭비되는 에너지가 30% 정도라는 것이다.


그 ‘사라진 30%’의 에너지는 활을 흔드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장궁은 대단히 흔들림이 심하다. 이는 현대의 리커브 보우도 마찬가지이다.


장력이 70파운드를 넘는 장궁은 하루에 50회 이상을 쏘지 못했다고 하며, 활의 떨림 때문에 약골 궁수가 자기 분수를 모르고 자주 쐈다가는 불구가 되었다고 한다.

(자주 쏘면 팔병신되는 활이라니.. 무섭다 .-,.-) 


반면 각궁은 여러 장으로 겹쳐진 소재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동이 아주 적다. 적어도 안정성 면에서는 각궁은 컴파운드 보우와 맞먹는다.

 

또한 각궁은 활을 쏘는 힘의 대부분을 화살을 날리는 데 쓸 수 있다. 그래서 하루에 몇 번이고 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의  스포츠용 개량 각궁보다는 조선시대 오리지날 전투용 각궁(제대로 만든 경우)이 활의 효율이 더 좋다고 한다.


종합비교..


사정거리에서는 각궁이 우세, 근거리 파괴력에서는 장궁이 우세, 사용편의도에서는 각궁이 우세.


그러므로, 각궁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겠다. 실제로 각궁은 영국 장궁보다 우수한 활이다.


당연한 일이다. 영국 장궁은 낮은 계급의 평민들이 대량으로 대충대충 만들어서 썼던 값싼 활이고 조선의 각궁은 국가의 철저한 통제 하에 치밀하게 제작된(만드는데만 석달이 걸리는) 값비싼 군사용 활이었다.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조선 각궁의 가격은 영국 장궁보다 스무배(혹은 그 이상)나 비쌌다. 조선각궁이 우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영국 장궁이 궂이 조선각궁보다 우세한 점이라면 대량생산이 수월하다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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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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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로빈훗 | 작성시간 04.12.27 좋은 자료 올려주셔서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붕어 | 작성시간 04.12.27 아주 심도있는 평론이었습니다..대단하십니다!
  • 작성자순신이 | 작성시간 04.12.27 좋은 자료 에요~ 읽는 재미가 있어요 ㅎㅎ
  • 작성자lshadowl | 작성시간 17.05.09 영국장궁도 아무나 대충 만드는 활은 아니었습니다. 달인급의 장인 한명이 오랜시간 걸쳐 만듭니다. 그리고 후기에는 주목과 애쉬나무를 겹쳐만들어 컴퍼짓보우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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