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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이건 인생 영화” 입소문만으로 다시 극장 불러낸 2000년대 명작

작성자레빈블루|작성시간26.06.07|조회수189 목록 댓글 0

원년 흥행 넘고 '타이타닉' 기록까지 경신한 역주행 신화

2004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최고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 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이자 이별과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명작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이 그 주인공이다. 작품은 개봉 당시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참신함을 인정받아 각본상을 받았고 주연 배우 케이트 윈슬렛에게 여우주연상 후보의 영예를 안기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바 있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 시의 한 구절에서 피어난 ‘무구한 마음’

영화의 원제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 ‘엘로이자로부터 아벨라르에게(Eloisa to Abelard)’의 209번째 줄에 등장하는 구절인 ‘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에서 인용됐다. 제목이 품은 깊은 의미만큼이나 영화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아날로그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촬영 기법, 배우들의 눈부신 호연이 결합돼 시대를 뛰어넘는 생명력을 얻었다.

특히 작품은 코미디 연기의 대가로 불리던 짐 캐리의 깊이 있는 정극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영화 속 짐 캐리는 평소의 활달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조용한 남자 '조엘'로 완벽히 분했다. 극 중간중간 그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극에 생기를 불어넣지만 영화의 중심을 잡는 것은 실연의 상처로 아파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감정선이다.

각본가인 찰리 카우프먼조차도 짐 캐리가 이토록 절절한 '실연에 우는 남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 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영화 촬영 역시 철저한 리허설보다는 현장의 즉흥적인 분위기에 많이 의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일라이저 우드 등 쟁쟁한 출연진은 초반에 이런 촬영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으나 점차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인생 연기를 펼쳐 내며 완벽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별의 아픔을 겪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설정을 토대로 한다. 주인공 조엘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과의 고통스러운 기억만을 지우기 위해 기억을 지워 주는 회사인 '라쿠나'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기억 삭제 절차가 시작되고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역설적인 감정과 마주한다.

사랑이 처음 시작되던 설레는 순간, 함께 나눴던 행복한 기억들, 가슴속 깊이 각인된 소중한 추억들까지 모두 지워져 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격렬하게 기억 삭제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당신을 지우면 아픔도 사라질까요?"라는 영화 속 질문은 결국 사랑의 상처와 기억은 떼어 놓을 수 없는 하나이며 아픔마저도 사랑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50만 관객 돌파, 스크린 안팎에 새겨진 불멸의 기록

이런 깊은 울림은 개봉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이끄는 힘이 됐다. 첫 개봉 1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11월 5일 ‘이터널 선샤인’의 재개봉이 결정됐다. 별다른 대형 홍보나 추가 제작비 투입 없이 시작된 재개봉이었음에도 영화는 극장가에서 엄청난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멀티플렉스 CGV의 개봉관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관객들의 자발적인 관람 열기는 뜨거웠다. 재개봉 일주일 만에 역대 재개봉 실사 영화 관객 수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 둘째 주에는 상영관이 100개 관으로 늘어나며 박스오피스 9위로 역주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04년 첫 개봉 당시의 누적 관객 수인 17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을 예고한 신호탄이었다.

역주행 탄력은 멈추지 않았다. 셋째 주에는 상영관이 108개 관으로 확대되며 '스파이 브릿지' 등 쟁쟁한 동시기 상영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후 재개봉 관객 10만 3000명을 돌파하며 마침내 원년 개봉 당시의 흥행 기록을 완전히 경신했다. 흥행 신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 누적 관객 39만 명을 돌파하며 기존 실사 영화 재개봉 최고 흥행작이었던 '타이타닉'(36만 9000명)의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후 2018년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감행된 두 번째 재개봉을 통해 ‘이터널 선샤인’은 마침내 전국 통산 5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비록 이후 '타이타닉'이 세 번째 재개봉을 통해 전국 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추가하며 총 누적 88만 명을 기록, 실사 영화 재개봉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다시 가져가긴 했으나 ‘이터널 선샤인’이 세운 중소 규모 외화의 역주행 기록은 여전히 영화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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