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처럼.6.7
김세종
가까운 산으로 짬산행을 했다. 아침 여섯 시에 산에 들었다.
어딜 가나 개발 열풍에 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도 자연은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요즘은 산딸기가 익어가는 철이다. 몇 알 따서 입에 털어 넣었다. 새콤한 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어린 산삼 개체가 눈에 띈다. 부디 무사히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곳은 여러 해 전 삼 씨를 많이 뿌려놓은 곳이다. 한창 자랄 때는 가끔 들러 살펴보며 흐뭇해하곤 했다. 그러나 제법 자란 지난해, 어느 산인이 어린 개체까지 모조리 훑어가 버려 아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람 사는 데에도 도리가 있듯 산행에도 산인들만의 도리가 있다. 약성이 좋은 것은 캐 간다 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약성도 없는 어린 개체까지 모조리 캐가는 일은 결국 산을 황폐하게 만드는 행위다.
낙엽송 밑동을 살피며 어슬렁거리다가 꽃송이버섯 하나를 발견했다. 크기가 제법이다. 반가운 마음에 꽃송이가를 불러본다. 그런데 노랫소리가 건너편 산자락에 부딪혀 되돌아와 내 귀를 때린다. 멧돼지 울음처럼 들린다.
버스커버스커가 부를 때는 그토록 감미롭더니 내가 부르면 멱 따는 소리가 되니 헛 웃음이 나온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 버섯 하나가 흙을 비집고 올라오고 있다. 다음 주쯤이면 제법 자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기념 삼아 인증 셀카도 한 장 찍었다.
특별히 분발한 것도 없는 백수에게 이런 꽃송이까지 안겨주시는 산신령님께 정성을 다해 큰절을 올렸다.
나는 산꾼이다. 수십 년 동안 산을 다녀봤지만 산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버섯은 본 적이 없다. 흔히 아름다운 것에는 독이 있다는 상식을 뒤집는 존재다.
꽃송이는 버섯 가운데서도 아름답기로 으뜸이다. 게다가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아 항암·항염 작용에 도움을 주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에도 좋다고 한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문득 어제 끝난 지방선거가 떠올랐다. 이 꽃송이를 당선인들에게 안겨주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국민에게 이 버섯처럼 영양가 있는 정치를 하라는 뜻으로 말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선거철만 되면 이런 의문이 든다. 민주주의는 국민 수준만큼 발전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모습 속에는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도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출마자를 통해 국민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꽃송이에 비견할 만큼 화려하고 영양가도 높아 보인다.
정치인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공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정치인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을 선택한 유권자의 책임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상대편이라면 작은 흠도 침소봉대해 공격하고, 때로는 누명을 씌워 정치적으로 매장하려 한다. 마치 어린 삼까지 모조리 캐가는 산인처럼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어느 한쪽에 권력이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제도와 여론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우리 사회 역시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믿고 싶다.
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내린 지도 어느덧 반세기가 넘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시민의식과 정치문화는 아직도 미숙한 면이 적지 않다. 꽃도 씨를 뿌린 뒤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피어난다. 민주주의라는 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나는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을 배우고 있다. 교수님은 늘 ‘수필적 삶’을 강조하신다.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삶이다.
생각해 보면 정치인에게도 이런 수필적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대를 이겨야 할 적으로만 보지 않고 함께 꾸려갈 정치파트너로 바라보는 마음, 자신의 허물을 먼저 성찰하는 자세 말이다. 목표가 정적 제거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이어야 하지 않을까.
국회나 행정부 안에 수필창작반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도 해본다.
꽃송이는 안으로 충만해지다가 어느 날 문득 솟아올라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산에서 만난 꽃송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치도 자연처럼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해치지 않으며,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라난다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 꽃이 정치인들의 꽃이 아니라 국민이 향유 할 수 있는 꽃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도 수필적 삶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땅에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산길을 내려왔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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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뱜바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감사합니다. 부회장님의 요청으로 사진을 올려놨습니다.
즐거운 오후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요섹남 작성시간 26.06.15 뱜바우 아~~요버섯 이 꽃송이 버섯 이였군요!
걱정 하시더니 한라산 백록담 까지 완등 하셨네요!
축하 드려요! ㅎㅎ -
작성자연뿌리 작성시간 26.06.14 시대를 잘 반영한 글,
잘 읽었습니다.
뱜바우님은 꽃송이버섯같은 후보자에게 투표 잘하셨죠? ^^
꽃송이버섯 검색하니 많이 본 버섯이네요.
예쁜 버섯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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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뱜바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감사합니다. 한라산 같이 산행햐야 하는 데 아쉬웠습니다.
요즘은 재배도 한답니다. 산행하는 재미지여~~~~~
즐거운 오후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연뿌리 작성시간 26.06.15 뱜바우 그러게요.
여러분이 가셨는데 함께하지 못해서 더 아쉬웠네요.
다음엔 함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