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中 辭
李 穡
山之幽兮 深深하며 欝蕭森兮 潭潭하도다
黃鵠도 尙不得過其顚兮여
截然屹立乎 嶄巖이로다
邃莫覻兮여 山之陰에 曖霜露兮 濡霑이라
산이 그윽하고 깊디깊으며, 빽빽한 숲이 넓고도 넓도다.
누른 고니도 또한 그 꼭대기를 지나가지 못함이여!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뾰족바위들이로다.
깊디깊어 보기에 아찔한 산 그늘엔 서리와 이슬이 뽀얗게 젖어 있네.
文豹玄猿兮 迭出以嘷하고
飛禽回翔兮 毛羽之毿毿이로다
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여
振蕩林莽하며 翼之以飛廉이라
石出角以鉤衣兮여 橫枝ㅣ 截路以相攙이라
표범과 잔나비 번갈아 나와 울부짖고,
나는 새 감돌아 날제 털깃이 너울너울,
밑 없는 굴 속에 천둥소리 우르릉.
수풀을 뒤흔들며 날개 치는 바람신[飛廉神]이라.
돌부리가 솟구쳐 옷을 걸어당기고,
비낀 가지 길을 막고서 서로 찌르네.
* 삼삼(毿毿): 너울너울.
* 은(殷): 천둥소리(천둥이 칠 때 나는 소리). 격렬하다. 진동하다.
* 비렴(飛廉): 본시 신령한 새 이름인데, 전(轉)하여 풍백(風伯 바람신). 《한서》
立寂漠以無隣兮여 怳祁招之愔愔이라
敻不可討兮 山之中에 東西冥迷兮 氣奄奄이라
淙飛泉以瀉于崖兮여 淸肺腑而味甘이라
掬之手中兮여 冰寒이요 照衰顔以是監이라
爰流憇以聽其聲兮여 鏘玉佩之相參이라
적막하게 홀로 서서 이웃이 없음이여! 멍하여 기초詩의 安和함인 듯,
멀어서 찾아갈 수 없는 山中에서, 東西를 분간 못해 기진맥진하였네.
벼랑에서 쏟아지는 飛泉水여! 폐부를 맑게 하며 맛도 좋네.
손으로 움키니 얼음같이 차갑고, 쇠한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라.
이에 쉬며 그 소리 들으니, 옥 패물이 서로 부딪치어
쨍그렁 울리는 듯.
* 기초(祁招): 주(周)나라 목왕(穆王)의 신하 모부(謀父)가 〈기초(祁招)〉라는 시를 지어 목왕에게 간하였는데, 이 시 속에 ‘음음(愔愔)’이라는 글귀는 안화(安和)하다는 뜻이다. 《좌전》
* 엄엄(奄奄): 숨이 곧 끊어지려고 하거나 몹시 약(弱)한 모양(模樣).
將敲火而煎茶兮여 鄙陸羽之口饞이라
羨盤谷之可沿兮여 矧其文爲我之指南이랴
續道緖於千載兮여 乃命其溪曰 濂이라
惟山中之無偶兮여 尙摳衣於丈函이라
부싯돌로 불을 쳐 차를 달이니, 육우의 口饞이 천하게 여겨지네.
부러워라 반곡에 놀 만하다고 한 한유의 그 글은 나의 길잡이로세
도통을 천년 만에 이었으니, 그 시내 이름이 염계로세.
산중에 짝이 없을망정 모시고 섬길 스승이 있네.(맑은 물을 말함)
* 육우(陸羽): 당(唐)나라 경릉(竟陵) 사람으로 《다경(茶經)》의 저자인데, 차의 기원, 달이는 법, 맛, 그릇 등에 관하여 자세히 서술하여 천하의 다풍(茶風)을 일으켰다.
* 반곡(盤谷): 골짜기 이름인데, 지금 하남성(河南省)제원현(濟源縣) 북쪽으로서 당(唐)나라 이원(李愿)이 반곡에 은거(隱居)하러 갈 때 한유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라는 유명한 글을 지었는데, 도통(道統)과 학(學)의 노정(路程)을 서술한 명문이다.
* 염계(濂溪): 물 이름인데, 송유(宋儒)주돈이(周敦頤)가 여산(盧山)에 옮겨 살면서 자기 고향에 있는 염계(濂溪)의 이름을 따왔으므로, 세상에서 그를 ‘염계 선생’이라 했다. 주돈이는 《태극도설(太極圖說)》 및 《통서(通書)》 등을 지었고, 성리학(性理學)의 개조(開祖)가 되었으므로 도통을 이었다 한다.
* 구의(摳衣): 옷의 앞자락을 들어 올려 경의(敬意)를 나타낸다는 뜻으로 스승으로 섬김을 이르는 말.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나오는 말이다.
* 장함(丈函): 스승(師)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뜻으로, 스승을 높여 부르는 말.
聞一言以悟道兮여 洗利欲之貪婪하고
開心源之瑩淨兮여 惟太極之泳涵이라
若有遇於介然之頃兮여 諒天地其可三이로다
胡唐虞之遺墟蔓草寒烟兮여 吾道被于南이라
한 말씀 듣고 도를 깨달아 이욕의 탐심을 깨끗이 씻고,
마음 근원을 해맑게 열어 오직 태극에 깊이 잠기어 자맥질 하리.
만약 잠깐이라도 마음이 트이게 되면,
참으로 天地와 더불어 셋이 될 수 있으리라.
어찌하여 요순(堯舜)의 유허에 엉킨 풀에 차디찬 안개 끼었는가!
우리 도가 남방에까지 퍼졌도다.
* 영함(泳涵): 그 속에 깊이 잠기어 자맥질 함.
* 개연지경(介然之頃): “산골짜기의 오솔길도 개연(介然)히 다니면 길이 된다.”는 말이 《맹자》에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잠깐 트이는 것에 비유하였다.
* 천지기가삼(天地其可三): 도덕이 높은 사람은 천지와 짝을 지어 가히 셋이 된다는 말이다.
* 오도피우남(吾道被于南): 송(宋)나라 양시(楊時)가 명도(明道) 정호(程顥)에게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명도가 좌객(坐客)들에게 “내 도가 남으로 가는군[吾道南矣].” 하였다고 한다. 《송사(宋史)》권428
炎胡泓渟之而不霈兮여 朔雪越嶺之交粘이라
信餘緖可以理天下兮여 魯齋獨騁其征驂이라
然波及者靡不周兮여 夫何恨於商參가
惟後生之可畏兮여 靑乃出乎其藍이라
날은 뜨거운데 어찌 물이 고여 있기만 하고 비가 안 내리는가?
삭방(朔方 북녘)의 눈이 고개를 넘어 서로 달라붙었네.
진실로 남은 도로 천하를 다스릴만 함이여
노재(魯齋: 허형(許衡)의 호)가 홀로 정참(征驂)을 달렸네.
그러나 그 물결의 혜택이 온 천하에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으니,
서로 만나지 못함을 어찌 한하랴.
후생을 두려워할만 함이여! 푸른 빛이 남(藍)에서 나오도다.
* 허형(許衡): 원(元) 나라 세조 때 집현대학사 겸 영태사원사(集賢大學士兼領太史院事)로서 수시력(授時曆) 편찬을 주도한 사람. 후에 공자(孔子)의 묘정(廟庭)에 종사되었고 세상에서 노재(魯齋) 선생으로 불림. 그의 학풍은 실천적인 성향의 것으로서 여말 선초(麗末鮮初) 신진 사대부들의 학문에 영향을 끼쳤음.
* 정참(征驂): 먼 곳을 가는 驂馬(참마, 수레를 끄는 세 필 중 뒤의 말 한 필). ‘먼 길을 가는 마차를 탄 손님’의 뜻임.
* 참상(參商): 참(參)은 서쪽의 별, 상(商)은 동쪽 별로, 서로 어긋나 만나지 못한다는 뜻.
* 후생지가외(後生之可畏):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학문이 선배(先輩)보다 진보되는 후생이 두려울 만하다.” 하였다.
* 청내출호기람(靑乃出乎其藍): 후생(後生)과 제자가 전인(前人)이나 스승보다 나은 것을 말하는데, “얼음이 물에서 나되 물보다 차고, 퍼렁이 쪽[藍]에서 나되 쪽보다 푸르다[氷生於水寒于水 靑出於藍靑於藍].” 《순자(荀子)》 권학(勸學)
幸其道之揭日月兮여 吾依光兮心焉甘이라
將忘勢而內樂兮여 日嘯倚於南櫩이라
苦相招而不止兮여 忽軒眉而載瞻이나
欸初心之弗竟兮여 終歲月以聊淹이로다<東文選 卷之一>
다행히 그 도가 해와 달같이 걸렸으니, 내가 그 빛에 의지하여 만족하네.
세상의 권세를 잊고 안으로 도를 즐기어, 날마다 남쪽 처마 밑에 휘파람 불며 기대었네.
성가시게 날 자꾸 부르기에 눈썹을 들어 바라보기도 하지만,
어허 내 처음 마음 그지없거니, 일생을 두고 여기 머물러 있으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