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 堂 栢 賦
李仁老
해는 기유년(1249) / 歲在巳酉
저물어가는 겨울에 / 冬月向闌
농서자가 금란(한림원)에 입직했는데, / 隴西子入直於金鑾
달 그림자 서산에 기울고 / 銀蟾影倒
옥루 소리 있는 듯 마는 듯 / 玉漏聲殘
술이 깨자 꿈도 깨어 / 及酒醒而夢覺
난간에 기대어 머리 들고 바라보니, / 時矯首以憑欄
아득하여 보이는 것 없고 / 杳無所見
서리 하늘 멀고 먼데 / 霜天漫漫
오직 찬란한 누각들이 / 唯餘紫閣與朱樓
어렴풋이 늘어서 있을 뿐이라. / 森然掩映於有無閒
한 푸른 수염 난 군자가 / 有一蒼髥君子
뜰 가운데 똑바로 서 있는데, / 立中庭而不倚
여윈 학이 날려는 듯 / 瘦鶴將騫
늙은 용이 일어나려는 듯 / 老龍欲起
좁은 땅에 풍운을 걷어차고 / 斂風雲於尺地
知己를 기다리는 듯하네. / 若有待於知己者
내가 난간을 탕 치며 말을 건네기를 / 僕乃琅然擊檻而與之語曰
한림원을 일컬어 신선부라 칭한다. / 鼇頂之署號神仙府
밤에 돌아올 젠 연꽃 촛불을 나눠 주고 / 夜還則蓮燭分輝
새벽에 들어갈 젠 화전이 걸음을 받드네. / 曉入則花甎承步
미인은 입으로 불어 붓을 녹이고 / 蛾眉呵筆
임금은 용건으로 토한 것 훔치네 / 龍巾拭吐
구슬 내와 옥 수풀에 멋대로 노닐며 / 珠川玉樹以遨以遊
푸른 난새, 자색 봉황을 / 青鸞紫鳳
타고 몰 수 있으니 / 可驂可馭
진실로 火食하는 자가 이를 곳이 아닌데, / 固非烟火食者所到處也
이제 당신은 어떻게 객이 되었는고? / 今汝何由而客寓哉
그가 눈을 치뜨고 기염을 토하며, / 君子於是揚眉吐氣
소매를 걷고 머리를 들고 대답하기를 / 奮袂驤首而答曰
허허 저 옥천자의 호매로도 / 夫以玊川子之豪邁
대를 아우로 친하였고 / 猶親竹弟
백태부의 고일로도 / 白太傅之高逸
솔을 벗으로 삼았으니 / 尙與松友
내가 아무리 소용이 없고 비틀어져서 / 僕雖臃朣離奇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지만 / 不爲世人所購
빙설같이 맑은 한 모습이 / 然冰枯雪瘦
선생의 높은 志趣를 짝할 만하며 / 可以配先生之高趣
풍우를 휘몰아 뿜음은 / 雨嘯風嘔
선생의 걸작을 이을 만하며 / 可以續先生之秀句
천 년을 지나도 더 무성하므로 / 歷千載而愈茂
선생의 장수를 축복할지니, / 可以薦先生之遐壽
나이를 가리지 않고 교분을 맺어 주시면 / 苟許忘年之契
초목과 함께 썩지 않으리이다. / 則不與草木同腐矣<東文選 卷之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