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방수공사 / 최수일
지붕 누수 부위를 손본다
빗물에 처질 때마다 종이를 덧댔는지
천장 반자가 켜켜이 쌓인 가난 만큼 두껍다
부위를 도려내자
이 집에 살았던 한숨 울음 고함소리가
묵은 먼지와 함께 와락 쏟아진다
손전등을 켜고 반자 안을 살핀다
콘크리트 슬래브 하부가
오줌자국처럼 군데군데 얼룩져 있다
한때 팍팍한 삶을 독주로 견뎌낼 때
어쩌다 내시경으로 들여다봤던
너덜너덜 헐었던 내 위벽 같다
상한 위벽을 점막보호제로 치료했듯이
빗물이 비치는 데를
방수 모르타르를 발라 치유하기로 한다
시멘트 모르타르가 잘 들러붙도록
딱따구리가 나무 둥치를 톡톡톡, 쪼듯
정으로 슬래브 바닥을 오돌토돌 쪼아낸다
모래 시멘트 그리고 방수제를 물로 개며
바람에 실려오는 국화꽃 향기 한 줌을 섞어 넣고
풀벌레 노랫소리도 한 소절 슬쩍 함께 비빈다
도려낸 부위를 막기 전에 반자 안으로
코스모스길을 달려온 싱그런 바람 한두 자락을 불어넣는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해
새벽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도
대여섯 개 따서 천장에 매단다
최수일 시인/
경북 김천 출생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졸업,
호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한국바이오플랜트(주) 감사.
호서대학교 교수 역임
《시사문단》으로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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