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폐업 / 이정희

작성자조영행|작성시간26.06.14|조회수17 목록 댓글 0

꽃의 폐업 / 이정희

꽃도 따끈한 때 꽃이지

식으면 폐업이다

리어카에 실린 채 방치된

국화빵을 구워내던 틀

한때는 한 봉지의 가을이 제철

따뜻했다는 증거

기억을 붓고

시간을 노릇하게 뒤집으며

사는 일이 다 그런 것이라 믿었다

쉴 틈 없는 반복이

일생을 끌고 간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붙들지 못한 가을이 몇 번 지나갔다

추웠던 꽃의 틀이 녹슬고

뜨뜻미지근한 가을볕도 없이 겨울이 왔다

볕 좋고 목 좋은 모퉁이는 점점 줄어들고

철컥철컥 꽃 피우던 가을은

너무 비싸졌거나 멀리 있다

바람이 보채는 곳마다

안간힘 쓰는 꽃잎들과

단단히 묶인 포장의 날갯짓

녹슨 틀에 다급한 생계를 넣고

꼬챙이고 칸칸 노란 국화를 뒤집으면

따뜻한 그 봉지를 안고 돌아갈 것 같은데

햇살이 철컥러리며 그림자 빵을 구워낸다

꽃의 그다음은 믿지 않는다

이정희/

경북 고령 출생.,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제3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대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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