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폐업 / 이정희
꽃도 따끈한 때 꽃이지
식으면 폐업이다
리어카에 실린 채 방치된
국화빵을 구워내던 틀
한때는 한 봉지의 가을이 제철
따뜻했다는 증거
기억을 붓고
시간을 노릇하게 뒤집으며
사는 일이 다 그런 것이라 믿었다
쉴 틈 없는 반복이
일생을 끌고 간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붙들지 못한 가을이 몇 번 지나갔다
추웠던 꽃의 틀이 녹슬고
뜨뜻미지근한 가을볕도 없이 겨울이 왔다
볕 좋고 목 좋은 모퉁이는 점점 줄어들고
철컥철컥 꽃 피우던 가을은
너무 비싸졌거나 멀리 있다
바람이 보채는 곳마다
안간힘 쓰는 꽃잎들과
단단히 묶인 포장의 날갯짓
녹슨 틀에 다급한 생계를 넣고
꼬챙이고 칸칸 노란 국화를 뒤집으면
따뜻한 그 봉지를 안고 돌아갈 것 같은데
햇살이 철컥러리며 그림자 빵을 구워낸다
꽃의 그다음은 믿지 않는다
이정희/
경북 고령 출생.,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제3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대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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