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 박후기 - 어느 시인의 장례식

작성자조영행|작성시간26.06.17|조회수9 목록 댓글 0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 박후기

  - 어느 시인의 장례식

 

                       

죽음도 저장의 한 방식,

땅 속이든 불구덩이든 온전한

죽음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뼈만 남아야 한다

 

구릉의 무덤가 비석도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지워진 비문엔

달랑 이름 석 자,

그마저 흐릿하여

음각에 고인 빗물이

잠시 머물다 갈 틈 없다

 

시인이 죽었다

묵은 향이 뼈를 사르며

절을 하듯 고꾸라진다

죽은 시인의 시에서

약 냄새가 난다

시인의 향기만 남았다

 

시구에 불 들어간다

화장장(火葬場) 전광판에 명멸하는 이름처럼

시 또한 뼈만 남아야 한다

화부가 시인의 뼈를 추스린다

뼈만 남은 언어를 추스린다

모든 수사가 사라졌을 때,

죽음이 비로소 간결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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