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눈물 / 김남권
바람이 얼어 있다
서해에서 시작된 바람이 선자령 정상에서
주문진 포구를 바라보며 직립해 있다
58 년 동안 고비사막을 걸어오느라
등이 사라진 낙타가
흰 수염을 휘날리며 정지해 있다
이미 늙어버린 바람의 허리가
페이지가 없는 책장을 넘기다
물안개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천 길 어둠이 하얗게 밀려왔다
점봉산을 걸어 내려 온 새벽이
자작나무의 옷을 벗기는 아침 ,
하늘도 뜨거운 옷을 벗었다
바다가 바람의 입술을 마시며
젖빛으로 누워 있다
바람이 녹고 있다
자작나무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뜨거운 숨결이 된 ,
등이 사라진 낙타가
속눈썹으로 눈물을 자르며
내게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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