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즐거움]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하는 순간~~
올라감의 시선에서 내려옴의
깨달음으로, 한 줄이 열어놓은
존재의 전환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을 다시 읽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단 두 줄로 이루어진
이 시는 읽는 순간 끝나지만,
사유는 오래 남는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은 '본다'는
행위가 단순한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한국 현대시의 가장 간결하면서도
본질적인 텍스트 가운데 하나다.
■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시인의 시집 <순간의 꽃> 중에서
■ 나의 방식으로 읽기
- 장건섭
이 시의 핵심은 '꽃'이 아니다.
핵심은 '보았다'는 사실이다.
같은 길을 걸었음에도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이
내려갈 때는 보인다.
왜일까.
이 질문 하나가
이 시를 오래 붙들게 한다.
'올라갈 때'는
목표를 향해 가는 시간이다.
정상, 성취, 도달. 그 모든 것은
시선을 앞으로만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변을 놓친다.
반대로 '내려갈 때'는
이미 도달한 이후의 시간이다.
더 이상 급할 이유가 없고,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난 상태.
그때 비로소 우리는 '본다'.
이 시는 삶의 방향을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로 바꿔 놓는다.
꽃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은 꽃이 아니라
‘나’의 상태였다.
그래서 이 시는 말하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보여준다.
보지 못했던 순간과 보게 되는
순간 사이의 간극을.
이 짧은 시는 결국 묻는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오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그 꽃'은 어떤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한 번의 전환을 제시한다.
앞만 보고 걷던
시선을 잠시 멈추어
옆과 아래로 돌리게 만드는 힘.
그 힘이 이 시의 전부이자,
가장 깊은 울림이다.
■ 고은(高銀) 시인
고은 시인은
오랜 세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발표 시기마다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수상 여부를 둘러싼 기대와
관심은 매번 이어졌으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그 과정 자체가 한국 문학의
위상을 가늠하는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되며,
세계 문학 속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한
고은(髙銀, 본명 髙銀泰) 시인은
젊은 시절 출가해 약 10여 년간
승려로 수행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다.
법명은 일초(一超)였으며,
통영 미래사에서 수행하던 중
효봉 선사를 스승으로 모셨다.
효봉 선사는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고승으로,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1958년 조지훈 시인과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피안감성>을 시작으로
150여 권이 넘는 저서를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작품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베트남어등
20여 개 언어로 번역·출간되며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1974년 심훈문학대상을 비롯해
만해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등 주요 문학상과
훈장을 수상했으며,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사장,
서울대 초빙교수, 단국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오늘 소개하는 시 '그 꽃'은
2001년 출간된 시집
<순간의 꽃>에 실린 작품이다.
이 시집은 185편의
짧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작품에 별도의 제목이 없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그 꽃'이라 부르는
이 시 역시 독자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출판사는 당시 이 시집에 대해
"순간의 무궁 속에서 시인이
체험한 감응과 깨달음이 선(禪)과
시(詩)의 경계를 넘나들며 드러난다"
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시집의 작품들은
언어를 극도로 절제하면서도,
삶의 본질에 닿는 직관적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적 성취를 보여준다.
🪷🪷🪷 옮겨온글 🪷🪷🪷
고은 / 시인 (본명 / 고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