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수의 파라독스>
국궁(양궁도 마찬가지 이지만..)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과녁을 맞추는데 있다. 그것도 내가 겨냥한 곳을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맞힐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겨냥(aiming)”이라는 문제점이고 다른 하나는 “궁수의 파라독스(Archer’s paradox)”이다. 활을 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궁수의 파라독스를 들어보았을 것이고 또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궁수의 파라독스를 설명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궁수의 파라독스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고, 그런 상태로 신사(新射)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궁수의 파라독스를 거론하면서 “겨냥”에 대해선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구사(舊射)들이 너무 많았다. 궁수의 파라독스를 이야기하는데 왠 "겨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궁수의 파라독스는 올바른 겨냥 즉 겨냥한 곳으로 활이 날아가 표적을 맞추는 원리를 설명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궁수의 파라독스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올바른 겨냥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1. 겨냥은 표 보기?
활을 쏘아 맞힌다는 것은 화살이 내가 겨냥한 방향 그대로 날아가 꽂히는 것을 의미한다. 국궁의 경우 145m에서 과녁을 겨냥하고 화살은 날아가 과녁을 맞힌다. 내가 겨냥을 했고 화살은 날아가 관중했다. 그럼 난 겨냥을 잘 한 것이 아닌가? 아니다. 그게 바로 함정이다. 겨냥에 대하여 다음의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
먼저 우리는 국궁을 하면서 표(標)를 본다고 한다. 흔히들 “저는 표를 과녁 상단 왼쪽 끝을 봅니다”, “저는 과녁 중심부 오른쪽 끝단에 표를 둡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과녁 중심선(과녁 홍심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그린 수직선) 상에 표를 놓고 쏘면 맞지 않기 때문이다 . 다시말하면 오조준을 해서 과녁을 맞힌다는 뜻이다. 국궁은 양궁과 달리 과녁 어디든 맞기만 하면 관중한 것으로 인정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표를 과녁 중심선 상에 위치시키지 못하고 좌・우 편차를 갖도록 겨냥(오조준)해서 쏜다. 그런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시수(矢數)를 올리고 단을 따고 한다. 아마도 모든 구사(舊射)들은 자신만의 표를 갖고 있지만 그 표가 과녁 중심선 상은 거의 아닐 것이다. 즉 오조준하여 활을 쏨에도 발시된 화살은 과녁 중심 즉 홍심에 맞기를 원한다. 겨냥한 곳에 맞지 않았는데 좋아하는 매우 기괴하고 이상한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것은, 나만의 표라는 것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만약 과녁의 거리가 145m가 아니라면? 과녁이 200m, 100m, 80m, 50m, 30m라면? 그래도 145m에서 정한 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다. 많은 구사(舊射)들은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경험적으로 표를 바꾸어야 된다(표의 높이는 고사하고 심지어 좌・우로도 변경)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활은 양궁과 달리 장거리를 쏘아 맞히는 활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화살의 궤도는 포물선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화살이 횡으로 날리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올바른 겨냥이라면 그 표는 반드시 과녁의 중심선상에 있어야 한다. 약한 활이라면 고각을 더 주어야 하니 과녁 홍심 중심점에서 수직으로 들어 준 어떤 점이 표가 되어야 하고 강한 활이라면 과녁 중심점을 기준으로 위 또는 아래가 되어야 한다. 겨냥점이 과녁 중심에서 수직으로 그은 선상에서 벗어나 좌・우의 편차를 준다는 것은 경험에 의해 맞추기를 할 뿐이지 실제로는 겨냥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 우리 활이란 원래 그렇게 쏘는 것이라 주장한다면 우리의 활은 조상 대대로 145m 전용 취미용품이지 전쟁용 무기라 할 수 없다. 누가 쏠지도 모르는 활로 또 진격해 오는 적의 위치가 145m가 아니라 전・후・좌・우로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얼마의 편차를 주어야 할까? 전쟁용이 아니라 사냥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뿐이다.
2. 오조준과 출전피 때리기
그렇다면 당연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 상기 글에서 지적한대로 내가 본 표가 오조준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관중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거요?” 그 답은 바로 우리들 활의 출전피에 있다. 표가 중심선에서 벗어난 정도가 심할수록 출전피가 많이 닳아 있을 것이다. 출전피가 닳아 있다는 것은 화살의 깃간마디 또는 깃 후방에서 오늬 사이 부분이 출전피를 때린다는 뜻이고 이때의 충격으로 화살은 횡적(대부분이 우측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된다. 이 횡적 힘이 화살의 오조준을 보상하기 때문에 화살은 145m거리에서 과녁에 떨어지게 된다. 이 힘이 크면 그만큼 오조준을 많이 해야 하고 이 힘이 적으면 오조준 정도가 작아지게 된다.
왼쪽 그림의 (가)와 (나)는 과녁을 향하여 눈과 촉을 일치시켜 조준하는 즉 표를 보는 방법이고, (다)는 눈의 시선 방향과 화살이 평행하게 겨냥하는 모습의 개념도이다. 표를 본다고 함은 대부분 “가”와 “나”에 해당한다. 국궁의 경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눈과 촉을 연결한 직선(그림의 녹색 점선)이 자신의 겨냥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겨냥이 아니라 그저 맞히는 기술일 뿐이다. 왜냐하면 (가)와 (나) 경우 발시와 동시에 현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면서 화살은 현이 미는 방향 즉 원래 화살이 향한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그림의 황색 점선을 따라 날아가려 한다. 하지만 화살이 출전피를 치게 되면서 화살에 횡적 방향 힘(그림의 붉은색 화살표)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화살은 우측으로 편향하게 된다. 시위가 미는 힘보다 이 힘이 작기 때문에 편향 정도는 많지 않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 편향 효과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출전피가 많이 닳아 있다면 편향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나의 표가 과녁 중심선 상에서 좌・우로 편향되어 있다면 반드시 다른 분에게 나의 정 후방에서 화살의 방향을 점검해 보시길 부탁한다. 10중 8, 9는 화살대의 방향이 과녁을 벗어나 있을 것이고 심지어 2관을 쏘는데 1관을 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발시하면 화살이 오른쪽으로 튕겨 나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사격을 할 때도 원하는 곳에 탄을 보내기 위해 가늠쇠를 조정한다. 그렇다고 총 자체가 오조준을 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총은 어떠한 경우에도 가늠자와 가늠쇠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면 그 방향 그대로 발사되도록 만든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표를 봄으로써 오조준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표를 잡는 것은 조준이라 말할 수 없고 단지 내 시선의 직선방향에 그림(가)와 (나)처럼 화살 촉이 닿았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상적인 우리활 쏘기 – 바른 겨냥 : 뒤로 뒤로 당기고 뺨에 바짝 붙이기>
이상적인 활쏘기는 당연히 총의 겨누기와 같아야 한다. 즉 겨냥한데로 화살이 들어가는 경우이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화살대가 눈 바로 밑을 지나는 상황일 것이다. 양궁의 경우 국궁에 비하여 화살을 많이 당기지 않기 때문에 화살의 끝을 턱 밑으로 집어넣으면 어느 정도 일치화 시킬 수 있지만 양궁보다 많이 당기는 우리 활의 특성과 신체 구조상 눈이 바라보는 겨냥선과 화살이 향하는 방향은 완전히 일치화 될 수 없으나, 그림(다)와 같이 평행하게 만들 수는 있다. 따라서 활쏘기가 갖고 있는 신체적 한계를 고려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겨냥은 그림(다)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 (다)는 발시 순간까지 화살을 충분히 뒤로 당겨야 하는 이유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화살을 귀 뒤로 멀리 멀리 당길수록 그리고 화살대를 뺨에 바싹 붙일수록 눈이 바라보는 겨냥선과 화살이 향하는 방향은 평행하게 되고 이 경우 겨냥선과 화살이 향하는 방향과의 편차는 불과 5cm ~10cm 이내로 좁혀진다. 145m 거리에서 10cm 미만의 오차는 과녁 왼쪽 상단의 표를 보고 쏘는 오조준에 비해서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화살은 화살이 향한 데로 나아간다. 따라서 바른 조준이란 화살 시위가 밀려들어가는 그 방향과 내가 겨냥하는 방향이 같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살을 바르게 겨냥한다는 말은 시위를 내 눈과 과녁의 중심을 연결하는 연장선을 따라 직후방으로 당긴다는 뜻과 같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조선 말기 첨절제사(僉節制使)를 역임한 장언식 공(張彦植 公)의 정사론(正射論) 제 16편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코는 양 눈 사이의 안쪽 한계선에 있으며, 또한 얼굴의 가운데 있다. 따라서 얼굴이 (과녁을) 정면으로 대하면 코가 정면으로 대하게 되고, 코가 정면으로 대하면 눈도 정면으로 대하게 된다. 줌통을 볼 때는 코가 줌통을 둘로 나누듯 코가 줌통의 한 가운데를 향하게 한다. 줌통은 손 안에서 조화를 부리는 것이다. 과녁을 볼 때는 줌통의 가운데가 과녁을 둘로 나누듯, 과녁 중앙 수직선과 일치시킨다.”
– 우리활 바르게 쏘는 법, 정사론(안대영 역주 2020. 지식과 감성. 136pp).
1929년 조선의 궁술 연구회에서 편찬한 朝鮮의 弓術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줌손은 하삼지를 흘려서 쥐고 반바닥과 등힘으로 같이 밀고 범아귀는 다물고 북전은 높고 엄지손가락은 낮아야 한다. (이하 생략).. 줌손 중지 손가락의 솟은 뼈를 과녁을 향하여 밀고 쏘는 것이 묘법이다.
– 새롭게 읽는 조선의 궁술(국립민속박물관, 2014, 생각쉼표 & 주)휴먼컬처아리랑, 93pp)
얼굴이 정면으로 향하면 코가 정면을 향하고, 코가 정면으로 향하면 눈이 정면으로 향하고, 줌통을 볼 때 코가 줌통 가운데를 가르듯이 하고 과녁을 볼 때 줌통의 가운데가 과녁을 둘로 나누듯 하라는 말과, 반바닥과 등힘으로 밀고 범아귀는 다물고 북전은 높고 엄지는 낮아야 하며 묘법으로 줌손 장지 솟은뼈를 과녁을 향하여 밀라는 말들은 모두 겨냥 시 시선과 화살 줌통 한가운데를 연결하는 방향에 과녁 중심선을 일치시키고 당길때는 직후방으로 당겨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145m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것만이 최선이라면, 표를 어디에 보아도 맞히면 그만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궁을 한다고 하면 즉 바르게 쏘려면 정면으로 바르게 서서 과녁 중심선에 활 줌통 한가운 데를 위치시키고, 그 직후방으로 멀리 멀리 당겨서 겨냥선과 화살대가 나란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바른 겨냥이다. 철전사법에선 화살을 어깨 위로 걸머지고, 귀 뒤로 최대한 멀리 당기라 가르치지 표를 잡으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바로 올바른 겨냥을 위해서 이다.
※ 활을 바르게 겨냥해야지만 궁수의 파라독스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좀 길고 장황스럽지만 먼저 올립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하늘서기 작성시간 20.06.23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네요.
저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관행사법에선 정말 보통은 과녁 중심선 좌우를 표로 삼는 게 맞나요? 저는 늘 중심선 위를 봐서, 한번도 사람들이 그리 쏘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만..^^;
-
답댓글 작성자玉浦灣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23 우리 철전사법에선 과녁 중심선위로 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저도 철전사법 배우기 전에 과녁 좌측 끝 최상단에 표를 두고 쐈습니다.
당시 그렇게 지도를 받았고 또 그때는 그것이 옳은 줄 ....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더군‥^^ -
작성자한산 작성시간 20.06.24 사예결해에 이르기를,
盖引弓。務要遠引。引滿然後。經所謂審固之旨。可以論矣。〔개인궁。무요원인。인만연후。경소위심고지지。가이론의。〕
대개 활을 당기는 것은 멀리(길게) 당기는 데에 힘써야 하니, 당기기를 끝까지 한 뒤에야 經경(禮記 46장 射儀)에서 말한 ‘審固’심고의 의미를 논할 수 있다.
前要托後要引。將自己一身。入弓裏以向的。
〔전요탁후요인。장자기일신。입궁리이향적。〕
이때 앞으로는 밀어야 하고 뒤로는 당겨야 하며, 마침내 자기의 온몸이 활 속으로 들어가서(활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표적을 향하도록 한다.(몸 중심선과 과녁을 연결한 일직선상에 활과 화살과 몸이 하나로 정렬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引之之時。兩手齊擧。其高無下於耳上。手高擧則 左肩低而 軆勢正矣。〔인지지시。양수제거。기고무하어이상。수고거즉 좌견저이 체세정의。〕
활을 당길 때는 양쪽 손을 가지런히 드는데, 그 높이가 귓바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 손을 높이 쳐들면 왼쪽 어깨가 낮아져서 몸의 자세가 바르게 된다. -
이때의 몸자세는 배꼽과 미간이 과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하고 줌손의 모양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
답댓글 작성자한산 작성시간 20.06.24 要長指第三節向上指天。拇食兩指間虎口。直當弓弣。
〔요장지제삼절향상지천。무식양지간호구。직당궁부。〕
장지의 셋째마디(손등 쪽에서는 첫째마디)가 위를 향하여 하늘을 가리키게 하고 엄지와 식지 사이의 虎口호구로 직접 활의 줌통을 잡아야 한다.
이 말이 책 조선의 궁술에서 흘려서 거듯쳐 잡은 줌손이 북전이 높고 엄지가락이 낮아야 하나니. 라는 대목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사예결해나 책 조선의 궁술의 궁체가 신체정면과녁이마바루서기 사법체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발시후 줌손과 활장이 불거름으로 떨어진다는 대목과 풍석 서유구선생의 사결에 발시후 윗고자가 신발로 향한다는 대목이 일치하는 지점인데, 우리나라(한국.조선)의 활쏘기가 별절로 쏘았음을 알 수있고 사이관덕의 드러나는 외형이 별절로 쏘는 궁체에 있음을 확인 할 수있는 부분입니다. -
작성자김영근(김해생림정) 작성시간 20.06.25 오조준은 궁시의제원과 사법의 문제 입니다
활선생은 활을 배우는 자의 체형을 보고 활과 화살을 선택해 주어야 합니다
저의 궁시의 제원기준으로 보면 키175에 중궁53파운드 활에 7.5치*9돈 화살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궁시의 제원을 맞추고 활을 잡고 중지와북전을 등힘을 이용하여 과녁으로 밀면 과녁은 중지와 북전 및 코와 일치하게 됩니다.즉 줌손은 과녁을 가리게 되며 화살촉은 과녁의 우측편 밖에 있게 됩니다.
기존 궁사들의 쏘임으로 화살을 보내면 앞나게 됩니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양손의 짤힘을 이용하여 맹렬이 보내야 합니다 그럼 활은 화살을 출전피 까지 끌고 들어와서 우측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고 직진방향으로 화살을 보내주며 짤힘이 부족하면 화살은 앞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