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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슈만의 이야기

작성자그림은그리움|작성시간13.04.17|조회수6 목록 댓글 0

허구와 사실 사이: (3) 아직 끝나지 않은 슈만의 이야기 _이미배 서양음악학자③

2013.04.16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은 음악가로서의 삶, 혹은 사생활의 측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법정투쟁까지 불사하며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 클라라를 아내로 맞이했고, 정신 불안으로 자살 시도를 수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가 세상에 알린 작곡가 브람스와 그의 부인인 클라라의 묘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흥미를 끄는 가십거리가 숱하게 남아있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친 젊은 남녀의 사랑,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낭만시대 예술가의 삶, (사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아끼던 젊은 후배와 아내의 애매한 관계 등, 통속적인 드라마에 등장할 법 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플롯들이 이 음악가의 삶에 모두 담겨 있다.

 

슈만 부부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세계의 많은 소설가들에 의해서 출판되고 있기도 하고,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클라라〉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던 독일영화 〈Geliebte Clara〉(2008년 작)이고, 그보다 25년 전에 역시 독일에서 만들어졌던 〈봄 교향곡〉(Fruhlingssinfonie, 1983년 작)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리고 너무 오래 되어서 영화의 존재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또 하나 있는데, 〈사랑의 노래〉(Song of Love, 1947년 작)라는 제목의 흑백 할리우드 영화다. 모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화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슈만’이라는 작곡가의 삶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문외한일지라도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사랑의 노래〉에서는 캐서린 햅번이 클라라로, 〈봄 교향곡〉에서는 나스타샤 킨스키가 클라라로 연기하고 있는데, 이 유명 여배우들의 젊은 시절 미모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들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일부, 혹은 전체를 맛볼 수 있는 동영상들을 유투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음악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라는 두 개의 관점을 두고 음악가 슈만에 대한 영화들에 접근을 해 보면 그 또한 흥미롭다. 가장 오래된 〈사랑의 노래〉는 멋진 남편 슈만과 아름다운 아내 클라라가 결혼 후의 힘든 현실을 어떻게 함께 극복해가며 부부 예술가로 성장해나가는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브람스를 포함하여 당시에 활동했던 음악가들의 모습을 극화해서 보여주면서, 이 시대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작품들을 끊임없이 펼쳐놓음으로써 영화는 작곡가의 삶과 음악에 대한 입문서 역할도 겸하고 있다. 사실에 입각하고 있지만, ‘사랑’, ‘우정’에 대한 상당히 곱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봄 교향곡〉은 스토리상 흐름의 완급은 조절되지 않고, 그야말로 전기적 사실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데에 집중한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극적 전개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열되어있기도 하고, 슈만이 클라라를 사랑하기 전에 만난 여인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펼쳐놓음으로써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 후대의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하늘이 내린 단 하나만의 사랑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야말로 삶의 흐름을 시간순서대로 펼쳐 놓다가, 결혼을 하던 해인 1840년 그의 첫 교향곡 〈봄〉을 초연하면서 대 작곡가로서의 탄생을 알리게 되는 시점에서 영화는 마무리 된다. 그의 전기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영화로 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정돈되지 않은 파편적 사실들은 영화를 보는 이에게 조금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클라라〉라는 영화는 슈만의 말년을 주로 다루고 있고, 이 시기에 있었음 직 한 슈만-클라라-브람스의 명확하지 않은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랑의 노래〉와 〈봄 교향곡〉의 이야기가 허구 혹은 사실 사이에서 강조점을 다르게 두고 있던 데 반해, 이 영화는 그 중간쯤에서 적절한 선을 찾고 있는 듯하다.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극적으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진다. 물론, 영화는 세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가공된) 하나의 시각 혹은 해석 정도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허구와 사실 사이의 줄타기를 하는 음악가 슈만에 관한 영화가 또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그의 삶 자체가 음악학자들, 그리고 여러 작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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