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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해망동[海望洞], ‘정’으로 숨 쉬다

작성자그림은그리움|작성시간13.05.10|조회수15 목록 댓글 0


군산 해망동[海望洞], ‘정’으로 숨 쉬다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전북 ‘월명의 숨 쉬는 인물’ 프로그램

2013.05.09



‘미술공간 채움’의 고보연 대표와 군산 해망동 ‘사랑의 어머니회’ 어르신들의 모습

 

원피스 입은 나의 모습 그려보기
내 자식들이 공부하던 학교에서 1일 강사 해보기
전시회의 미술작가로 주인공 되어보기

 

이 글이 다 무슨 내용이냐고요? 바로 군산시 해망동 ‘사랑의 어머니회’ 어르신들의 소원 리스트입니다. ‘사랑의 어머니회‘는 해망동에서 어업과 상업에 종사해 오신 60대부터 80대까지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지역 봉사 단체입니다.

 

‘사랑의 어머니회’ 어르신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해망동이 몇 년 전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지금은 빈집들이 대부분입니다. 짜고도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망동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랑의 어머니회’ 어르신들. 해망동 마을과 함께 15년간 쌓아 온 정이 사라질까 아쉬워하던 찰나, ‘미술공간 채움’을 만났고, 나 자신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예술활동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의 삶을 벽화와 조형물로 탄생시키다
“어르신들이 곧 주인공이었고,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곧 문학 작품이었어요”

 

‘미술공간 채움’의 고보연 대표는 ‘월명의 숨 쉬는 인물’ 프로그램의 시작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미술공간 채움’을 이끌어온 이희경 강사, 고보연 대표, 전북센터의 송상민 씨의 모습.
고보연 대표와 이희경 강사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신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고 대표는 군산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 채만식의 ‘탁류’나 조정래의 ‘아리랑’ 등을 이해하고 마을의 벽화나 조형물로 시각화해보고자 했지만, 어르신들은 “내가 무슨 미술을 해?”라며 손사래를 쳤다고 합니다.

 

그만큼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온 어르신들에게 ‘예술’이란 생경하고 어려운 일이었고, 10명이 채 안 모일 정도로 어르신들의 참여도 저조했습니다. 이 ‘월명의 숨 쉬는 인물’ 사업을 제안하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송상민 씨도 어려움을 겪었던 그 때를 회상했습니다.

 

“어느 날. 고 대표님이 울상이 되어 찾아와 어르신들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심드렁해하신다고. 수업이 힘들고,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지요. 그 때 저는 ‘걱정하지 마세요. 잘하고 계세요’라고 격려하고 응원했죠.”

 

어르신들 대부분이 해망동을 떠나 다른 마을로 이주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 와야 했습니다. 이에 고 대표와 강사들은 어르신 댁을 찾아가 직접 모셔오고 방향이 달라도 ‘지나가는 길’이라면서 데려다드리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래찜질도 같이 하면서, 크리스마스 파티에 서로 초대하는 등 서로의 일상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강사와 수강생의 관계를 넘어, 일상을 함께하면서 정을 쌓게 된 것이 효과가 컸죠” – 전주센터 송상민 씨

 


‘사랑의 어머니회’ 어르신들이 서로에게 남긴 격려와 응원의 글

그러자 어르신들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시절 30kg가 훌쩍 넘는 생선 상자를 번쩍번쩍 들어 옮기는 고된 일을 견뎌내고 살림을 꾸리면서 아들딸을 키워낸 이야기,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젊은 시절 추억에 대한 이야기들…

 

비로소 고 대표는 ‘어르신들이 곧 주인공이었고,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가 곧 문학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생활과 일, 세월에 치여 꽁꽁 숨겨왔던 내면의 이야기를 몸짓, 언어, 공간, 먹거리 등을 미술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그림이 되고 시가 되었고, 멋진 벽화와 조형물로 재탄생되어, 어르신들은 해망동의 살아있는 역사, ‘월명의 숨 쉬는 인물들’이 되었습니다.

 

 

 

 

 

 

 

지역과 주민, 사랑의 어머니회를 주목하다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관심을 받자, 어르신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셨어요” – 이희경 강사

 

이희경 강사는 어르신들이 그린 해신동 일본식 가옥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 많은 군산시민들이 “우리 마을에도 이런 게 있다니”라며 감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사랑의 어머니회’ 활동이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 군산시청과 해망동사무소 등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올해 해망동사무소가 열악한 냉동 창고 임시 건물에서 활동해온 ‘사랑의 어머니회’에 철거 예정이었던 경로당 뒤 건물을 선뜻 내주기도 했지요.

 


‘사랑의 어머니회’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희경 강사

 

다소 좁지만, 함께 밥을 해먹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우리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어르신들은 매우 기뻐했고, 이사하던 날, 모두 모여 함께 청소를 하고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희경 강사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문화예술활동이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관심을 받자, 자부심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고 전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드는 마법

 

고보연 대표는 문화예술교육을 ‘약속’이라고 정의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은 그 사람을 알아주고 믿어주고 바라봐주겠다는 약속. 우리는 모두 다르므로 서로 존중해야 하고 동시에, 아픔과 슬픔을 안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함께 해줘야 한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표와 이희경 강사는 그 약속을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이 어느 날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너무나 막막하고 속상할 것 같다며 눈물이 맺힌 눈가를 닦아내기도 했습니다.

 

고 대표를 비롯해 함께하고 있는 강사들. 그리고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며 손수 떡을 쪄 와 콩고물을 꼼꼼히 묻혀 입에 넣어주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지난 1년간 마음으로 소통하며 지켜온 약속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술공간 채움’은 해망동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전북 군산 미술공간 채움의 ‘월명의 숨 쉬는 인물’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진행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시작되었으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해망동 뿐만 아니라 수송동에서도 신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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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협력하여 운영합니다. 본 사업은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자원의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3년도부터는 지역별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 400여개의 사업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글 |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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