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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

[스크랩] 잘 가라, 찰리 로빈슨이여!!!

작성자바닐라(노모빅팀)|작성시간13.09.22|조회수449 목록 댓글 2


http://blog.daum.net/xtrotsky/45




찰리 로빈슨과의 이별은 정말 느닷없이 찾아왔다. 부산 교통공사의 홈 경기가 열릴 때면 언제나 구덕운동장에서 그를 볼 수가 있다는 게 이젠 부산의 팬들에게는 아예 '일상적인 일'처럼 자리잡게 되었는데, 청천벽력처럼 그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서 그가 잠시 이 나라를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믿어지지 않은 나머지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앉아 있어야만 했다. 다른 축구팬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찰리를 향해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관중석에 앉아 있던 찰리가 주위 사람들과 포옹을 하면서 슬픔을 나누는 장면을 볼 수가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그와의 이별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이렇듯 느닷없이 찰리 로빈슨과 이별을 하게 되었다................





2013년 5월 18일, 내셔널리그의 부산 교통공사와 경주 한수원이 맞붙은 경기의 전반전이 참으로 형편없는 졸전 속에 0 대 0으로 끝이 났다. 

전반전 경기 내용이 워낙 신통찮았기에 부산이 자랑하는 '외국인 서포터즈들'조차 이전과는 달리 아주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것은 단지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들은 전반 내내 아주 간헐적으로 함성 소리를 터뜨렸고, 그것조차 그다지 힘이 실리지 않은 맥빠진 소리에 불과했었다. 그 바람에 관중석 분위기도 아주 냉랭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들 정도였는데, '외국인 서포터즈들'이 그런 반응을 보여 준 것은 경기 내용 때문이 아니라는 걸 전반전이 마친 직후에 흘러나온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직후에 곧바로 장내 아나운서는 다소 침통한 기색을 담아서 어느덧 부산 교통공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찰리 로빈슨과의 이별을 알린 것이었다.

영국 사람인 찰리 로빈슨과는 달리 그의 아내는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헝가리로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슬픈 이별을 알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전광판에서 찰리에 관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제일 아래에 등장하는 사람은 외국인 서포터즈들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관중석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고, 때론 경기장이 떠나갈 듯이 북을 울려대고, 더러는 폭죽을 사용해서 불꽃과 화약 연기로 관중석을 뒤덮게 만드는 등 참으로 '요란한' 서포터즈다. 그런 격정적인 모습 그대로 찰리와의 이별을 참지 못하고서 흐느껴 우는 장면도 보여 주었다. 

그의 눈물 때문에 관중석에서는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올해 다시 구덕운동장으로 돌아온 장내 아나운서와 찰리의 가족들이 관중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가 있다.









이 장면을 보면 찰리는 부산 교통공사의 주축 사업이기도 한 지하철에서까지 홍보 활동을 펼쳤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아래는 찰리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면서 웃는 얼굴로 그를 보내려고 하는 그의 다정한 벗이다.









찰리를 비롯해서 열정적인 부산의 서포터즈들이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Young Man'이라는 닉네임으로도 불리는 한국인 서포터즈다.












이 나라 축구팬들조차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부산 교통공사 팀에게 열성적인 애정을 기울인 그를 이제 2년 동안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아직까지 찰리가 누구인지 모르는 축구팬들이라면 다음 링크를 타고 가면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가 있다.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newsid=20120406091433722














0 대 0으로 경기가 끝이 난 뒤에 장내 아나운서가 기어코 찰리를 트랙 위로 불러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준비한 '이별식'이 진행되었다.













부산의 감독인 박상인이 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선물을 주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에서는 볼 수 없지만 장내 아나운서에 따르면 이때부터 찰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보낸 그 뜨거운 관심과 애정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선수들이 그에게 헹가래를 쳐주려고 하는 장면이다.










초점이 맞지 않아서 눈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조악한 사진이긴 하지만 이 장면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올려본다.



이 헹가래 장면은 다음 링크를 타고 가면 동영상으로 볼 수가 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50089218










그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듯이 통하지 않는 말을 어눌하게 주고받기도 하고, 어떡하든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고자 '신체 언어'를 구사하기도 하고, 따스한 손길 하나라도 더 건네려고 애를 쓰는 부산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부산의 홈 경기가 열릴 때면 늘 구덕운동장의 본부석 하단에는 이 상징물을 볼 수가 있었다. 그가 떠난 뒤에는 살아 움직이는 그 대신 이 상징물을 보면서 그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 채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내고 싶지 않다, 찰리!









선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부산의 감독 박상인은 자신의 아들(부산에는 박상인의 아들인 박혁순, 박승민 이 두 선수가 함께 뛰고 있다. 이처럼 3부자가 한 팀에서 뛰고 있는 건 이 나라에서 이들이 유일하지 싶다.)인 박혁순의 결혼식에도 찰리를 초청했을 정도로 그를 살갑게 느꼈던 터라서 더욱 이 이별이 가슴 아프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박혁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찰리의 모습이다. 자신의 결혼식에까지 와줄 정도로 애정을 쏟은 찰리를 그 역시나 보내고 싶진 않을 것이다....










사진에서 푸른색 폴로셔츠의 주인공은 부산의 서포터즈 회장이다. 서포터즈들 중에서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였을 이 둘이라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 쉽게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초점이 흐릿한 사진들을 추려내다 보니 이 사진에서는 제대로 담지 못했는데 -  이 이별식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경주 한수원 선수들의 모습이다. 내셔널리그를 통틀어 가장 열정적인 서포터즈를 거느린 부산이라서 경주 한수원 선수들은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이 장면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2년 뒤인 2015년에 경남 거제도로 찰리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쁜' 소식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찰리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말을 전했는데, 그 목소리 역시나 물기에 젖어서 떨리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나로서도 이대로 그를 보낼 수가 없기에 관중석으로 올라온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굿바이 찰리'라는 말을 건네면서 내민 내 손을 부서질 듯이 두 손으로 움켜쥔 찰리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쏟아내었다. 입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얼굴 가득 물기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보내고 싶지 않다, 찰리!








찰리 너와 함께한 시간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격정적인 환호성과 가슴 벅찬 희열, 쓰디쓴 패배의 아픔으로 가득했던 그 시간들.....

부산의 팬으로서 찰리 너와 함께한 그 많은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2년 뒤 이곳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다시 한 번 너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중들과 함께......

지금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번도 이루지 못한 정규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부산 교통공사의 팬이라는 자부심을...

우리가 바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을....

다른 축구팬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릴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2년 뒤 꼭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잘 가라,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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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K리그 토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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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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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민방위 공병 | 작성시간 13.09.22 헐.. 몸 건강히 잘 다녀와요..
  • 작성자heiragi | 작성시간 13.09.22 어딜가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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