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도 이번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정말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번 우승이 무엇을 바꿔 놓았나요?
정말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우승을 해내기 전까지는 늘 부담을 안고 뛰어야 하니,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번째 우승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압박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압박감은 긍정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겁니다. 저 역시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고방식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부터는 매 시즌 최소한 하나의 트로피는 반드시 들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전설이 되고 싶다면, 한 번 우승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 번 우승해야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더 특별한 이유는 어린 시절 앙리의 이름이 새겨진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티에리 앙리 시대 이후 처음으로 아스날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 선수 중 한 명이 됐습니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그 유니폼은 제가 처음으로 가진 축구 유니폼이었어요. 데카트론에서 사서 거기서 직접 이름과 번호까지 새겼죠. 솔직히 말하면, 꿈속에서도 이런 미래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꿈은 그저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 유니폼을 입고 자란 아이가 실제로 아스날 선수가 되고,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되고,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게 될 거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정말 만족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만족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정한 승부사들의 특징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는 것으로 생각해요. 가장 위험한 것은 멈춰 서서 성취를 음미하는 겁니다. 물론 우승은 대단했습니다. 우리는 우승을 차지했고, 충분히 축하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우승하기 위해 달릴 겁니다. 여기서 멈출 생각은 전혀 없어요. 우리는 이미 아스날의 역사 속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역사에 남는 것이 아니라 전설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왕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우승하고, 또 우승해야 합니다.
오늘날 봉디 출신의 어린 소년한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그곳 출신이라는 사실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태어났고, 축구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15살에 유소년 훈련센터로 떠나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고, 모든 축구 학교생활도 그곳에서 했습니다. 저는 제 고향에 정말 깊은 애정을 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친구들을 만나러 다시 찾아가곤 해요. 물론 이제는 예전처럼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름이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게 훈련하러 가기도 합니다. 음바페가 봉디를 세계 지도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어요. 영국에서도 사람들은 킬리안 덕분에 봉디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같은 곳 출신이라는 사실이 봉디의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봉디의 어린 윌리엄은 원래 공격수였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게다가 꽤 잘했어요. (웃음) 하지만 U-15 시절 몽페르메유에 입단했을 때 감독님이 ‘공격진과 미드필더 자리는 이미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센터백으로도 뛸 수 있다고 말했죠. 예전에 이미 센터백을 경험한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저는 14살이었고, 무엇보다도 DH 리그에서 뛰고 싶었습니다. 수비수로 뛰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가능했다면 저는 스트라이커가 돼서 시즌마다 30골씩 넣는 선수가 되고 싶었죠. (웃음) 하지만 한 번도 아쉬워하거나 원망한 적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풀백이 필요했다면 풀백도 했을 것이고, 골키퍼를 해야 했다면 골키퍼도 했을 겁니다. 저는 그냥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축구를 너무 사랑했거든요. 축구를 제 인생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축구만을 위해 살아왔고, 축구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정말로 저에게는 축구 아니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플랜B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만약 축구가 잘되지 않았다면, 평범한 직업을 가졌을 겁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 지도사나 레크리에이션 강사 같은 일을 했을지도 모르죠.
어린 시절에도 지금처럼 침착한 성격이었나요?
네, 항상 그랬습니다. 원래부터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이었어요. 유소년 시절에는 지금보다 공을 다룰 때 훨씬 더 자유분방했습니다. 공을 잡으면 상대 두세 명쯤은 제치면서 직접 전진하기도 했죠. 그때는 일종의 무모함, 좋은 의미의 무의식적인 대담함이 있었습니다. 프로 선수가 된 뒤부터는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위험 부담을 더 잘 계산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격수 출신이었다는 사실 덕분에 압박받을 때도 공을 다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 편이에요. 오히려 스트레스는 경기장 안보다 밖에서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저는 정말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U-13 때부터 이미 반드시 어떤 클럽과 계약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선발되지 못했어요. 반면 어릴 적 친구들은 여기저기서 입단 제의를 받고 계약을 맺고 있었죠. 그럴 때면 가끔 ‘끝났구나. 나는 절대 뽑히지 못할 거야. 그냥 동네에 남게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몽페르메유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풀리기 시작했고, 이후 2016년에 생테티엔 유소년 아카데미에 입단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입단 후 첫 6개월은 정말 지옥 같았어요. 고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방에서 매일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꿈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게 돼요. 너무 힘들거든요. 기분 전환을 시켜 줄 친구들도 없고, 위로해 줄 가족도 없고, 맛있는 음식을 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훈련센터에서는 배가 고프면 식당에 내려갔는데, 거기에 있는 건 고작 완두콩뿐이었어요. 그걸 보면 울고 싶었죠. (웃음) 하지만 입단한 지 6개월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프랑스 U-16 대표팀 소집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래, 내가 잘 버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축구협회 엠블럼이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진지한 단계에 들어선 거예요. 그 나이대에서 프랑스 최고의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이건 프랑스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경쟁이 정말 치열하거든요. 어느 연령대든 수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감독에게 처음으로 ‘너는 좀 다르다’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U-12나 U-13 시절까지는 토너먼트에 나가면 분명 잘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스카우트들은 저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주로 드리블이 뛰어난 윙어나 전형적인 10번 플레이메이커 유형을 찾고 있었거든요. 반면 저는 키가 크고 힘이 좋은 공격수였지만, 약간은 느긋해 보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유형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누군가가 처음으로 저를 특별하게 봐준 것은 프로 무대에 올라온 뒤였습니다. 가세 감독님이 제게 ‘나는 바란도 봤고, 킴펨베도 지도했는데, 너는 특별하다. 꼬마야, 넌 큰 선수가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가세 감독님은 원래 사람들에게 쉽게 칭찬을 남발하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뜻이었죠. 그리고 몇 달 뒤, 아스날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0년 7월 아스날로 복귀한 뒤에도 경기에 뛰지 못했고, 사실상 리저브팀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의심이 들지 않았나요?
물론 의심했습니다. 아니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게다가 이전 시즌에는 코로나 사태가 있었잖아요. 저는 봉디로 돌아갔는데, 솔직히 생활 관리 같은 건 엉망이었습니다. 먹고, 새벽 5시에 잠들고, 훈련도 거의 하지 않았어요. 반면 잉글랜드에서는 이미 훈련이 재개된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20년 여름 아스날로 돌아갔죠. 그런데 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아르테타 감독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경기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 순간 정말 감독님 앞에서 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참았죠. 감독님이 ‘얘는 정신력이 약하네. 프랑스로 다시 돌려보내야겠다.’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거든요. (웃음) 그런 일이 6개월 동안 매주 반복됐습니다. 저는 심지어 유로파리그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몇 달 전에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모든 것이었어요. 제가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희생하셨습니다. 부유한 집은 아니었지만, 저는 늘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이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월, 니스로 임대를 떠났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뻤어요. 다시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제 목표는 아스날에서 성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였습니다. 사람들이 ‘아, 저 선수가 그 유명한 살리바야? 니스로 임대 갈 정도면 원래 과대평가됐던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랑스로 돌아가서 다시 경기를 뛰게 된 것은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축구를 다시 즐길 수 있었고, 경기 감각도 되찾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거든요.
이후 2021/22 시즌에는 마르세유로 또 한 번 임대를 떠났고, 그곳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마르세유에서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적을 조금 망설였어요. 몇 달 전 마르세유 훈련장에서 일이 있었잖아요. 솔직히 그런 일들은 선수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래, 마르세유는 뜨거운 곳이고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거기서 성공한다면 프랑스 대표팀은 곧바로 따라올 거야.”라는 결론을 내렸죠. 게다가 삼파올리 감독님이 저를 원했고, 구단도 좋은 선수단을 구축하고 있어서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저에게 엄청난 자유를 줬습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수,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선수, 드리블에 도전하는 선수, 다시 말해 과감한 선수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저는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 축구를 즐길 수 있었으며, 경기력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3월에는 마침내 프랑스 대표팀에 처음 소집됐습니다. 불과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아스날에서 우울함과 좌절을 겪던 선수에서 마르세유 소속으로 프랑스 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로 변했습니다. 축구는 정말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세계입니다. 마르세유에서 그런 훌륭한 시즌을 보낸 덕분에 저는 훨씬 더 강해진 상태로 아스날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리시즌 경기들을 치르면서 아르테타 감독님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곧바로 느꼈죠.
그렇다면 2022년 아스날 복귀 이후, 아르테타는 당신에게 정확히 무엇을 가져다주었나요?
디테일의 중요성을 가르쳐줬습니다. 아르테타 감독님 밑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어느 공간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어디에서 압박을 시작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밀리미터 단위로 정교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감독님과 코치진은 모든 것을 분석합니다.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줍니다. 수많은 영상 분석을 보여주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는 모든 것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살펴봅니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수정해 주죠.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정말 직설적이에요. (웃음) 감독님은 굉장히 강렬한 사람입니다. 가끔 감독님 얼굴을 보면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속으로 ‘이 사람은 아예 잠을 안 자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저는 감독님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선수들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만약 지금 제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면, 그것은 감독님 덕분입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여정에 함께 참여시키는 진정한 리더예요. 심지어 장비 담당 직원들이나 선수단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까지도 이따금 회의에 참석합니다. 클럽 전체가 같은 에너지와 같은 방향성을 공유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죠.
당신은 아르테타 밑에서 하나의 기준점 같은 수비수가 됐고, 특히 가브리에우와 최고의 센터백 듀오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가브리에우는 제게 형제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거의 같은 시기에 아스날에 왔고, 처음부터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그는 최고 수준의 수비수예요. 팀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선수죠. 이제 함께한 지 4년이 됐기 때문에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합니다. 게다가 그는 프랑스어도 할 줄 알아요. 가브리에우는 저보다 일대일 경합과 몸싸움에 더 강한 스타일입니다. 반면 저는 뒤를 커버하는 역할을 더 많이 맡죠. 그래서 서로 잘 맞습니다. 그는 저보다 훨씬 목소리를 많이 내는 리더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가끔 ‘가브리에우가 진짜 수비진의 보스고, 살리바는 그 옆에 있는 선수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정말 상호보완적인 관계예요. 누가 누구를 떠받치는 구조가 아닙니다. 각자가 서로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관계죠. 저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압박받아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팀 전체에 침착함을 전달합니다. 또 제가 수비 경합에서 승리하면, 그것 역시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줍니다. 우리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2022년에 복귀하기 전에도 가브리에우는 이미 두 시즌 동안 아스날에서 뛰고 있었죠. 당시에는 지금 같은 수비력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현재의 성공에 제가 어느 정도 공헌했다고 말할 자격은 있지 않겠어요?
가브리에우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슛을 실축했습니다. 경기 후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요?
그냥 간단하게 ‘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우리가 이뤄낸 모든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거고.’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 이상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말을 하면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상처 위를 계속 건드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는 진정한 전사예요. 절대적인 투사입니다. 그런 일 하나 때문에 무너질 선수는 전혀 아닙니다.
당신은 워낙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어서 다른 선수들보다 실수를 더 엄격하게 평가받는다고 느끼나요? 이를테면 더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였다면 덜 비판받았을 수도 있고요.
확실히 제가 실수하면 사람들은 그걸 종종 태만함이나 나태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절대 대충하거나 집중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제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 느긋해 보이다 보니 그런 인상을 주는 거죠. 그래도 자세히 보면 예전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건 감독님의 영향이 큽니다. 감독님은 늘 바디랭귀지가 중요하다고 말해요. 경기 시작 전 터널 안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은 저에게 ‘너무 많이 웃지 마라.’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웃음) 모든 사람이 저를 강인한 선수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여름 에인세가 코치로 합류했는데, 그는 처음부터 모든 선수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심지어 팀의 핵심 선수들에게도요. 다들 놀랐어요. (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우리에게 진짜 투지와 전투적인 정신을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매주 상대해야 할 강적이 있습니다. 어느 팀을 만나든 상대 공격수는 대부분 대표팀급이에요. 그들은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모든 경합에 몸을 던지고, 드리블하고, 부딪치고, 끊임없이 압박합니다. 단 2초라도 방심하면, 설령 최하위 팀을 상대하고 있어도 크게 당할 수 있습니다.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 경기가 순식간에 혼돈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관중들이 열광하기 시작하고, 상대 팀이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할 틈도 없이 어느새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게 됩니다. 물론 감독님은 매 경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솔직히 저는 이런 완전히 미친 리그가 너무 좋습니다.
그렇다면 아스날의 축구가 지루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4년 전 제가 아스날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정말 놀라운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었죠. 그다음 시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좋은 축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리그 2위에 머물렀고, 사람들은 우리를 비웃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경기력에 대한 평가가 때때로 너무 가혹하다고 느꼈어요. 최소한 어느 정도 좋은 축구를 하지 않고서는 리그 우승도 할 수 없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갈 수 없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아마도 우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엄청난 효율을 보였다는 점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축구의 일부 아닌가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모든 팀이 똑같이 했겠죠. 게다가 그것 역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정말 많은 훈련과 준비가 필요해요.
그렇다면 당신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더 크게 오나요? 멋진 수비 장면인가요, 아니면 훌륭한 빌드업 전개인가요?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공을 좋아합니다. 특히 저는 더 그렇고요. (미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두 가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먼저 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팀의 클린시트입니다. 이제는 태클에 성공하고, 상대 공격수들을 꽁꽁 묶어 두고, 클린시트를 기록하는 등 수비 자체에서도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당신은 이미 유명한 선수지만, 아직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프랑스 대표팀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프랑스 대표팀은 정말 특별한 곳입니다. 첫 대표팀 소집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제 용품 후원사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마침, 그 회사가 프랑스 대표팀도 후원하고 있었는데, 메시지에는 하트 이모티콘이 잔뜩 들어 있었어요. 그 순간 저는 완전히 흥분했습니다. 정말 미칠 것 같았죠. 저는 프랑스의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인 대표팀에 도착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선수들을 보고, 감독님을 보고, 분위기를 느끼는 순간, 이게 정말 엄청난 단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 이제는 진짜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게다가 대표팀 초창기에는 쉽지 않은 경기들도 있었습니다. 몇몇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데샹 감독님은 항상 저를 다시 불러줬습니다. 저는 그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한 번 실수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프랑스 대표팀의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합니다.
대표팀에서 느끼는 압박이 클럽보다 더 큰가요?
압박의 유형이 다릅니다. 프랑스 대표팀은 말 그대로 궁극의 목표 같은 존재예요.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나라 전체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짊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지켜보죠. 그래서 대표팀 유니폼은 정말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저는 대표팀 초창기에 그런 경험을 했어요. 프랑스 대표팀 경기 한 경기를 치르고 나면, 심지어 중요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경기라고 해도, 소속팀 경기보다 훨씬 더 지쳐 있곤 했습니다. 에너지를 전부 소모하는 느낌이었죠. 경기가 끝나면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아마도 대표팀 유니폼에는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꿈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저에게는 2006년의 지단에 대한 기억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들이 월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했을 때, 마치 프랑스 전체가 기쁨으로 폭발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 감정은 2018년 월드컵 우승 때보다도 더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물론 그건 제가 그때 더 나이가 많았고, 프로 선수가 되기 직전의 시기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니까요. 저는 언젠가 그런 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놀라운 선수단이 있습니다. 우리는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승하기 위해 갑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시즌 막판을 허리 통증과 함께 마쳤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대표팀 의료진과 함께 필요한 모든 치료를 받고 있어요. 충분한 휴식도 취하고 있고요. 월드컵에서 최대한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모든 것이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