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 5골 5도움
드리블 시도 89회, 성공 53회 (성공률 59.6%)
피파울 55회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의 1986년 월드컵은 여전히 독보적인 기념비로 남아 있다. 격렬하면서도 섬세했던 걸작은 하나의 선언이자 정점을 찍는 경기였다. 25세의 다부진 체격의 마라도나가 태클과 장애물을 헤쳐나가며 운명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 약간의 냉소까지 섞어가며 낭만적인 이상을 향한 광란의 질주를 이어가는 모습은 직접 보거나, 다시 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으로 참가해 서독에 0대2로 패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했던 알랭 지레스 “한 월드컵에서 저 정도 수준에 도달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 2022년의 리오넬 메시가 떠오르긴 하지만, 팀 내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격차는 그때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 펠레나 요한 크루이프도 마찬가지다.”
“1986년의 아르헨티나는 발다노와 부루차가 정도를 제외하면, 헌신적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웃음) 마라도나는 완전히 자신에게 헌신한 팀을 가지고 있었고, 엄청난 결의를 내뿜고 있었다. 당시 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개인플레이는 정말 대단했다. 과연 몇 명이나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플레이들이 절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모두 결정적이었다.”
마라도나는 1966년 이후 Opta가 월드컵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가장 경이로운 개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7경기에서 성공한 드리블 53회, 피파울 55회다. 어지러울 정도의 이 수치는 누구도 제대로 근접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바로 마라도나 자신이다. (1990년 대회에서 피파울 54회)
2위 선수들은 마라도나의 기록에 한참 못 미쳤다. 드리블에서는 소련의 이반 야렘추크가 16회로 세 배나 적었고, 피파울은 우루과이의 엔조 프란체스콜리가 27회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비교하자면 전성기 기준으로도 에덴 아자르(2018년 드리블 성공 36회)와 리오넬 메시(2014년 34회) 역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당시 대표팀 감독 카를로스 빌라르도는 마라도나의 창조적인 천재성과 동료들의 조직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걸기로 했고, 마라도나는 기대를 온전히 짊어졌다. 그는 현재까지도 단일 월드컵에서 5골과 5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유일한 선수다.
그리고 대한민국과의 첫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첫 장면만 봐도 대회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짧은 페인트로 두 명 사이를 파고들고, 상대를 끌어당긴 뒤 다시 폭발적인 가속으로 또 다른 두 명 사이를 돌파한다. 그러나 결국 오른쪽 발목에 강한 태클을 당한다.
마라도나는 수비가 훨씬 거칠게 허용되던 시대에 그런 플레이에 과하게 분노하지 않는 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막아서는 선수들을 다시 상대하기 위해 더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방향을 살린 퍼스트 터치, 폭발적인 발놀림, 때로는 아예 막을 생각조차 없는 듯한 상대들. 이런 장면은 너무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피파조차도 마라도나를 저지하려던 선수들의 불법적이고 종종 거친 태클 장면을 모아 3분이 넘는 영상을 따로 제작했을 정도다.
알랭 지레스는 덧붙였다. “수비수들이 그와 정면으로 마주하면, 대응할 준비를 하긴 했지만, 그의 발놀림이 너무 빨라서 자신들이 생각한 플레이를 끝까지 실행할 시간조차 없었다. 인상적인 점은 움직이는 그의 왼발이 마치 핀볼 기계 같았다는 것이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발동작이 너무나 빠르게 나왔고, 이어지는 스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른발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마라도나는 그 장면에서도 오른발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단 11초, 11번의 터치로 우아하면서도 전투적인 그의 커리어 가장 상징적인 플레이를 완성한다. 당시는 잉글랜드와의 뜨거운 8강전 54분. 불과 3분 전에 마라도나가 ‘손’으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이미 폭발 직전의 긴장 상태였다. 그러나 마라도나는 조금도 몸을 사릴 생각이 없었다. 중앙선 근처, 겉보기에는 평범한 볼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잉글랜드 미드필더 피터 비어즐리는 이렇게 회상했다. “마라도나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 그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공을 받았다. 등진 상태였고, 두 명의 선수가 바로 달려들고 있었다. 이론적이라면 원터치로 공을 내주거나, 등을 진 채로 시간을 벌면서 공간을 만들거나 자유로운 동료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마라도나는 ‘이론’이라는 것을 완전히 날려버렸고, 그를 막으려던 다섯 명의 잉글랜드 선수들도 함께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상대 선수 절반을 제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와 침투 움직임 이후 한 번의 터치로 마무리할 수 있는 선수를 상대로 과연 해법이 존재했을까?
결승전에서 마라도나를 강하게 밀착 마크했던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는 그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마라도나는 결국 결승골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가 빠르게 움직였을 뿐만 아니라, 생각과 시야 역시 누구보다 빨랐다. 그는 붙잡을 수 없는 존재였다.
알랭 지레스는 설명한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공을 받는 순간에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한발 앞서 나갔다. 그는 폭발적인 발놀림을 가졌고, 두려움이 없었다. 어떤 선수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드리블 패턴이 있지만, 그는 첫 터치에서 모든 걸 결정하고,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계속 이어갔다. 상대 수비수의 발 위치에 맞춰 플레이했고, 잉글랜드전 골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그런 장면이었다. 이런 건 타고나는 거다.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다. 본능이다.”
그것이 바로 1986년의 마라도나였다. 격렬할 만큼 본능적인 하나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