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부지런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상당히 게으른 사람이다.
의지력도 약하고 굳이 편한 길을 놔두고 힘들게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자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부지런한 사람이다.
이번 월드컵을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팀이 16강을 탈락을 한다고해도 나는 큰 아쉬움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부지런한 우리 선수들이 분명 최선을 다해서 뛸 것을 알기때문이다.
그저 2006년처럼 그저 몸만 열심히 뛰는게 아니라, 요즘처럼 똑똑하게 머리도 써가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16강을 못간다면 그저 운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의 수준이 이렇게 낮은가하는 생각도 든다.
날 냄비라고 불러도 좋다.
나중에 세계의 벽은 높았다라고 다시 말을 바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본 경기중에 우리나라 경기를 제외하고는 단 한 경기도 흥미진진하지 않더라.
단지 우리나라 경기였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에서 부지런한 선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월드클래스라는 팀의 경기력은 솔직히 허망했다.
그래! 개개인의 시야도 기술도 좋다는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잘난 척 홀로 드리블 하다가 공을 뺏기거나, 적당히 공을 커트해대는 플레이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 그것도 어쩌면 능력이 너무나도 좋아서 그렇게 단순한 움직임으로 큰 일을 해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게는 클럽팀에서의 경기가 더 재밌고 쉽게 이기는 첫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 중에 부지런한 선수들이 그런 능력좋은 선수를 받쳐주기 때문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은 이렇게 능력좋은 선수들만 모아놔서 부지런한 선수가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러니 드리블하다 뺏기고, 짧게 커트해내는 플레이만 눈에 보이고, 열정을 다해 뛰는 선수는 보기 힘들다.
능력이 좋은 선수가 잘하면 사람들은 그저 감탄을 할 뿐이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도 열심히 뛰는 선수가 잘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에 동화되어 절로 응원하게 된다.
왜냐하면 관중 하나 하나, 나 스스로도 그다지 큰 능력이 없는 사람이며, 그런 사람이 끈질긴 노력으로, 더 높은 위치의 사람을 누르고 성공하는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게 싸구려 질투심의 연장이거나 열등감의 표출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런 사람에게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 팀은 솔직히 감탄은 힘들지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다행히도 2002년 가장 부지런했던 선수가 지금 성공해서, 그만큼 부지런한 선수들을 이끌고 월드컵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그렇게 뛰어다녔는데도 16강에 진출못한다면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나중에 나중에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도, 메시, 카카, 호날두 같은 선수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들은 그런 선수에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이런 선수들보다 박지성같은 선수를 보고 싶다.
이기는 건 분명 기쁘다.
지는 건 분명히 싫다.
하지만 이겨도 설렁설렁 뛰거나 혼자서 날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져도 포기하고 주저않거나 그저 불만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이번 그리스전 처럼 모두가 하나되어 열심히 뛴다면 우리나라 월드컵 우승을 하지 못한데도,
난 언제나 즐겁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든다.
그래 우리는 꾸준히 이래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쭈욱 이랬으면 좋겠다.
내 작은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