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상제가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평소 하던 대로 지상 세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산도 바다도 나무도 풀도, 그 땅에 사는 사람들과
짐승들 곤충들과 벌레까지 다들 평화롭게
사는 듯 보였습니다.
그때, 한반도의 동쪽 산골에서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녀 둘이 다투는 소리였습니다.
"난 밝은 해가 좋아.
먼동이 틀 때도 아름답고,
중천에 떠있을 땐 세상이 다 밝고
해 질 녘은 또 얼마나 아름다워.
그러니 세상에서 해가 제일 좋아~!"
"아니야. 달이 제일 좋아.
얇아도 곱고 살쪄도 보기 좋고...
토끼 방앗간을 가슴에 품고
수많은 별들을 거느리고 밤하늘 헤엄치는
달이 더 좋아. 세상의 으뜸은 달이야~!"
이러며 두 소녀가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다투는 겁니다.
상제가 재미있어 그들 앞에 나타나서는
깜짝 놀란 소녀들에게 이렇게 물었지요.
"내가 무얼 해주랴?"
달만 있게 해 주세요~ 해만 있게 해 주세요~
당연한 대답들이 돌아왔지요.
상제는 미리 생각해 둔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내가 상제라도 이미 만들어진 자연의 섭리는
바꿀 수가 없단다. 그러나 새로 만들 수는 있지."
"그게 뭔대요??" 이구동성으로 묻는 두 소녀.
"너희들이 세상살이를 끝내면 넋은 은하수 건너
북두칠성 타고 올라오지만 몸은 땅에 남거든.
그 남은 몸이 하나는 달만 보는 꽃으로, 또 하나는 해만 보는 꽃으로 만들어 주마. 어떠냐?"
"좋아요~ 좋아요~"
소녀들이 세상살이를 끝내고 그 몸이 땅에 묻혔을 때,
해를 사랑한 소녀 자리엔 메꽃이 피었습니다.
달을 사랑한 소녀는 치매를 앓다가 떠나서 그런지
떠난 그 자리에 달맞이꽃과 낮달맞이꽃이
같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