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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자고 기쁘게 일하십시오 (팔로티회 사제서품미사 강론)

작성자Berardus|작성시간26.06.17|조회수2 목록 댓글 0

팔로티회 사제서품미사

2026. 06. 13. 월성성당

 

‘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소속의

노현욱 바울리노 부제님이 오늘 이 미사 중에

사제로 서품될 것입니다.

바울리노 부제님이 사제로 서품되어

하느님의 훌륭한 사제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이었고,

오늘은 ‘티 없으신 성모 성심 기념일’입니다.

티 없으신 성모 마리아께서 바울리노 부제가

거룩하신 예수 성심을 닮은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전구해 주시길 빕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도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을

본받을 수 있도록 다짐하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주교가 되기 전 신부일 때,

주말에 가끔 앞산에 올라가곤 하였습니다.

앞산 등산을 마치고 차를 마시기 위해 앞산

밑에 있는 ‘빨간 우체통 집’을 가끔 들리곤 하였는데,

그 집에서 바울리노 학생을 몇 번 보았습니다. 그

당시 아마도 초등학생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볼 때마다 착하게 보여서 저나 같이 갔던 수녀님들이

바울리노 학생을 보고 ‘신학교에 가면 좋겠다,

신부님이 되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신학교에 가긴 갔는데,

우리 교구 신학교에 가질 않고, 저 멀리

폴란드에 있은 신학교에 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는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바울리노 학생은 팔로티회 폴란드 관구에

입회하여 오랫동안 학업과 수련 과정을 마치고

오늘 드디어 사제로 서품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팔로티회 폴란드 관구장 신부님과

신학교 학장 신부님을 비롯하여

여러분들이 이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주대교구의 옥현진 대주교님까지 함께하셨습니다.

 

사실 교구 사제가 되든, 수도회 사제가 되든,

그리고 국내에 살든, 외국에 살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제가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바르게 살며,

하느님의 일을 기쁘게, 그리고 성심을 다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천주교 사도직회를 창설한

빈센트 팔로티 성인께서는 1963년 1월에,

즉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성인이 되셨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보 성인이었다고 합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친교의 공동체라는 것,

그리고 모든 신자가 사도직의 소명을 가지고 있다는

팔로티 성인의 그 정신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팔로티 성인의 정신을 오늘날 교회와

우리들이 잘 이어받아서 실천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2,24-26)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24)

 

이 말씀은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말씀이고,

무슨 뜻인지도 잘 알고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말씀은 한마디로 말해서 ‘죽어야 산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순리이기도 합니다.

씨앗을 땅에 심었을 때, 그 씨앗이 죽지 않고

그냥 남아 있으면 싹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씨앗이 썩어 죽으면 거기에서 싹이 나오고

줄기가 되고 가지가 되어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하신 유명한 말씀 아시죠?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즉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혼식을 올릴 때

신랑이 입는 옷은 통상 검은 턱시도이고,

신부가 입는 옷은 흰 드레스입니다.

 

검은 턱시도를 입는 것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멋있어 보여서 입습니까? 아닙니다.

신랑이 결혼식 날 검은 턱시도를 입는 것은

‘이제 나는 당신한테 죽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부가 결혼식에 흰 드레스를 입는 것은,

‘당신한테 백기를 들었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백기를 든다는 것은 항복한다는 뜻입니다.

항복하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제가

검은 수단을 입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세상에 대해서 죽었다는 뜻입니다.

세속의 욕망과 욕심을 끊어버리고 살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할 때 사제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행복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삼요’를 아십니까?

 

어린이들의 ‘삼요’는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라고 합니다.

뭘 하라고 하면 ‘싫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뭘 물어보면 ‘몰라요.’하고 대답합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물으면 ‘그냥요.’하고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MZ세대의 ‘삼요’는 무엇인지 아시지요?

‘이걸요? 제가요? 왜요?’입니다.

한 마디로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느냐?’ 하고

매번 따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참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재작년 9월에 ‘앗 리미나’라고 하는

사도좌 정기 방문을 위해 한국의 모

든 주교님들이 로마를 다녀왔습니다.

교황청에서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는 날에,

지금은 하느님 나라에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 몇 말씀하시고 난 뒤에

우리더러 질문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주교님께서 질문하기를,

“어떻게 하면 주교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교황님께서 대답하시길,

“잘 먹고 잘 자고 기쁘게 일하십시오.”라고 하셨습니다.

 

잘 먹고 잘 자는 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는데,

늘 기쁘게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사제는, 하느님께서 불러주셨지만 본인 스스로

응답하여 이 길을 가는 것이기에, 기쁘게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바울리노 부제님이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던 것처럼,

매 순간 “앗숨(Ad Sum)” 하면서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포콜라레 운동의 모토 중에

“항상, 즉시, 기쁘게”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즉시, 기쁘게” 살도록,

쉽지는 않겠지만, 늘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성모님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티 없으신 성모 성심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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