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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과 뮤즈

청율아트홀을 찾아오신 가을 손님, 안지환 교수의 <데이지 꽃>

작성자이성준|작성시간10.11.05|조회수552 목록 댓글 3

청율아트홀을 찾아오신 가을 손님,

안지환 교수의 <데이지 꽃>

 

            

                                                                                                                   Jewell Burns, <Hiding among the Daises>

 

    지난 10월 11일, 청율아트홀에서 현대 영미시로의 두 번째 여행인 <안중은 교수의 두 번째 영시 여행>이 시작되었다. 강연이 끝난 후 귀한 초대공연이 있었는데, 신라대학교 교수이시면서 그랜드오페라 단장인 성악가 바리톤 안지환 님이 오셔서 주옥과 같은 명가곡을 불러 주셨다. 그 날 연주된 가곡들은 총 네 곡으로, 다음과 같았다.

- 포스터(Stephen Collins Foster)작, <꿈길에서:Beautiful Dreamer>
 -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 작, <데이지꽃:The Daisies>
 - 슈베르트(Franz Schubert) 작, <세레나데:Staendchen>
 - 시크릿 가든-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곡, '바버'의 <데이지꽃>은 안 교수님의 간단한 곡목 소개말씀이 있었다.
 이 곡 <데이지꽃>은 안지환 교수님이 재작년 부산 문화회관에서 비슷한 이름을 가진 대중가수 안치환 님과 함께 <두 남자의 음악이야기>라는 조인트 공연을 하실 때 선보였던 곡이기도 하다.
<데이지꽃>은 흔히 '서양들국화'로 알려져 온 꽃으로, 매년 가을이 되면 유럽의 들판과 산록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인데, 10월 하순 깊어가는 가을철을 맞아 귀하신 가을손님이 오셔서 영시를 공부하는 우리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데이지꽃 노래 한다발과 함께 안겨주고 가신 것이다.
 이에, 안지환 교수님이 불러 주신 '사무엘 바버'의 가곡 <데이지꽃>에 대한 안내와 해설을 실어 본다.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는 미국 작곡가 중에서 새로운 어법이나 유행에 맹목적으로 탐구하지 않고 전통 낭만주의적 어법을 고수하면서 뚜렷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인물이다. 그는 '펜실바니아(Pennsylvania)'주의 '웨스트 체스터(Westerchester)'에서 1910년 3월 9일에 태어났다.
 그의 이모는 알토 가수였으며, 이모부 또한 음악가였다. 그는 이 두 사람으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익혔다. 그는 이미 열 살 때에 오페라를 작곡하는 등 음악(특히 성악곡) 작곡에 큰 재능을 보였다.
 그는 열 네 살에 '커티스 음악원(Curtis Institute of Music)'에 입학하여 체계적으로 음악 지도를 받았다. 이 시기에 그는 길고 서정적인 선율과 낭만적인 가사 운용, 평이하면서도 깊은 정서가 배어나는 관현악법 등 자신만의 작곡 기법을 확립하게 되었다.

 그가 최초로 지은 곡들은 일련의 가곡으로, 작품 1의 <도버 해변:Dover Beach>와, 작품 2번의 노래 <데이지:The daises>가 있다. 이 작품들은 오늘날 그의 성악곡들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다.
 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가서 성악공부를 더 하여 한때 현지에서 바리톤 가수로도 활동하였으며, 1935년 <로마 대상:Grand Prix de Rome>을 수여받고 로마에서 2년 간 공부하기도 하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에 공군에 자진 입대하여 전선 후방에서 음악으로 군인들의 사기를 고취하였는데, 육군 항공대의 위촉으로 작곡한 <교향곡 제 2번>은 비행기 폭음과 대피를 알리는 라디오 시그널 음악을 효과음으로 사용하는 등 전쟁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는 평생 지기로 같은 미국 동년배 작곡가 '메노티'와 사귀었는데, 그의 도움을 받아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록 근처에 집을 얻어 <염소자리:Capricorn>.라고 이름을 붙이고 거주하였다.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전원의 풍경 속에서 그는 걸작 대부분을 작곡하였다. 그 때 지었던 대표곡으로 <녹스빌-1915년의 여름:Knoxville-Summer of 1915>, <隱者의 노래:The Hermit Song> 등이 있다.
 그는 1966년 이후 거의 작곡을 하지 않다가 1981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Lao Chun, <Daisy Fields>

 

 그의 음악은 다분히 19세기적으로 보수성을 띠고 있다. 그는 이른바 <20세기의 브람스>라고도 불려진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복고적이고 낭만적이다.

그의 작품에는 낭만주의적 서정미가 풍부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바로크 양식에서 현대 음악에 이르는 여러 기법을 두루 통용하면서도 선율 속에 고전적 기품이 용해되어 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으로는 영화 <플래툰:Platoon>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된 <현악기를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 작품11>로, 이 작품이 1938년 '토스카니니(Toscanini)'의 지휘로 초연되어 세계적인 청중의 애호를 받게 되었다.

 그의 음악작품 중에서도 성악곡은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 그의 가곡들은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정신의 바탕 위에 전통적 요소와 새로운 원리를 잘 융화시킴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화성진행과 함께 효과있는 색채감을 나타내 줌과 동시에 서정적이고 매혹적인 선율과 화음으로 우리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다.
 그의 성악 작품은 모두 106곡으로, 그 중에서 38곡만 출판되었다.

 

 

 

 In the scented bud of the morning O,
 When the windy grass went rippling far!
 I saw my dear one walking slow
 In the field where the daises are.

 

 We did not laugh, and we did not speak,
 As we wandered happ'ly, to and fro,
 I kissed my dear on either cheek,
 In the bud of the morning O!

 

 A lark sang up, from the breezy land;
 A lark sang down, from a cloud afar;
 As she and I went, hand in hand,
 In the field where the daisies are.
 

  향기로운 싹이 돋아나는 아침 오,
 바람에 잔디가 물결칠 때!
 내 사랑하는 이가
 데이지 꽃밭 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네.

 

 우리는 웃지 않고 말하지도 않았네.
 이리 저리 행복하게 걸으며,
 나는 사랑하는 이의 양 볼에 키스했네.
 싹이 돋아나는 아침에 오!

 

 산들바람 부는 곳에서, 종달새가 한껏 노래 부르고;
 구름으로부터 먼 저 곳에서, 종달새가 나지막하게 노래하네;
 그녀와 나는 서로 손을 잡고 걸었네,
 데이지 꽃밭 속을.

 

 원 시의 저자 '제임스 스티븐스(James Stephens:1850-1922)'는 아일랜드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아일랜드의 신화나 전설

을 소재로 <아일랜드 설화 이야기:Irish Fairy Tales>를 쓴 인물이며, 그의 소설들 또한 모국의 설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는 시집 <반란:Insurrections>, 소설 <제왕과 달:Jings and the Moon> 등을 남겼으며, 여기에 등장한 시 <데이지>는 그가 1913년에 발표한 시집 <여기에 여인들이:Here Are Ladies>에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그가 초년시절 작곡한 작품 2의 세 곡, <데이지:The Daises>, <연민이 내 가슴 속에 가득하네:With rue My Heart is Laden>, <짧은 머리의 베시:Bessie Bobtail>의 세 곡 중 첫 번 째의 곡으로, 짧고 간단하며 어여쁜 소품이다.
 이 곡은 앞서 서술하였듯이 '커티스 음악원' 재학 시절인 1927년에 쓰여졌다. 전통적인 조성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그의 처녀작답게 짧고 단순하면서도 상큼한 사랑 이야기가 잘 표현된 아름다운 곡이다. 곡 전체가 하나의 수채화처럼 가사의 내용을 소박한 선율로 잘 드러내고 있다.

 곡은 3부 형식으로 나누어지며, 처음 부분은 연인이 혼자 꽃밭을 거닐고 있는 모습을, 중간 부분은 주인공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가서 사랑의 키스를 하고, 종달새가 오르내리며 노래하는 모습을, 끝 부분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꽃밭을 거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곡의 조성은 바장조이며, 중간 부분에서 내림마장조로 옮겨졌다가 원래의 조성으로 마쳐진다. 곡의 악상기호는 Allegretto con grazia(빠르고 우아하게)이며, 작곡가에 의해 'tenderly(상냥하게)'라는 영어 지시어도 쓰여져 있다.
 곡의 주요 멜로디와 리듬은 반복되며 비교적 쉬운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서정미와 서사성이 적절하게 표현된 원 시의 정조가 그대로 작곡가의 손으로 보듬어져, 아름다운 초원의 풍경과 함께 사랑하는 두 연인의 사랑의 감정 또한 잘 그려져 있는 곡이다. 곡의 멜로디는 우아하고 구김없이 연결되어 '노래하기' 보다 '읊는' 식으로 부르는 편이 훨씬 더 감흥에 어울리는 편이다.

 

 

   Edward Wilkins Waite, <The Daisy Field, Fittlewirth>

 

 첫 멜로디는 곧 이 가곡의 주제 멜로디가 되는데, 동요의 단순함을 가지고 "미파솔라파 미레솔미"의 음으로 "향기로운 싹이 돋아나는 아침"을 노래한다. "내 사랑하는 이가"에서 작곡가는 '사랑하는 이(dear)'를 가장 높은 음(f음)으로 제시하면서 멜로디의 정점에 올려놓는다. 이러한 표현은 곡의 말미에 'she'라고 하는 부분에서 또 다시 보여지며 시적 화자가 연인에 대해 느끼는 간절한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이 도입 부분은 시적 화자가 연인과 함께 서 있는 초원과 꽃밭의 전체적 풍경을 묘사하는 듯 잔잔하게 흐른다.
 이윽고 "바람에 잔디가 물결칠 때"라는 대목에서는 바람에 흔들려 물결치는 들판의 모습을 자연스러운 선율로 노래한다. 잠시 멜로디가 흐트러지면서 느려지는데, 주인공이 연인을 들판에서 발견하여 그 기쁨과 반가움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작곡가는 포코 리타르단도(Poco ritardando:조금씩 느리게)와 크레센도(Crescendo:점점 크게)와 데크레센도(Decrescendo:점점 작게)를 써서 이 빛나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어서 "데이지 꽃밭 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네."라고 감정을 섞어 낭랑히 부르면서 도입부의 초원 분위기가 재현된다.

 

  다시 원래 빠르기로 돌아와 "우리는 웃지 않고 말하지도 않았네."라고 마무리를 짓고는, "이리 저리 행복하게 걸으며 나는 사랑하는 이의 양 볼에 키스했네."에서 다시 곡은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가슴 떨리는 순간과 흥분된 마음을 낮은 음에서부터 스타카토(Staccato)로 계속 상승시키면서 점점 커지게 한 뒤 여린 음으로 마무리하여 사랑의 용솟음치는 감정을 잘 표현해 놓고 있다. 특히 '볼(Cheek)'과 '그녀(she)'에 해당하는 음표는 일부러 약간 늘려(tenuto) 부르게 해 노래의 멋이 배가(倍加)되고 있다.

 곡은 두 사람의 시선에 따라 땅에서 하늘로 움직이고, 또 다시 먼 곳으로 이동한다. 두 손을 잡은 연인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사랑의 맹세를 하늘에 새기듯 올려다본 후 종달새의 노래에 마음을 실어 그 새를 따라 주위를 돌아보는 듯 한 풍경이 그려진다. 

                                            Jan Griffiths, <Descending Lark>


 

 두 연인에게 감정이입된 종달새의 노래 소리는 밝고 고양되어 있다. 이를 피아노 반주에서는 짧은 꾸밈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의 소리는 비교적 크고 명쾌하나, 다시 한 번 등장하는 종달새의 노래에서는 작게 울린다. 즉, 앞 부분의 종달새는 하늘로 솟구치고 있으며, 뒷 부분의 종달새는 땅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조되는 시의 가사를 작곡가는 매우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데, 피아노 반주 또한 올라가는 새의 부분에서는 상행진행을, 내려오는 새의 부분에서는 하행진행을 그리고 있다. 특히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종달새를 표현하기 위해 피아노 반주는 한 옥타브 낮은 음을 울리고 있다.
 이제 다시 첫 부분의 분위기로 되돌아와, 풍경 속을 거니는 연인의 행복한 모습을 담으며 조용히 마쳐진다.

 


 작곡가 '바버'의 어머니 '마거리트 맥로드 베티(Marguerite McLeod Beatty)'는 알토 가수로 활동했던  '루이즈 호머(Louise Homer)'의 여동생이었는데, 집안 식구들은 그녀를 '데이지(Daisy)'라고 불렀다. 작곡가 '바버'가 생애 첫 가곡의 제목을 '데이지'로 정한 것이 아마 어머니의 별칭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데이지 꽃:The Daisies> : 바리톤 Jean Antoine Ferrali

 

 

 

첨부파일 사무엘바버 데이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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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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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성태예요 | 작성시간 10.11.07 전문가만이 쓰실 수 있는 차원높은 글입니다. 우리 카페에서는 실명으로 바꿔 주세요...
  • 작성자김건이 | 작성시간 10.11.10 우와~정말 대단하십니다.못 들어서 아쉽네요~~풍부한 해설에 감사합니다.
  • 작성자정경희 | 작성시간 10.11.15 멀리서 찾아오셔 귀한시간-멋진 노래로 가을을 느끼게하셨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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