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시와 노래 (3) - 카사레오와 토스티의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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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Serenata
Giovanni Alfredo Cesareo
Vola, o serenata:
Splende Pura la luna,
Vola, o serenata,
Vola, o serenata:
L'onda sogna su 'l lido,
Vola, o serenata, |
세레나데
지오반니 알프레도 카사레오
날아라, 오 세레나데여:
빛난다 맑은 달이, 맑은 달이 빛난다.
날아라, 오 세레나데여,
날아라, 오 세레나데여:
파도는 해안에 대해 꿈꾼다,
날아라, 오 세레나데여, |
이탈리아 대중 가곡을 칸초네(Canzone)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 특히 183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 나폴리에서 유행했던 가곡들을 '칸초네 나폴레타나(Canzona Naoplitana)'라고 한다. 이 가곡은 청명한 달밤, 기타나 바이올린 등의 단순한 반주로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세레나데의 형태로 불려졌다. 이들 노래의 대표곡을 들자면 <오 나의 태양:O Sole Mio>,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 <산타 루치아:Santa Lucia> 등을 들 수 있다.
1830년대부터 나폴리에서는 피에디그로타(Piedigrotta) 페스티벌 시기에 가곡 경연대회를 열었고, 이 대회를 통해 주옥같은 노래들이 탄생하였다. 피에디그로타는 "작은 동굴 앞에서"라는 뜻으로, 옛 로마시절의 터널 입구에 있는 성모 교회당의 이름이기도 하며, 이 교회당 앞의 광장에서 경연이 펼쳐진 것이다.
Piedigrotta 교회당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시인을 찾아 가사를 의뢰하고, 작곡가가 그 가사의 정서를 살려 작곡해 제출해야 하였다. 나폴리 향토 시인들을 포에타 디알레탈레(poeta dialettale)라고 하여 대부분 아마추어 시인이었다. 작곡가 또한 캄파냐(Campania) 태생의 무명 음악가들이 지었다. 알프레도 카사레오(Giovanni Alfredo Cesareo:1861-1937)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었고, 이 시가 당대의 대 작곡가 토스티(Francesco Paolo Tosti:1846-1916)에게 건네져 아름다운 노래로 탄생한 것이었다. 1888년의 일이었다.
작곡가 토스티는 아드리아해 연안 아브루치(Abruzzi)의 작은 도시 오르토나(Ortona) 태생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재능이 출중하여 11살 때에 베드로 대성전 소속 왕립 음악학교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메르카단테(Saverio Mercadante)를 스승으로 작곡과 바이올린 등을 배웠다. 그러나 평소에 병약하였고 가난까지 겹쳐 공부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러던 중 로마에서 만난 작곡가 샴바티(Giovanni Sgambati)를 만나면서 운명이 바뀌었는데, 젊은 음악도의 재능을 알아본 그 작곡가가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재정적 후원까지 맡게 된 것이었다. 샴바티는 마르게리타(Margherita) 공주 앞에서 토스티의 공연을 보였으며, 그 공연으로 인해 토스티는 왕립 음악원의 성악교수로 임명되었다.
1875년에 토스티는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 곳에서 명예와 재산을 얻은 그는 활발한 작곡활동을 벌였다. 그의 오페라 <For Ever and For Ever>는 성황리에 공연되었으며, 그 외 여러 작품들도 평판이 좋았다. 그는 매년 12곡씩 가곡을 작곡해 출판하였다. 1894년 그는 영국 왕립 음악원의 교수가 되었고, 1906년에는 영국 시민권을 받았고, 친분이 두터웠던 에드워드(Edward) 7세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얻었다. 그는 1913년 이탈리아로 돌아와 1916년 세상을 떠났다.
토머스 모란(Thomas Moran) 작, <베니스의 달빛>
토스티의 가곡들은 가볍고 온화하며 정서적으로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유려(流麗)하고 평명(平明)한 하모니에 서정시의 정감을 그대로 불러내는 듯한 선율로 그는 이탈리아 가곡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노래들은 1890년에서 1914년 사이의 벨 에포크(Belle Epoque:좋은 시대)에 특히 인기를 끌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세레나데:La Serenata>, <이별의 노래:Chanson de l'Adieu>, <4월: Aprile>, <이상(理想):Ideale>, <비밀:Segreto>, <슬픔:Tristezza>, <기도:Preghiera> 등이 있다.
이탈리아인의 정서는 소박하고 활달하다. 그 낙천적인 심성은 그들의 노래에 그대로 반영되어 음률이 밝고 명랑하다. 이탈리아 가곡은 격식을 갖추어 콘서트 장에서 부르기 보다 기타나 아코디언 따위를 둘러메고 연주하면서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린다. 프랑스와 독일의 가곡들은 정서를 억제하거나 내면화시키는 반면, 이탈리아의 노래들은 그대로 터뜨리고 드러낸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따라 부르기 좋다.
안지 가너(Angie Reed Garner) 작, <luna landscape:달빛 풍경>
위의 노래에서 청년은 사랑하는 이의 창가에 서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탈리아 청년의 순수와 정열이 애인의 밤잠을 깨운다. 청년은 악기를 연주하며 우렁차고 당당하게 사랑의 고백을 전한다. 그 태도에는 어떤 망설임도 없고 그 가사에는 아무런 은유의 꾸밈도 없다.
곡은 청년이 세레나데를 사랑의 전령사로 삼아 높이 띄우면서 시작된다. 주인의 목소리를 날개삼아 세레나데는 애인의 창가를 두드린다. 그러나 이미 여인은 잠자리에 들었다. 청년은 여인을 깨우려는 듯 연거푸 세레나데를 날린다. 달이 중천에 떠오르면 발코니 아래 즉석으로 꾸며진 공연장이 밝게 빛난다. 환해지고 어수선해진 바깥 풍경에 여인은 침상에서 일어나 발코니 창문을 연다. 그러나 여인은 쉽게 마음의 창문을 열지 않는다. 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청춘은 한창이고 밤은 깊다. 여인이 침대로 돌아간 후에도 청년은 계속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 노래는 나폴리 해변의 파도가 되어 해변을 속삭이고, 가벼운 서풍이 되어 나뭇잎들을 흔든다. 달빛 아래에서 청년은 그렇게 심장고동 소리 같은 사랑의 메시지를 밤새도록 부른다.
페데리고(Andreotti Federigo) 작, <세레나데>
달빛은 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는 객체도 아니고, 시적 화자의 소망을 투영하는 동병상련의 반려자도 아니다. 이 시와 노래에서 달빛은 청년의 애정을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고백의 장면을 꾸며주는 무대장치일 뿐이다. 그런 탓에 이 노래에서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연도 포함되지 않았다. 오직 화자와 청자, 청년과 여인의 교감이 있을 뿐이다. 단순하고 반복되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이 노래를 통해 우리는 사랑의 성취에 대한 하나의 진리를 얻는다. 즉,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사색과 고민의 밤을 보내지 말고, 곧바로 연인의 창가에로 달려가 열정과 순수로 감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순하고 용기 있는 행동에 여인은 마침내 감복할 것이고, 사랑을 이룬 두 남녀를 달빛 또한 축복할 것이다.
(연주자 소개)
테너 카를로 베르곤찌(Carlo Bergonzi)
에도아르도 뮐러(Edoardo Mueller) 지휘, 로마 가극장 관현악단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