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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과 뮤즈

소심한 청년이 연인에게 바치는 헌사, 슈베르트의 <아침인사>

작성자이성준|작성시간11.01.02|조회수469 목록 댓글 1

소심한 청년이 연인에게 바치는 헌사, 슈베르트의 <아침인사>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소녀>를 지었던 당시의 '슈베르트(Schubert:1797-1828)'는 부끄럼타고 감수성이 많은 스물 세 살 청년이었다. 가사를 지었던 '빌헬름 뮐러(W lhelm M ller:1794-1827)' 또한 비슷한 나이의 수줍은 시인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만난적은 없었다. 작곡가가 우연히 친구집 서재에 놓인 시집을 보고 가져와서 연가곡을 짓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술혼은 불타오르는 청년의 상념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스무 편의 가곡들이 영롱한 구슬처럼 꿰어져 탄생하였다. 곡 하나 하나가 지극히 아름다우며 또한 슬프다. 그러나 그 슬픔은 순수하고 청아하다.

 

 1821년의 '슈베르트'

 

 일과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난 한 견습생은 시냇물의 인도로 한 물방앗간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어여쁜 소녀를 만나고 한 눈에 반하여 정착했다. 소녀의 호감을 얻기 위해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콧대높은 소녀는 그를 본체 만체하며 냉정하게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된 일을 마치고 일꾼들이 식당에 모여 있을 때 소녀가 나타나 청년에게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평안히 주무세요"라고 전하고 돌아갔다. 그 날 이 소심한 청년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침상을 벗어나 하늘을 보고 별에게, 벌판을 보고 꽃에게, "소녀가 내게 전한 말은 진심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의 두 낱말로 되돌아왔다. 그는 다시 길동무였던 시냇물에게 물어보았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맞을까?" 하지만 시냇물은 말없이 청년 앞을 흘러갈 뿐이다.

 

Morgengruß

 Guten Morgen, schoene Muellerin!
 Wo steckst du gleich das Koepfchen hin,
 als waer dir was geschehen?
 Verdrießt dich denn mein Gruß so schwer?
 Verstort dich denn mein Blick so sehr?
 So muß ich wieder gehen.

 

 O laß mich nur von ferne stehn,
 Nach deinem lieben Fenster sehn,
 von ferne, ganz von ferne!
 Du blondes Koepfchen, komm hervor!
 Hervor aus eurem runden Tor,
 ihr blauen Morgensterne!

 

 Ihr schlummertrunknen  Aeugelein,
 Ihr taubetrubten Bluemelein,
 Was scheuet ihr die Sonne?
 Hat es die Nacht so gut gemeint,
 Daß ihr euch schließt und bueckt und weint
 Nach ihrer stillen Wonne?

 

 Nun sch ttelt ab der Trauume Flor,
 und hebt euch frisch und frei empor
 in Gottes hellen Morgen!
 Die Lerche wirbelt in der Luft;
 und aus dem tiefen Herzen ruft
 die Liebe Leid und Sorgen.
 

 아침 인사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물방아간 소녀여!
 당신은 그 작고 예쁜 머리를 어디에 숨기고 있었습니까,
 나의 인사가 그대를 화나게 했는지요?
 아니라면, 어떤 일이 당신에게 일어나 기분이 상했는지요?
 나의 빛나는 시선이 그대를 방해하였는 것은 아니었는지요?
 그렇다면, 나는 이 곳을 떠나야 합니다.

 

 오, 단지 나를 멀리서 바라보고 서 있게라도 해 주세요,
 당신이 서 계신 사랑스런 창문을 볼 수 있도록,
 멀리서, 아주 먼 곳에서라도,
 푸른 아침의 별들이 빛날 때
 당신의 금빛 작은 머리를 내 보여 주세요!
 둥근 창살 바깥으로 보여지도록!

 

 잠에 취한 듯 떠 있는 귀여운 두 눈이여,
 이슬을 머금어 슬픈 듯 어여쁜 꽃이여,
 그대는 태양을 왜 두려워 하십니까?
 밤이 달콤하고 좋지 않았습니까, 그대여?
 밤의 고요한 즐거움을 느낀 후에 슬픈 나머지
 창문을 닫고 침대에 몸을 굽혀 울었습니까?

 

 이제 그 꿈의 베일을 흔들어 벗어 버리세요.
 그리고 신선하고 자유롭게 몸을 들어 올리세요.
 하늘이 축복하신 화창한 이 아침에
 공중에서 종달새가 솟아오르며 약동하듯
 깊은 나의 마음 속에서
 사랑과 고뇌와 근심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잠을 설친 청년은 새벽녘에 일어나 물방앗간 앞 시내에서 세수를 하고 고개를 돌렸다. 눈부신 햇살이 방앗간 이층 창문을 비추이는데 그 사이로 금빛 머리칼이 살랑거렸다. 소녀였다. 그녀가 창문을 열어 놓고 창문턱에 팔을 기대고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아침햇살에 비쳐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를 청년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발은 달려가고자 하고 입은 말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부끄러운 심사가 그 청년을 얼어붙게 하였다. 소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정신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가 머리를 돌려 청년을 바라본 후 살짝 눈인사를 건넸다. 청년은 겸연쩍고 무안하여, 건성으로 인사를 받은 후 뒷걸음하며 물러났다. 청년은 멀찌감치 숨어 소녀를 바라보며 자책과 후회에 빠진다. "왜 사랑하는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하지 못했는가? 바보처럼 말 한 마디 못하고…"  청년은 소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간곡한 사모의 마음을 독백으로 전한다.

 

                                                                                                                  '빌헬름 뮐러'의 초상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창문 앞의 연인의 발코니로 기어 올라가 적극적으로 사랑의 언사를 전한다. 그러나 젊은 방랑자 청년은 고작 먼 발치에서 그녀의 창문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청년이 전하는 헌사(獻詞)와 찬미는 극진하고 절실하다.

 빛나는 아침에 창 밖의 연인에게서 감미로운 '아침의 인사'를 듣는 여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 곡의 정경은 사랑을 갈구하는 청년을 그린 가장 헌신적인 장면인 동시에, 낭만적인 연애를 원하는 모든 여성이 꿈꾸는 로망이기도 하다.

 

 

 '고흐(Gogh)'가 그린 <물방앗간>

 

 유절가곡이지만 각 절마다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다. 1절에서는 그녀가 싫다면 되돌아 갈 수밖에 없으나 차마 발을 돌려 고향으로 갈 수 없는 심정이 차분하게 보여지며, 2절에서는 청년을 애태우는 창문 앞 아가씨의 모습을 멀리 떠 있는 새벽별의 표상으로 비유하고 있으며, 3절에서는 그 표상이 이슬에 젖은 꽃들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4절은 끓어오르는 청년의 연정을 종달새에 견주며 애태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소녀>, 여덟 번 째 곡 <아침 인사:Morgengruß>는 이러한 사연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서정노래집의 결말은 사냥꾼을 사랑해버린 소녀에게 버림받은 청년이 시냇물에 빠져 자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사의 줄거리나 곡 전체의 플롯은 연정에 빠진 청년의 숭고한 비애와 안타까운 죽음으로 되어 있으나, 곡은 그다지 슬프거나 비통하지 않다. 이슬처럼 투명한 피아노 반주에 실려 나오는 이 노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온화하여, 가사를 모르는 이에게 기쁨과 행복에 겨운 청년의 연가로 들리게 할 정도이다. 다만, 이 가곡들을 연거푸 들어보고 곱씹어 감상한 후에 그 고운 가락에 스민 애상과 정한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물방앗간 청년>과 <겨울 나그네>, 그리고 <하프타는 노인> 등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모두 소박하고 건실한 꿈을 지니고 있으나 사랑하던 이로부터 배신당하고 삶의 의욕을 잃고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창조한 '슈베르트' 또한 정서와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값진 음악선물을 아낌없이 주고 세상을 떠난 그는 '사랑과 예술의 우편배달부'였다.

 새해 아침을 맞아 향기롭고 진한 한 잔의 허브차를 마시는 느낌으로, 이 사랑스럽고 고운 예술가곡 한 자락을 감상한다면, 이번 정초의 매서운 한파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주 : 테너 -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ier) 피아노 반주 - 발터 올베르츠(Walter Olbertz)

 

첨부파일 슈베르트의 아침인사.hwp

 

첨부파일 아침인사 악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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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성태 | 작성시간 11.01.02 이 좋은 글들이 카페 첫화면 왼쪽의 공란을 채우고 비어있는 동영상 칸이 오른쪽으로 밀려나면 좋지 않겠어요?
    그리고 아직 동영상이 아무 것도 없으니 이성준 쌤이랑 회원님들이 좀 채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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