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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똑같이 사랑할 수 없다면, 내가 더 많이 사랑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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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e Loving One
Wystan Hugh Auden
Looking up at the stars, I know quite well How should we like it were stars to burn Admirer as I think I am Were all stars to disappear or die, |
더 많이 사랑하는 이
위스턴 휴 오든
우러러 별보며 나 알고 있나니 과연 어떨까, 우리가 감당 못할 정열로 내 비록 무심하기 짝이 없는 별들을 별들이 모두 사라지거나 죽어 간다면 |
(출처) <Homage to Clio> by W. H. Auden, published by Random House(1960)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들은 사랑을 위해 만나고, 사랑 때문에 함께 한다. 그런데 그 둘 중 한 사람이 만남을 주도하고, 또 한 사람은 그에게 이끌려 간다. 타인들에게는 불평등하게 보이는 관계이나, 당사자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서로 동등한 입장을 가진 연인들이라도 만남과 선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 쪽이 먼저 제안을 하면 다른 쪽이 그것을 따른다. 마치 시소를 타듯 연인들은 서로에게 기대다가 서로를 받춰 주며 서로를 아끼고 위한다.
그런 연인의 사이에서 사랑을 더 많이 베푸는 쪽이 반드시 있다. 그는(혹은 그녀는) 상대방에 대하여 약자이며 수동적으로 따르는 쪽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결코 적게 가진 자가 약자가 아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은 영화를 양보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위해 식사비용을 대 준다. 그는 사랑에 포로가 된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의 본분은 복종과 헌신이다. 연인을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내어주는 그(그녀)는 종일 상대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는 그를 집까지 데려다준 후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그런 까닭에 적어도 사랑의 법칙 앞에서는 강자와 약자가 뒤바뀐다. 일반적으로 더 많이 가진 자, 더 많이 베푸는 자가 강자였으나,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관계에서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변하지 않고 이어진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사랑을 덜 주고 더 주고의 정도에 따라 강자와 약자의 사이가 계속 뒤바뀐다. 사랑의 마음은 항구하나 그 표현의 정도는 항상 변하는 것이 연인들 사이의 관계이다.
예전에는(적어도 10여 년 쯤 전까지는) 남성이 약자의 노릇을 도맡아 했다. 대체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력이 우위였기 때문에 힘없는 여성을 보살피고 돌볼 의무 같은 것이 있었다. 직업이나 능력에서 남녀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경향은 한동안 계속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비록 남성이 약자의 역할을 계속 담당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의식과 경향은 남녀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를 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 태생의 미국 시인 오든(Auden:1907-1973)은 가장 고귀한 사랑의 대상으로 별을 택하였다. 그 별은 무심하고 멀리 있으나, 그치지 않는 정열로 그 빛나는 눈을 시인에게 계속 던지고 있다. 별이 전해주는 사랑의 인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간곡하기에 그 별 앞에서 인간들의 불충한 사랑을 반성하고 있다. 나는 별들만큼 간절하게 사랑을 갈구한 적이 있었던가? 별을 바라보며 기도하듯 사랑에 매진한 적이 있었던가?
시인은 별의 한결같은 사랑의 정신을 배울 것을 권한다. 사랑하는 이의 덕목으로 '상대보다 더 큰 사랑'을 주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그 행위가 무조건적이고 비대칭적이며 온전한 헌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체면과 위선을 벗어 던지고 먼저 다가가고 우러르며 사랑하는 이를 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성현과 위인들은 이미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고 간 사랑의 약자들이었다. 진실한 사랑, 후회 없는 사랑을 하고 싶으면 인생 최대의 선물인 사랑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존재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