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봄비 】
봄비가 내린 후면 눈 맞춤할 게 많지. 물기 머금은 거무죽죽한 땅의 틈새로
불쑥불쑥 솟아난 새싹들-. 아가의 잇몸을 뚫고 돋아난 새하얀 치아 같은-.
구멍에서 나와 행렬을 지어 햇빛 속으로 기어가는 개미 떼들......
날렵한 허리, 더듬이, 다리들을 보아, 아직도 겨울잠이 덜 깬 듯, 눈부신
햇빛에 취한 듯한-. 어린 풀숲에 벗어 놓은 뱀의 허물... 논 속으로 뒷다리가
생길락 말락한 올챙이들을 보렴. 나뭇가지를 물어 와 둥우리를 새로 고치는
까치 부부... 나뭇가지에 가느다란 줄을 매달고 대롱거리며 꿈꾸는 곤충의
번데기들을......
마른 잎을 돌돌 말아 알을 숨겨 놓은 걸 보아. 모래알 같은 알들에서 들려
오는 노래...... 날개가 푸드득거리고 있어. 말을 건네고 싶어 못 견디겠어.
세상이 새로움으로 눈뜨고 있어. 몇만 년이고 봄이면 해마다 되풀이하는 대지
가 깨어나는 숨소리...... 나는 여태까지 대수롭지 않게 무심히 보아 넘기고
말았어.
3월엔 봄비가 되고 싶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봄비였으면 해. 방울
방울 움들이 피어나게... 그 움들이 초록세상이 되게... 마른 가슴을 적셔
모든 생명체에게 노래가 되고 빛깔이 되고 싶어.
한 번이라도 봄비가 되었으면 해. 따스한 입김, 부드러운 손길이 되어,
네 언 손과 굳은 몸을 녹여 주고 싶어. 어떻게 하면 고통의 신음을 지워 주는
기도가 될까. 설움을 풀어 주는 노래가 될까.
나는 남에게 슬픔을 주는 비였을 뿐이야. 이젠 봄비였으면 해. 한 방울의
훈훈한 봄비. 외로운 이웃에게 푸른 손을 내밀고 싶어. 땅속 깊은 곳에 묻힌
씨앗들에게 말하고 싶어. 진실로 내 생명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어. 초록으로
떠오르고 싶어.
~ 정목일 수필 < 3월 봄비 > 中 일절
봄비가 내린 후면 눈 맞춤할 게 많지. 물기 머금은 거무죽죽한 땅의 틈새로
불쑥불쑥 솟아난 새싹들-. 아가의 잇몸을 뚫고 돋아난 새하얀 치아 같은-.
구멍에서 나와 행렬을 지어 햇빛 속으로 기어가는 개미 떼들......
날렵한 허리, 더듬이, 다리들을 보아, 아직도 겨울잠이 덜 깬 듯, 눈부신
햇빛에 취한 듯한-. 어린 풀숲에 벗어 놓은 뱀의 허물... 논 속으로 뒷다리가
생길락 말락한 올챙이들을 보렴. 나뭇가지를 물어 와 둥우리를 새로 고치는
까치 부부... 나뭇가지에 가느다란 줄을 매달고 대롱거리며 꿈꾸는 곤충의
번데기들을......
마른 잎을 돌돌 말아 알을 숨겨 놓은 걸 보아. 모래알 같은 알들에서 들려
오는 노래...... 날개가 푸드득거리고 있어. 말을 건네고 싶어 못 견디겠어.
세상이 새로움으로 눈뜨고 있어. 몇만 년이고 봄이면 해마다 되풀이하는 대지
가 깨어나는 숨소리...... 나는 여태까지 대수롭지 않게 무심히 보아 넘기고
말았어.
3월엔 봄비가 되고 싶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봄비였으면 해. 방울
방울 움들이 피어나게... 그 움들이 초록세상이 되게... 마른 가슴을 적셔
모든 생명체에게 노래가 되고 빛깔이 되고 싶어.
한 번이라도 봄비가 되었으면 해. 따스한 입김, 부드러운 손길이 되어,
네 언 손과 굳은 몸을 녹여 주고 싶어. 어떻게 하면 고통의 신음을 지워 주는
기도가 될까. 설움을 풀어 주는 노래가 될까.
나는 남에게 슬픔을 주는 비였을 뿐이야. 이젠 봄비였으면 해. 한 방울의
훈훈한 봄비. 외로운 이웃에게 푸른 손을 내밀고 싶어. 땅속 깊은 곳에 묻힌
씨앗들에게 말하고 싶어. 진실로 내 생명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어. 초록으로
떠오르고 싶어.
~ 정목일 수필 < 3월 봄비 > 中 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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