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십니까.
정일근
하늘에도 흘러가는 물의 길이 있나봅니다. 백로아침, 누군가의 손길이 그 길에서 가장 맑은 물은 길어 풀잎 위로 작은 이슬방울들은 둥글게 빚어놓았습니다.
이슬이 맺히자 처서 지난 산과 들판이 한 점 남김없이 들어가 가을의 때를 기다리고, 생각으로 무거워지는 흰추리를 흔들고 가는 사유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천천히 가을 쪽으로 세상을 굴리며 가는 사계의 시계추 소리, 제 몸의 푸른빛을 사위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무들의 발자국 소리도 함께 들려왔습니다.
누구십니까, 백로 아침에 풀잎마다 해맑은 눈빛을 달아 우리를 환하게 바라보시는 분은, 후, 하고 불면 이내 부서질 것 같은 작은 눈망울 안으로 한없이 넓고 깊은 눈동자를 담아 보내주시는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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