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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 이춘호

작성자山峰 김정수|작성시간26.06.10|조회수4 목록 댓글 0

도마

이춘호 6회 신석정촛불문학상

칼을 맞는다 오늘도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누군가에겐 넉넉한 저녁나절
나의 몸은 야위어간다
짧은 다리로 버티며 칼을 맞고 자란다
누군가의 부활을 위해, 나의 반듯한 이마에서는
간밤의 이십 대 객기와 숙취도 나자빠지고
몸뚱아리 선듯 칼끝에 내어주고
칼끝에 남루해진 마늘 한 쪽도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허물까지도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 야윈 알몸으로
닳고 닳아 낸 몸에 작은 언덕이 생기면
그때서야 그리움이
마악 내 몸을 떠난 자들아

재화는 없고
항상 등 뒤엔 어둠만 켜켜이 남았다
자꾸만 박혀오는 훈장 같은 문신 혈관 가까이 새기며
서툰 몸짓으로 찢기고 나브끼고
신음과 통곡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모두들 귀가를 서두를 즈음
어느 저녁나절 내 몸이 목탁 소리로 익어갈 즈음
이 몸을 빌어 모두들 부활을 꿈꾸고
결코 칼은 나를 배반하지도 떠나지도 않는다

끝내
낭자한 칼자국 소리 다정해지면
뽀얗게 원시의 건강한 나뭇결
본래의 무늬로 되살아나고
칼은 또 다른 내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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