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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 읽기

동물원 . . 김재원

작성자山峰 김정수|작성시간26.06.12|조회수5 목록 댓글 0

동물원

  김재원 21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동물원이었어요
걷고있었어요
자꾸만 안으로 들어갔어요
줄서서 입장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아이스크림통에 아이스크림이 없었어요
풍선은 쭈그러들어 있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아무도 없었지만 용기내서 말했어요
이건 아니야
길이 깊어지고 끝도 없어지고
아무도 없는 동물원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는 재미없어
사람들은 있어야 하고
나무들은 파래야 하고 새들은 지저귀는 거야
자꾸만 이런 곳으로 이끄는 너는 누구니
내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듯 동물원을 텅텅 울렸어요
비는 그치지 않았고
기린이 있던 자리에 기린이 없었어요
설마 폐허를 보고싶은 거니
답답하고 화가 났지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어요
그때 호주머니가 벌어지듯
풍경 안에서 손이 나왔어요
다섯손가락을 펼치고 있는 손이
나를 향해 내밀어져 있는데
그걸 잡아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몰랐어요
그건 아이의 손이었어요
그걸 잡고 끌면 그 애가 죽을 거 같았어요
그걸 잡고 들어가면 다시 못 올 거 같았어요
어쩌면 좋을지 몰라 비를 맞고 서 있었어요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빗물이 아니라 눈물이었나봐요
길 한가운데 서서 내가 울고 있더라고
나중에 엄마가 말해줘서 알았어요
엄마를 따라가면서 돌아보니
그 애 손은 없고 갈라진 검은 공간에
흰 얼굴이 보였어요
세상에 와서 맨 처음 본 얼굴처럼
그 애는 나를 보고 서 있었어요
가지 않고 거기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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