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장윤희 10회 반기문백일장
서쪽으로 걸었다
매일 한 칸씩 서쪽으로 더 가까이
현관에 늘 있던 남자 구두가 사라졌다
정말 가버린 것일까?
눈을 감았다
같은 밥을 먹고
같은 방을 쓰고
같은 꿈을 꾸었던
그 사람이 떠났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고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서른이 갓 넘었을 적에
나는 어머니가 되었고
그 사람은 아버지가 되었다
지루한 일상의 탈출이었을까?
까닭도 사연도
풀어진 회색 물감처럼 적막하다
그것은 바람이었는데…….
서쪽을 보다가
서쪽으로 걷다가
서쪽으로 사라져간다
붉어지다가 멍들다가 노랗게 삭다가 달 속으로 들어가는 노을을 보다가
그 사람을 안고 있는 내 뒷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모두 매일 한 칸씩 서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