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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 읽기

맨드라미의 열전 .. .김상규

작성자山峰 김정수|작성시간26.06.17|조회수3 목록 댓글 0

맨드라미의 열전

김상규 2019 조헌문학상

족보 없는 혈통이 대물림되었다
붉은 수은주 눈금이 체온으로 치솟은
적도의 온도로 한여름이 닥쳤다

가문 뿌리에 외줄기 수맥이 끊겼다
갑골문을 새긴 지표 위에서
초록 수액이 마르는 줄기, 타는 녹색 잎
태양의 노략질이 한층 잔인해졌다

지열이 물관을 달구는 피돌기로
심장이 비등점 상승으로 끓어오르고
뼈가 삭정이로 잉걸불에 휩싸이듯

초ㄱ본식물로 목숨을 붙이고 사는 게
임진왜란 아닌 때가 있었는가
장례 치르며 대를 이은 호적초본에서
이름을 꽃대로 일으켜 세웠다

은빛 별이 빛나는 사막을 걸었다
물병자리에서 물집 잡히며 길어 내린
첫새벽 이슬로 잎줄기를 적셨다

탯자리에서 혈족을 지키는 결기로
생명의 제사를 극진히 올리는 꽃자리
중심에 세상 빛이 몰려 꽃을 피웠다

족보 없는 의병들이 쓴 열전으로
맨드라미에 높고 낮은 신분이 없다
조헌 선생이 지부상소*를 올릴 때
머리맡에 놓은 붉게 날선 도끼다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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