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국민의 교사라는 것을 잊지 말고 글을 써야 합니다.”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 김우창 교수의 말입니다.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제가 읽었던 그의 첫 저서였습니다. 이후에 『지상의 척도』라는 책도 읽긴 했는데 다른 평론가들과는 다르게 정치적인 색체가 너무 강하다는 인상을 받곤 했어요. 며칠 전 이분이 희수(喜壽·우리 나이로 77세)를 맞아 그가 지난 50년간 쓴 문학 관련 글 가운데 34편을 엄선해 엮은 신간 『체념의 조형』을 냈군요. 책 제목이 상당히 어려워 다시 보니 릴케의 시구 “나무는 스스로에 금을 긋지 않으니. 그대의 체념의 조형(造形)에서 비로소 사실에 있는 나무가 되리니”에서 따왔다고 하는군요.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를 버려야 시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정말로 새겨들어야 할 말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는 본시 정치학과에 입학했지만 문학과 철학을 좋아해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그의 글쓰기는 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정치 역사 예술 철학 전반을 아우르며 폭넓은 통찰을 제시해왔습니다. 그의 정치관은 무엇일까요? “정치를 믿고, 정치로부터 해방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했군요. 역시 그답습니다. 정치를 가까이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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