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배정향 시 흙에 눕다
흙에 눕다
배정향
네 언어에 화살이 꽂혔구나
돌이 입을 열어 언약하지 못하고
네 혀는 캄캄한 데를 더듬고 있구나
네 혀의 불꽃이 너를 사르고
세상 어디에도 참 많은 아픈 언어들... 아픈 얼굴들...
너는 높은 산꼭대기에서
네 언어의 물레를 얹어두고
햇볕과 바람과 구름의 실을 자아 올려라
별들의 반짝임을 꽃과 뿔의 노래로 수 놓아라
나는 눈으로 얼어붙은 저 산의 흙에 누워도 좋으리
흙에 누워 더운 입김 조금씩 내 뿜으면 더욱 좋으리
조금씩 따뜻해지는 돌의 허리들, 그리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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