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소설 게시판

[[장편]펌/퓨전물]마지막 해커-열 세번째 이야기..

작성자천기류659대전승자|작성시간02.03.04|조회수44 목록 댓글 0


마지막해커 13



시계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지애는 의자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움직이지 않았고, 성철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애는 성철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유리의 집으로전화를 걸어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 후에도실감할 수가 없었다.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그들과 함께 즐겁게 웃으며 장난을 치던 유리가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아니야.뭔가 잘못된 거야. 이건 말이 안돼.'
지애는 몇 번이고 그렇게유리의 죽음을 부정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때 갑자기 죽은 듯이앉아 있던 성철이 벌떡 일어선다.
지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눈에는 광기가 보일정도로 분노에 차 있었다. 성철은 지애가 앉아 있는 컴퓨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앞에 놓인 마우스를 손으로 잡아 [SIN YOU LEE]라는 파일 위에 커서를 가져갔다. 그의 행동에 놀란 지애는 성철의 팔을 잡으며 소리친다.
"뭐하려는 거야? 어제 있었던 일 기억안나? 컴퓨터를 다 망가뜨릴 셈이냐고.....!"
지애가 그의 행동을 저지하러 하자, 성철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지애는 다시금 그의 팔을 잡고 말한다.
"오빠! 냉정해 지라고...이러는 건 우리한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진정하라고...!"
"냉정해지라고? 이 빌어먹을 자식이 유리를 죽였는데...나보고 냉정해지라고?"
그는 전혀 지애의 말을 들으려하지않았다. 지애는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자 그의 손에서 마우스를 강제로 빼앗었다. 성철은 그녀를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애가 보기에 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흡사 짐승과도 같은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흥분으로 씩씩거리며 한동안 지애를 노려보더니 시선을 컴퓨터로 돌리고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지애는 키보드를 이용해 커서를 조정하려는 그의 양팔을 필사적으로 잡으며그가 하는 행동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흥분한 상태의 성철의 힘을 여자의 몸으로 제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철은 자신의 팔을 온몸으로 붙들고 있는 그녀를 힘껏 밀쳐내었고. 그로 인해 지애는 넘어지면서 의자에 이마를 부딪히고 말았다. 성철은 키보드를 눌러서 [SIN YOU LEE]라는 문서 파일을 지정하고 엔터를 쳤다. 파일이 열린다.
성철은 파일에나타난 글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마 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서 있었다. 넘어졌던 지애가 다친 이마에 손을 대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성철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 너머로 해커가 남긴 메세지를 읽어보았다.
[NAME:신유리...사망 확인. 사망 시간 : 오늘 새벽 4시 30분...당신도 죽음의 시간을 알고 싶습니가? 들어오십시오. 당신을 위한 사이트가 오늘 밤 11시 30분에 나타날 것입니다.]
지애는 그 끔찍한 문구에 신음소리를 내며고개를 돌렸다. 책상을 짚고 있는 성철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잠시 동안 그렇게서 있던 그가 갑자기 키보드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으아!!제기랄...빌어먹을 새끼! 으아아!"
성철은 거의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며 키보드를 마구 짓밟았다.성철의 구두 발에 키보드가 부서져 나간다.
쫘악!
지애가 성철의 따귀를 세차게 때렸다. 미친듯이 난리를 치고 있는 성철의 정신을 차리기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는 입을 벌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애를 바라보았다.
"제발...제발...정신 좀 차려! 정신 좀 차리라고!"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성철을 향해 그렇게 소리를질렀다.
성철의 눈에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인다. 아까 자신이 흥분하여 그녀를 밀쳐냈을 때, 의자에 부딪혀 다친 것이다. 그의 미친 듯한 표정이 한없는 슬픔으로 바뀌어갔고. 결국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렇게 앉아 초점을 잃어버린 눈으로 시선을어디에도 둘 줄모르며 안절부절 못하던 성철은 머리를 감싸쥐며 바닦에 얼굴을 떨구었다. 그의 입에서 한없이 슬픈 절규가 나오기 시작한다.
"유...유리야! 유리야! 유리야아아아...! 흐으으으윽!"
그는 유리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을 하듯이 울기 시작했다. 지애는 예전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애야@ 나 아무래도 유리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우헤헤헤...그러니까 네가 좀 도와줘. 내가 유리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도록 말이야. 알았지? 꼭 도와줘야 해. 너만 믿는다.유리는 너를 제일 잘 따르니까...너만 내편이되면 되는 거라고 알았지?꼭이야!우헤헤헤.....'
지애는 바닥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그를 가만히 감싸안았다.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그들은 사랑하는 유리를 잃었다. 성철이가 사랑했던 여자이자, 지애를 유난히도 따르던 유리...이제 그녀의 순수하고도 맑은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나 소중했던 유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한강 고수부지...지는 태양이 노을을 만들며 강 전체를 마지 커다란 보석처럼 반짝이게 만든다.
"아름답지?"
"응..."
성철의 물음과 지애의 대답...하지만 그들의 말투는 전혀 감동의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 무척이나 형식적인 질문과 대답이었다. 자신들의 답답한 마음이 그들을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지만, 지금 그들의 눈에는 어떠한 장관도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멍하니 한강 저편을 바라보고 있던 성철의 시선이 지애를 향한다. 지애는 아까부터 자신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항상 차고 다니는 것 같던데...무슨 의미라도 있는 거야?"
"....."
"지애야?"
"응?"
지애는 그의 질문을 못 알아들었던 것인지 다시 말해달라는 표정으로 성철을 바라보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가리켰다. 지애는 성철이 가리키는 것이 자신의 목걸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이해하고는 대답한다.
"아...이거.....!"
고개를 숙여 그것을 바라보는 지애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하지만 그녀의 미소에는 슬픔이 느껴졌다.
"우리 첫째 오빠가 준거야."
"그래? 오빠가 한 분 더 있었단 말이야? 처음 듣는 말인 걸....."
"그랬던가? 맞아. 한 번도 말하지 않앗군."
지애는 목걸이 끝에 달린 갸름한 마음모 모양의 보석을 손에 쥐며 잠시 생각에 빠진 듯하다가 말을 이었다.
"첫째 오빠는 나와 6살 차이야. 내가 어렸을 땐, 항상 나를 보며 다정하게 웃음 지으며 그 넓은 가슴에 꼬옥 안아주었어."
'오빠는 우리 지애가 세상에서 제일 이뻐 보여. 어떡하지? 우리 지애 때문에 다른 여자들이 못생겨 보여서 결혼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오빠랑 결혼하면 되지.'
'그래 줄래? 하하하. 그럼 오빠랑 우리 지애랑 꼭 결혼하는 거다!'
'응.'
성철은 지애의 표정에 한없는 그리움이 나타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이 보고 싶은가 보구나. 네가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응...많이 그리워."
"방학 동안 내려가 있을 때 만나지 못했어? 바쁘셨나 보구나."
지애는 성철의 말에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높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빠는 부산이 있지 않아. 아니...세상 어느 곳에도...존재 하지 않지. 오빠가 있는 곳은 바로 저 하늘이야."
성철은 그제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했다.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아서...
"내가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서부터 오빠는 그 환한 미소를 잃어버리게 되었어. 선천적으로 약한 몸이 더 악화되어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던 거지. 치료의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힘들었기에 오빠는 항상 아픈 얼굴로 날 슬프게 바라보기만 했어. 난 오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았어.우리 오빠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던 거야. 날 보면 항상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기 때문에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는 오빠의 그런 표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지. 나...무척 못된 애였지?"
지애는 그렇게 물으며 성철을 바라보았다. 성철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사람들은 누구나 그래. 자신이 생각한 모습이 아닐때는 실망하게 되지."
지애는 강한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으로 넘기며 눈을 감는다.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해준 오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일까?
점점 더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그녀의 말투가 성철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고 3 때, 시험공부를 끝내고 그냥 하루의 일과 중 하나라는 기분으로 오빠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었어.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기에 발걸음이 무거웠지. 가뜩이나 그때는 공부에 지쳐 있었고...그러나 병실에 들어갔을 때 너무도 놀랐어. 항상 병원 침대에 누워 찡그린 얼굴로 날 바라보던 오빠가 그날은 앉아 있는 모습으로 예전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던 거야. 난 다시 내가 생각하던 오빠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나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어. 오빠는 그렇게 행복해하며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나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고, 잠시 후 손에 들고 있던 이 보석을 건네주었지."
'수호석...천사의 눈물이 굳어서 된 보석이란다. 항상 오빠와 함께 있었던 물건이야. 오빠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플 땐, 이 보석이 오빠의 고통을 덜어 주었고, 마음이 우울해 질 때도 이 보석을 쥐고 있으면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단다.'
'근대 이걸 왜 나 주는 거야? 난 필요 없어. 난 오빠가 나를 향해 웃어 주기만 하면 아플 때도. 힘들 때도 괜찮아질 수 있다고...내 수호석을 바로 오빠인 걸...이건 오빠가 필요한 거야.'
'오빠가 너의 수호석?'
'응...오빠는 나의 수호석...이것보다 더 아름답고 눈부신 미소를 가진 살아있는 수호석!'
'그렇구나. 지애의 수호석은 오빠였구나. 하지만...가지고 있어. 오빠 대신...이제 오빠는 이것이 필요없게 되었단다.'
'왜?'
'이제 오빠는 아프지 않아. 앞으로도 영원히 아프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와! 그럼 다 나은거야?'
"오빠는 대답 대신 정말로 아름다운 미소를 내게 보여주었지. 난 앞으로도 다시는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는 볼 수 없을 거야. 그것이 오빠가 나에게 보여준 마지막 미소였으니까........"
지애는 어쩔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목걸이를 손에 꼭 쥐며 고개를 숙였다. 성철은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슬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 강물은 더 이상 아름답게 빛나지 않은다. 그들의 지금 마음을 나타내기라도 하려는 듯 세상이 모두 회색 빛으로 변하고 있다.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철도 따라 일어서며 이상한 듯 지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은 이미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까처럼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자."
"어디로?"
갑작스런 지애의 말에 성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학교로..."
"학교?"
"그래! 이렇게 슬퍼하고 있다고 유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잡아야지. 그 미치광이 해커를 잡아서 유리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그렇게 말하고 있는 지애의 모습은 무척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성철은 웃음 지으며 그녀에게 말한다.
"수호석...그거 정말 굉장한 보석이구나. 지애가 이렇게 빨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을 보면........"
둘은 한강을 등지고 학교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애는 입술을 때물며 다짐한다.
'잡고야 말겠어. 그 미치광이 해커를...반드시 잡고야 말겠어........!'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