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떠난 인도네시아 섬여행
- 글쓴이 : 류 ㅁ (20세/여)
이번 여행은 스무 살이 되고 나서 떠난 첫 여행이었다.
여행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여러 번 떠났고,
그래서 낯설지 않은 풍경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이 여행을
나에게는 ‘처음 떠난 여행’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발리에서 시작해 길리, 룸북섬까지 이동하는 동안
풍경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걸 하나하나 붙잡고 기억하려 하진 않았다.
그냥 보고 지나갔다.
대신 이상하게 오래 남은 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문 앞에 놓여 있던 작은 장면들이었다.
원래 종교나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나중에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해보게 됐고
그래서인지 그 기억들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룸북섬에서는 숲을 걸었다.
꽤 긴 하이킹이었고 마지막엔 큰 폭포가 있었다.
숲을 걷는 동안 마음이 편했다.
어릴 때부터 숲이 익숙해서인지
그 공기와 소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폭포 앞에서는 그냥 물을 맞고 서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서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이 편했던 순간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릴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함께였고
이 점이 이전의 여행들과 가장 달랐다.
가족과 함께였을 때는
풍경 그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됐다면
이번에는 비슷한 풍경 속에서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됐다.
학교에서만 보던 친구들과
이 공간을 함께 보고 있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입시기간을 보내면서 각자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고
그걸 다 지나와서 이렇게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조용히 느껴졌다.
이 시간이 어떤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돌아보면 이 여행에서
대단한 걸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스무 살의 시작을
이런 여행으로 열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부모님의 지지와 도움 속에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도 감사했고
무엇보다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게 크게 남았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봤는지는
조금씩 흐릿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숲을 걷던 감각이나 바다를 맘껏 본 순간이나
폭포 앞에서 물을 맞으며 서 있던 순간만큼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 여행은 나에게 처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