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1~3>편을 완독하였다.
그리스는 아무래도 신화와 철학 양대산맥을 갖고
인류 문명, 특히 서구문명의 헬라니즘 문명의 시초로서
이후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문명시초로서 그 의의를 지닌다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접하게 된 그리스인 이야기.
이 책들을 읽기전 그리스신화와 호메로스까지 공부를 하고 읽어서인지
그리스신화시대적 인물보다는 아무래도 철학적 인물에 더 큰 관심이 갔다.
그중에서도 역시 서양철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의 경우는 그토록 뛰어난 인물이
인류 역사상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꽃피웠다고 일컬어지는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투표에의해 독으로 사형되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그의 마음을 엿볼수있어 좋았다.
인류가 발전시킨 정지제도중 가장 평등하다 일컬어지는 민주주의지만
요즘 우리가 투표를 잘하면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게 만드는
이전의 아픈 경험들이 말해주듯이, 민주주의가 아름답게 펼쳐지려면
역시나 발전한 시민의식이 우선임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경우가 아닐까싶다.
그러나 정녕 놀라운건, 그런 불합리한 사형결정을 받아들이며
후대에까지 진정한 민주주의와 철학사조를 남기려했던 소크라테스가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플라톤.
사실 플라톤을 잘 모를때는 그가 기독교 사상의 원조라고 말이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철학자가 기독교 사상의 원조라고?? 이게 멍미? 하는 느낌이랄까. ㅋ
그러나 플라톤이 철학자중 최초로 영혼과 육신은 분리되는 내세를 주장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가하면 모든 생물을 참으로 치밀하게 관찰하고 그에대한 기록들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서구문명상에서는 철학과 함께 과학의 문을 열어주는가하면, 한편 터키, 이집트, 중동지역에까지
그 사상적 영향이 퍼지기도 한다 (중세 기독교시대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들은 금서였는데
그의 작품을 다시 서구사회에 전달해준것이 바로 아랍 사상가들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다보면 무릇 어떤 시대의 어떤 문명이라 할지라도
어느날 갑자기 뚝!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없다라는걸 더욱 절감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릇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이어받아
좋은건 더욱 발전시키고, 다소 헝클어진 점들은 바로잡아 성장시키고.
그러므로 거대한 문명사도 이러할지도
오래산다해도 백세, 한세기를 살고가는 개인들이
어찌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모르고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역사상 최초로 동서양 화합내지는 통합을 추진했고 어느정도 당대에는 실현했던
마케도니아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왕의 지향점은 어쩐 일인지 아직까지도 이뤄지고 있지않은 점은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잠시 고민스러웠다. 물론 그가 통합하려던 두 거대세계는 너무도 다른 세계이긴 하지만
모든것을 똑같이 행하는 천편일률적인 동질화가 아닌 동서 문화가 화합하고 타협하는 평화지향만을 놓고 본다면 인류는 그 시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결국 인간이란 쥐고있는 무기만 더 과학적인되었을뿐
속성은 그대로인듯하다..
그래서였을까. 흔히들 쾌락주의의 대명사로 알고있는 에피쿠로스가 정의했던 쾌락의 의미는
하루 먹을 빵과 물이 있고, 몸을 뉘고 잘 곳이 있고
그런 소박한 삶을 함께한 친구들이 있으면 충분했다, 였는데
어쩌다 우리는 그를 마치 무절제한 무한 쾌락주의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살았던 그리스는 찬란한 문명을 뒤로하고 노을처럼 기울어지는 혼란한 시기여서
그때의 그에게 기쁨이란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인간미를 추구했던것같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의 행복이란 얼마나 가진것에 달린것이 아니라
내가 지닌것을 얼마나 감사하고 자족할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임을 다시한번 일깨워준
그리스시대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물, 에피쿠로스.
그리스 시대가 떠오를때부터 질 때까지
그리스인들은 철저히 인간을 중심으로 놓고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본주의를 지향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인간을 통치의 대상으로 본 중세기독교 체제아래의 로마시대보다
힘으로는 그리스 국가들이 자신들의 세대에 결코 세계최강이 되지는 못했겠지만
지금까지 전 인류역사의 다양한 분야의 원류일듯하다. 내가 미국보다 유럽에 관심이 많은 이유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인본주의가 위로부터 시작되는 분위기가 감지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이다.
이로서 우리 사회 또한 모든 개인들이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사회 곳곳이 더 성장하고, 그로인해 다시금 개인들이 각자 능력을 발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문화적 황금시대로 넘어가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다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쉽지않기는 하였지만
역시나 서구문명 원류를 이해하기에는 좋은 길잡이였다.
언제나처럼, 이런 방대한 작품을 쓴 저자와 그와 함께 호흡하며 번역해주신 번역가분들께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