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을 읽었다
입센은 19세기말 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
가정을 버리고 떠나는 이 이야기로
전 유럽을 뒤흔들며 입센이즘 혹은 노라이즘 선풍을 일으킨다
이후 이 책은 페미니즘을 논할때 가장 선두에 나오는 책이되어
인형의 집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노라라는 이름은 페미니즘 여성의 상징이 되어
현재까지도 수없이 많은 연극 작품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건, 입센 스스로는 대놓고? 페미니즘 운동을 벌인것이 아니라는 점
그가 페미니스트 작가였는지 아니었는지를 놓고 학자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자신 노르웨이 여성해방동맹 파티에서 그의 70세 생일 파티를 열어주자
그자리에서 자신은 여성운동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른다고 말한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이처럼 근대적인 시각에 당대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의
강도높은 페미니즘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을까..?
(유럽에서 이 작품이 연극화될때 독일의 어느 여배우는 자신은 도저히 아이를 두고 떠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 결말이 수정되는가 하면, 가정을 떠난 노라의 뒷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생겨나는 등 이 작품은 아주 오래도록 문학계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철저한 "사실주의" 작가로서
여성의 삶 또한 당대의 삶에 기반을 두고 관찰하고 분석하여
결혼이란 허울 속에 감춰진 남녀관계 및 내면의 심리작용에 있어
여성 또한 똑같은 하나의 존재 혹은 인간으로 볼때
그녀의 삶이 어찌해야 한 인간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즉. 입센은 여성 또한 여성이란 틀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똑같은 하나의 인간적 존재로 볼때
노라 역시 남편과 같이 스스로 자기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사실적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 점이 현대 여성들에게 제시하는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운동을 남자에 대비하여 여성의 지위나 역할로 몰고가면
자연히 남녀간의 갈등이나 힘겨루기 혹은 심지어 자리뺏기 등의 이슈로 왜곡될 여지가 있는데
처음부터 여성문제자체를 하나의 존재론으로 다가가면
여성 또한 하나의 인간으로 볼때 우리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에대해
좀더 폭넓은 (심지어는 남성들로부터조차도)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더불어 극중의 노라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인형으로서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그들이 허용하는 행복의 울타리안에서만 살았지만
이젠 내 스스로 현재는 알수없는 내 인생의 의미를 찾겠다는 선언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살면서 한번쯤은 스스로의 존재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위대한 선언이 아닐까 싶었다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보면 남성들 역시 사회적 틀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외면한체 사는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모든것이 디지털화하는 인공지능 시대
그렇기에 더욱 인간을 인간답게하는 휴머니티에대해
치열한 고민과 해법만이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적 인형의 집에 갇히지 않고 살아갈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s: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로서 생애 중반부를 이태리에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며
노르웨이의 국수주의와 국수주의에 머물러 변화를 거부하는 것에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 석유 발견으로 국가적 부를 갖춘뒤 그와같은 국수주의가 한층 강화되고 변화에의 거부는 더욱 강해졌다고 하는 현대 노르웨이를 보면 과연 이 위대한 문호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졌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마시 작성시간 20.09.06 성에 따라 주어진 또는 구분되어질 역할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고민한만큼 또 실천에 옮기는 일은 비단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시대에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일이다
-
작성자BONG 작성시간 20.09.06 여성 남성의 성별 구분이 아닌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고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변하고 인공지능시대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인간으로서 가진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