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 당신을 따라서 /진은영
수업 시강에 어느 학생이 내게 말했잖아
우리는 존재의 의자에 앉아 있어요
곧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려고 ㅡ죽음에게는 아니죠 ㅡ
현미경으로 보지 않아도
모든 데서 반짝이는 자줏빛 박테리아에게,
노란 카누들이 물의 살갗을 쓱 ㅡ싹 베고 나갈 때 흩어지는 물 속 부유물에게
과학자는 자기가 발견한 주기율표의 원소에게,
정원사는 부식토와 작은 새싹에게,
시인은 막 태어나 첫울음 우는 아기의 작은 목젖에게
별빛은 폭발하는 먼지를 힘꺽들이마시는 어둠에게,
유의 묽은 입술은 무의 흰 유방에게,
존재는 시간에게
양보하려고,
오후 내내
진료 대기실 간이 의자에서 줄지어 앉아 있다가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면
드디어 내 차례야! 반가워하면서
문 안으로 들어가는 환자들처럼, 양보없이
드디어 당신 차례군,
성실한 보호자처럼 영혼이 몸을 따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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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윤정오 작성시간 26.06.09 감사하게 잘 감상했습니다
-
작성자남주희 작성시간 26.06.09 꽤나 부지런하신 신자 언냐.
고마부요.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 멋져요. -
작성자함종대 작성시간 26.06.10 잘 감상했습니다.
바쁜 일상에 이렇게 작품을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 시강에 어느 학생이 내게 말했잖아"
에서 "강"
"별빛은 폭발하는 먼지를 힘꺽들이마시는 어둠에게,"
에서 "꺽"은 오타로 보입니다. -
작성자오창환 작성시간 26.06.10 저도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겨우 한 권의 시집을 소장하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ㅜ
한강에 이어 다음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지요. -
작성자함종대 작성시간 26.06.18 new
오늘 한 번 더 감상합니다.
존재와 죽음-박태리아-부유물-원소-새싹-첫걸음-有-無
드디어 당신 차례로
맺음 하며 층층이 쌓은 이미지의 깊이에서 진은영 시인 특유의 정서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