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피는 담장
이헌 조미경
방긋 웃는 개나리가 지고
그 자리에 건강 담은 인동초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는 담장
궁녀의 넋으로 피어난
능소화가 오뉴월 햇살을 머금고
너울거리며 춤춘다
사랑을 배신한 꽃의 화신
오롯이 임을 향한 눈매를 담은
꽃 한 송이
가슴엔 긴 기다림의 한
땅으로 내려와
두 눈을 멀게 한다
사랑에 눈이 멀어
윤슬을 보지 못한 이
강물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까
짧은 생애 이루지 못한 한
오뉴월에 서리 되어 담장에 올라 앉은
능소화의 미소를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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