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노래의 기분
오늘은 영세식(9:30)이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모여서 약간의 연습을 한 후
영세식에 참여했다.
잠겨있는 목소리를 푼다는 것이
늘 쉽지가 않다. 잠자고 바로 일어나
바쁘게 달려오니 목이 많이 잠겨있다.
그러니 바른 음정을 낼 수가 없다.
지휘자인 나는 성가대원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적당한 발성 연습으로 목이 다 풀렸다.
(아침인데도 A 음도 잘 나온다)
성가대원들이 정시에 모이는 것도 아니지만
성가를 대하는 자세는 몇십년이 지나도 변화되지 않는다.
참 게으르고 그렇지만...이런 모습을 늘 보다보니 이제는
별소리를 하지 않는다...일찍 오는 것만으로도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신자들이 성전을 가득 메우고 2층까지 사람들로 꽉 메워지면
성가대원들은 상기되어서 흥분을 한다.
즉 느낌이 상승되면 핏치가 낮고 음정이 100% 떨어진다.
약간의 고음 상승에도 그 음정에 도달하지 못한다
왜...느낌이 감정이 벌써 상승되었기에 그렇다.
느낌이 올라가는 것이지 음정이 상승되는 것은 아니다.
(착각하면 절대 안됨)
오늘도 테너 음정이 이상했다.
지휘하면서 계속 테너에게 음정을 주의해라고 했지만
한번 떨어진 헛갈린 음정은 바꾸기가 쉽지않다.
한편 소프라노도 마찬가지이다
선율을 담당하는 소프라노는 음의 길잡이다
즉 칠흙같은 어두운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고
다른 세 파트를 선도하는 주장인데
이 소프라노가 흔들리면 다른 화음 파트(테너, 엘토)는
자신의 소리가 맞는지 안맞는지 혼돈이 생긴다.
“소프라노 음정이 제일 쉬운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파트입니다. 왜냐하면 정확한 음정을
구사하고 다른 음의 길잡이이므로 대충 소리 낸다는
나태함을 버려야 합니다. 음정은 물론 정확한 박자를 지켜야합니다.
3박자이면 2박자만 부르고...그렇게 하면 절대 안됩니다
긴 박자를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 힘든다고 느끼십시오 “
지휘자의 이런 요구는 잔소리가 아니라 정규 교육이다
교육과 잔소리는 분명 다르다.
얼마남지 않는 성탄.......
성탄절...꽉 찬 신자들로 인하여 성가대원들은 이미 기분이 들떠있다.
노래하는 사람은 기분이 들떠있으면 무대에서 100% 실패한다.
감정은 더욱 차분하게 내리고 강도 높은 집중을 하여 냉정하게
몸을 더 환하게 추스리면서 노래하면 핏치도 높고 음정도 정확해진다.
“우리는 무대 체질이야...실전에 역시 강해...” 라고 자조하는
성가대치고 제대로 노래하는 성가대는 본 적이 없다.
단지 객석(성전)을 가득 메운 사람(신자)들로 인하여
나의 기분이 상승되어 노래가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주 유치한(아마츄어틱한) 모습으로 큰 행사(성탄,부활) 뒤에 희희낙락한다.
그리고는 사람들로부터 박수 받기를 좋아한다.
무대는 냉정하다
관객들은 노래 부르는 사람의 감정을 느낄려고 모인 것이 아니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서 모인 것이다
특히 미사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성가대는
신부님의 예절에 충실해야 하며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흥분을 하면 안된다.
언제 어디서나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은 성가대원들이
꼭 알아야할 무대(미사) 매너(에티켓)의 하나임을 잊지마시고
이번 성탄 때에는
“우린 역시 무대 체질이다...우린 확실히 실전에 강해...” 라는
무대 사전에도 없는 이런 언어는 꼭 사라지길 바랍니다.
44. 노래를 심지마라
노래를 심지마라
나무를 심듯이 노래를 몸 안으로 심으면 안된다
무슨 황당한 선문답 같다
노래하면서 소리를 자꾸 목 안으로 잡아당긴다는 것인데
다른 말로 표현하면 노래를 몸에 심는다고 한다.
오랫만에 렛슨을 받았다. 거의 2개월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렛슨을 가지 않았다.
연말의 빡빡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는
대단한 일을 한 것 처럼 술로 많은 세월을 보내고...
연초에도 무슨 하례식을 한답시고 술좌석을
사회성의 사치처럼 치부하기도 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슬퍼진다..
소리가 완전히 깨어져 버렸다.
멀리 떠나버린 소리를 다시 돌아오게 할려고
레슨 선생님은 난리다..
“소리를 제발 심지 마세요...나무 심듯이...”
“소리를 몸 안에 데리고 있지 마세요..
소리가 자유로워지도록 몸의 힘을 푸세요“
“소리가 무슨 구슬처럼 너무 굵어져서..
그런 소리를 어디에 써 먹겠습니까?...“
“굵은 소리 내기 위해서 목 안에 힘이 들어가면
호흡은 받쳐지지 않고 고음의 빛깔도 없어집니다...“
“무슨 말소리가 그렇게 무겁습니까?
말투가 그러면 좋은 소리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니...와이리 망가져서 왔습니까?...”
1시간 30분간 레슨 선생님의 외침이 메아리되어
환청되어 지금도 귀가에 머무려고 있습니다.
등 뒤에서 쭉쭉 흐르는 땀방울은
우울한 내마음과 달리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만과 편견처럼...한동안 잘난 체 하고 다닌 흔적이
눈 앞에 파노라마가 되어 아침 햇살처럼 떠오른다..
내일 날이 밝으면 삭발을 할 것이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노래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다시 첫 걸음을 시작할 것이다.
노래 소리가 자유로워지는 날까지...
노래는 부르자...나무 심듯이 심지 말자.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른 뒤 그 시원찮은 노래가
다시 돌아올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