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입술망초, 거기 있었네
무등(無等)이라는 말이 참 좋아서 찾아 나선 길
폭염의 강을 건너고 건너 무등산에 들었더니,
어찌 왔느냐며 마음을 증명해 달라 하네
증심사(證心寺)에서 백팔배로 염주 굴리며
활짝 손바닥을 펴 보였더니,
정좌(靜坐)한 약사여래 미소로 입술 붉은 립스틱을 지우며
약사암(藥師庵) 풍경소리 쟁여 쌓고 있는
입술망초, 거기 있었네
어찌해야 독초가 약초 될 수 있을까
합장(合掌)으로
선속(禪俗)을 넘나드는 물소리 바람소리 입술 위에 올려놓으면
독초가 약초 되는 무등(無等)을 얻을 수 있을까
절간 뒤뜰에서 샘물 한 모금 마시고 두 손을 모았더니,
파과(破瓜)의 속살과 껍질 모두 썰어 넣고
줄탁(啐啄)의 된장찌개를 끓이는 집밥이라야
진정 참맛 나는 오르가즘, 무등(無等)이라 하네
그러나 무등산을 나오면, 바로 도떼기시장바닥
처음부터 무등(無等)을 찾겠다고 길 떠난 것이 바보였네
무등(無等)은 집에도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지극히도 더할 나위 없는 따뜻한 사랑이 무등(無等)이니,
어서 빨리 돌아가야겠네
그렇게 스무하루 밤낮을 구름 속에서 보내고
다시 집으로 오니
야시시한 슈미즈슬립 차림에 립스틱 붉은 입술로
딥 키스를 매혹하며, 부둥켜안고
밤이면 아주 통속적으로 무등(無等)을 타는, 당신이 있었네
한눈팔지 않는 사랑으로 앉아 있었네
※ 입술망초 : 쥐꼬리망초과의 한해살이풀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의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화순과 광주 일대의 무등산 자락에 자생하는데, 계곡물이 흐르는 산기슭 양지쪽 습기가 있는 비옥한 땅의 부엽질(腐葉質)이 풍부하고 반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높이는 50cm까지 자라고 줄기는 사각형으로 드문드문 가지를 치며 털이 있는데, 비교적 가늘기 때문에 곧추서는 힘이 그다지 강하지 못하고 약하다. 잎은 마주나는데 긴 타원형이나 넓은 피침형 또는 좁은 계란형으로 가장자기가 밋밋하고 잎 표면에는 털이 나 있으며 주맥(主脈) 위에 누운 털이 있다. 7~9월에 자색(紫色)의 꽃이 입술 모양으로 피는데, 꽃잎은 2장으로 자웅동체(雌雄同體)이고 윗입술과 아랫입술로 나뉘어져 있으며 윗입술은 뒤로 약간 말리고 안쪽에는 적갈색의 얼룩무늬가 있으며 바깥에 털이 있다. 1개의 암술과 2개의 수술이 있으며 암술머리는 2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10~11월에 타원형의 삭과(蒴果)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전체적인 모양은 ‘쥐꼬리망초’를 닮아 비슷하지만 꽃이 핀 모양이 마치 입술처럼 생겨서 붙여진 명칭으로 마치 오리가 주둥이를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유사종(類似種)인 ‘쥐꼬리망초’는 꽃이 핀 부분이 쥐의 꼬리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이를 여우꼬리로 봐서 ‘여우의 손자’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