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양재동 석류풀
한낱 보잘것없는 한해살이풀에 불과해요.
구석구석 이리저리 훑어봐도 불꽃이 뚝뚝 떨어져야 할 잉걸불은커녕 농염(濃艶)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데,
한 뼘도 안 되는 작달막한 키 콩알 같은 얼굴에 그저 초롱초롱 하얗게 별빛만 가득 담았는데,
누가 나를 불러 립스틱 붉게 바른 석류라 하나요?
아랫녘에서 홀로 올라와 서울 한 귀퉁이 풀밭에 터 잡고 뼈 빠지게 일만 하며 타향을 고향으로 일구어낸 지 사십여 년, 세상이 아무리 요지경을 쳐도 귀머거리 눈뜬장님으로 세월을 살아 왔네요.
가녀린 몸매에 꽃말은 왜 또 이리 많은가요?
여리디여린 가슴에 전성(全盛)이란 배지를 달아주는 건 과분한 일인데요.
나이 먹을수록 젊어지는 동안(童顔)을 오히려 원숙한 아름다움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이나,
늙도록 홀몸이다가 이제야 느지막이 진실한 사랑 하나 겨우 만났는데도 자손이 번영할 운명이라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그래도 애교(愛嬌)는 좀 있어 보이나 봐요.
눈짓 하나하나가 이른 봄의 푸릇푸릇 새잎 돋는 강가 언덕 수양버들처럼 자꾸만 는실는실 휘늘어지네요.
봄부터 늦가을까지 아무런 욕심 없이 푸른 바보로 살아온 일은 금메달감이라, 영광스럽긴 하네요.
모두 다 애칭(愛稱)이라 여길게요.
이 작은 몸뚱이, 비록 하찮은 풀일지라도 맑은 눈빛 하나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풀의 백성, 무엇보다도 석류라는 고운 이름으로 불러주며 손 내밀어준 사랑, 정말 고마워요.
※ 석류풀 : 석류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밭이나 길가 또는 빈터에 자생한다. 키는 높이 30cm까지 자라고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밑부분에서는 3~5장씩 돌려나는데 질이 얇지만 윗부분에서는 마주나는데 피침형 또는 거꿀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없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양끝이 좁다. 7~10월에 아주 연한 황록색의 꽃이 피는데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취산꽃차례에 달리며 포(苞)는 작고 막질(膜質)이다. 꽃자루는 꽃이 진 다음 처지며 꽃잎은 없고 꽃받침조각은 5개이며 긴 타원형으로 끝이 파진다. 3~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이루어져 있고 암술대는 3개로 갈라진다. 8~10월에 둥근 삭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3갈래로 갈라진다. 씨(종자)는 납작한 콩팥모양으로 진한 갈색이며 잔돌기가 있다. 한방에서 지마황(地麻黃)이라 하여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유사종으로 ‘큰석류풀’이 있는데,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서 가지는 차상(叉狀)으로 어긋나게 갈라지고 능선이 없으며, 잎은 피침형 또는 넓은 선형(線形)으로 4~7장씩 돌려나는데 꽃이 잎겨드랑이에 몇 개씩 모여 달리고 열매는 둥근 모양이 아니라 난상(卵狀) 타원형이므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