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도법과 이동도법을 질문하신 분이 계셔서 개인적으로만 알려드리려다가 혹시 까페에도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 간단하게 설명을 올려둡니다.
관심 있으신 분만 보세요~^^
일단 이건 대금연주만을 위해 오선보 읽는 방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초음악이론에 관한 내용입니다.
오선보를 전혀 보지 못하시는 분은, 이 내용이 소용이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대금으로 오선보에 적힌 음악을 연주하는 법은 다른 게시물이나 자료를 참조하세요^^) 혹은, 창작음악이나 관현악에 관심이 없으신 분도 이 글이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이 이론을 바탕으로 서양음악의 조성(key)과 조옮김(transposing)을 이해하고 익히면 대금으로가 됐던 노래가 됐던, 다른 악기가 됐던 연주하는데 도움은 되겠습니다만..
*** 조성 (Key) ***
서양음악은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8음계를 기본으로 구성되어지는 것을 아실껍니다.
8음계를 구성하는 음들은 C(도) D(레) E(미) F(파) G(솔) A(라) B(시) C(도)의 순서대로 나열됩니다.
그리고 건반위의 음정들을 보면 어떤 규칙이 보이는데,
C와 D는 한음간격, C와 E도 한음, E와 F는 반음간격, F-G 한음, G-A 한음, A-B 한음, B-C는 반음간격 이라는 규칙입니다.
이것을 그대로 오선보에 표기해보면 아래 악보와 같이 나타납니다.(음길이 무시)
음이름을 도레미가 아니라 다라마(CDE)로 붙였을때, "다" 음이 맨 밑에 오는(기본음이되는) 모양이기 때문에 이것을 다장조 라고 부릅니다.
피아노 건반에서는 E-F, B-C 사이가 반음인 것이 눈으로 보였지만 여기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규칙은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되는 규칙입니다.
맨 왼쪽 부터 노래를 불러봅니다. 피아노가 있다면 건반을 치면서 노래를 불러 봅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도 레 미 파 솔~)
음....
뭔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내 목소리에 비해 음이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지금 불렀던 레(D)음을 도 라고 생각하고 음을 조금만 높혀 부르면 좋겠습니다.
목청을 가다듬고 음을 약간 높혀 부릅니다. 도, 레, 미, 파, 솔~
아까보다 훨씬 부르기 수월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음이름은 도, 레, 미, 파, 솔~이라고 불렀지만 실제 음정은 아까 처음에 피아노 치면서 불렀던 음정과는 틀립니다.
어떻게 된걸까요?
악보에 적어보겠습니다.
아까의 "레" 음을 도 라고 생각하고 불렀으니 "레" 음이 맨 왼쪽에 첫번째 음으로 옵니다.
그리고 그보다 한음 위의 음인 "미"가 그 다음에 두번째 음으로 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세번째 음을 잘 보세요. 임시표인 샾(#, 반음을 올린다)이 "파" 옆에 붙어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잘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아까 다 장조의 악보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E를 나타내는 줄과 F를 나타내는 줄사이는 반음이라는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조금전에 실제로 부른 노래는 도, 레, 미, 파, 솔~ 하면서 두번째 음과 세번째 음을 한음 차이가 나게 불러버렸습니다.
여기서 붙인 임시표 샾(#)은 이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7번째 음에 붙은 임시표 샾(#)도 마찬가지 이유로 붙은 것입니다.
즉, 노래는 도, 레, 미, 파 , 솔~하고 불렀지만 실제 부른 음정은 레, 미, 파(#), 솔, 라, 시, 도(#), 레~ 였다라는 얘기 입니다.
그런데, 매번 "파"와 "도"음정이 나올때 마다 임시표를 붙이면 악보가 엄청 지저분해지고 악보 그릴때도 피곤하겠지요?
그래서 아예 악보의 맨 앞에 "파"와 "도"자리에 샾을 붙여두고 그 음이 나올때 마다 그 음들은 샾이 붙은것으로 간주 합니다.
(아래의 악보들중 2번)
이것이 조성입니다.
서양음악의 기본음계인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의 음간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음계의 높이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방금 보여드린 "레"를 기본으로 하는 음계는 악보에서 보셨듯이 샾이 2개가 붙어야 기본 8음계의 음간격이 유지 됩니다.
그러므로 악보의 맨 앞에 항상 샾 2개("파"와 "도" 자리에)를 붙여두기로하고(조표), 이렇게 샾 2개로된 조표를 달고있는 오선보상의 음악은 "레(D)"를 기본음으로 하므로 D장조 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라"장조)
E-F, B-C 사이가 반음이 되어야하는 규칙을 지켜가며 가능한 모든 음계를 만들어 보면 아래에 있는 1~12번의 악보와 같습니다.
샾이 하나면 솔(G)음이 근음이 되고 이것을 사장조(G major)라고 부릅니다.
두개면 레(D)음이 근음이고 이것을 라장조(D major)
세개면 라(A)음이 근음이므로 가장조(A major)
네개면 미(E)음이 근음이므로 마장조(E major)
이런식입니다.
그런데 6번 악보를 보면
파(F)음이 근음입니다. 그럼 바장조(F major)일까요?
아닙니다. 악보상에 조표에서 "파"자리에 샾이 붙어있죠? 그러므로 이 악보에서 근음은 "파"가 아니라 "파샾"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조성을 "올림 바장조(F# major)"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플랫(내림표)이 붙은 조성들도(7번악보부터)
플렛하나면 바장조, 두개면 내림 나장조, 세개면 내림 마장조와 같은 식입니다.
** 대금과 조성을 연관시켜 본 간단한 예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황종이 "Eb"인 대금은 플랫이 세개붙은 내림 마장조의 Key이고, 황종이 "E"인 대금은 샾이 네개 붙은 마장조의 Key다 라는 것이 있겠네요..^^ - 이 말은 Eb대금은 Eb조 악보로 그려진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금의경우 운지에따라 반음을 올리고 내려 불수 있는 음들이 있기 때문에(무역와 응종, 고선과 협종 따위) Eb조 뿐만아니라 Bb이나 Ab조도 연주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E키의 대금은 그보다 반음 높으니 E major와 B major, A major등을 연주할 수 있겠네요. 즉, Eb 대금은 플렛이 2개, 3개, 4개 붙은 악보들, E 대금은 샾이 3개, 4개, 5개 붙은 악보들을 연주할수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전통 대금이 아니라 개량대금이라면 모든 조성의 표현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아마도^^? 개량대금은 접해본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또 만약에 D키의 대금이 있다면 이것은 D major와 G major를 추가로 연주할 수 있겠습니다.
*** 고정도법과 이동도법 ***
앞에서 오선보 앞에 복잡하게 붙어 있는 조표들은 도대체 왜 붙어있는 건지, 다장조니 내림 마장조니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설명드렸습니다.
여기서는 오선보를 읽는 방법을 약간 다뤄보겠습니다. (사실 위의 조성을 이루는 원리만 이해하면 이건 설명할 것도 없이 간단합니다)
예를들어 위의 악보중 11번을 한번 볼까요? 앞에서 설명드린 내용에 따르면, 조성은 내림라장조네요.
악보의 왼쪽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보겠습니다. 레플렛, 미플렛, 파, 솔플렛, 라플렛, 시플렛, 도, 레플렛...
다장조를 기준으로 그대로 절대음들을 읽어내었습니다.
이렇게 그냥 적혀있는 악보가 무슨 조성이든, 피아노 건반읽듯이 절대음을 그대로 읽어내는 것을 "고정도법"이라고 합니다.
쩝, 그런데...
뭔가 엄청 복잡하네요. 어떤 음은 플렛이 붙고, 어떤건 안붙고..-_-;;;
불만이 쌓입니다..
어차피 음간격은 다장조의 기본 8음계랑 똑같은데 전체적인 음높이가 달라졌다고 이렇게 계이름을 복잡하게 읽어야 되는 것일까요??
그래서, 아까 처음에 "레"를 첫음으로 잡았지만 노래는 도, 레, 미, 파, 솔 이라고 불렀듯이, 이것도 그냥 왼쪽부터 도, 레, 미, 파, 솔~이라고 읽어 버립니다.
어차피 음높이만 변한 것일뿐 음계안의 음간격은 도, 레, 미, 파, 솔 이니까요.
이렇게 절대음높이는 무시하고, 기본음으로 부터의 간격에 따라 도, 레, 미, 파, 솔~ 로 읽는 방법을 "이동도법"이라고 합니다.
이동도법으로 위의 1~12번 악보를 왼쪽부터 읽으면 모두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입니다.
무지하게 간단해졌습니다.
이동도법으로 악보를 읽기 위해서는 각 조성의 근음이 무엇인지를 알고있어야 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샾이 하나 붙은 악보는 사장조이므로 솔이 근음이고 오선보상의 솔의 자리부터 순서대로 "도레미파솔라시도" 읽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동도법으로 악보를 자유자재로 읽으려면 각 조성에 따라 계이름 읽는 연습을 수차례 반복하여 각 조성마다 오선보 상에 어떤 자리가 어떤 음인지를 익혀야합니다.
뭔가를 외워야되니 일견 번거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동도법을 구사하게되면 다음과 같이 아주 큰 장점들이 생깁니다.
** 기본적인 다장조의 8음계에 대한 간단한 시창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악보가 되었든 수월하게 바로 보고 바로 노래할 수 있게 됩니다. 절대음감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겠습니다. (성악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동도법으로 악보를 보고, 첫음을 피아노로 찍어달라고 하십니다. 절대음감이 없어도 근음에 대한 기준만 있으면 다른 복잡한 조성의 노래들을 다장조의 스케일로 부를 수 있으니, 큰 장점입니다)
** 또, 아까 잠시 Eb키와 E키의 대금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Eb키의 대금은 (대부분의 창작국악의 오선기보가 그렇듯이) 내림마장조로 표기되어있는 악보를 보며 연주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E키의 대금은 어떨까요? 실제음높이와 반음차이가 납니다. 물론 독주를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하지만 관현악이나 양악기와의 협연에서 오케스트라 악보는 실제 음에 맞추어 샾이 네개 붙은 마장조로 기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럴때 이동도법을 알고 있다면 쉽게 계이름을 읽어서 연주할 수 있겠습니다.
** 해금의 경우에는 필수적이라고 할 만큼 유용한 방법입니다. 조표가 아무리 복잡하게 붙어있더라도 상대적인 음높이의 변화만 가지고도 모든 조성의 음악을 다 연주할 수 있습니다.
** 조옮김(transposing)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샾이든 플랫이 여러개 붙은 악보를 이동도법으로 읽은뒤 그대로 다른 조성으로 다시 이동도법을 이용해서 옮길 수 있습니다. 조옮김은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음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은 것을 적당한 높이로 옮길수도있고, 혹은 대금처럼 특정한 조들만 연주할 수 있는 악기의 경우에는 연주할 수 없는 조로 표기된 악보를 연주가 가능한 조로 옮길 수도있습니다. (물론 조성이 맞더라도 코드의 진행에 따라 연주 불가능한 반음이 나오면 안되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