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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하얀모란

작성자농암|작성시간26.06.08|조회수4 목록 댓글 0

하얀모란

오일장 한켠에서 데려온 인연,
한 포기 삼만원의 값보다 더 깊은 마음을 주고받으며
두 그루를 심었다.

그중 하나는 흙으로 돌아가고
남은 한 그루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방 대문앞 뜰에서
올해는 열여섯 송이 눈 같은 꽃으로 길손을 맞는다.

말없이 피어 있으되,
그 자태는 마치 오래된 약속처럼
“올해도 잘 지내셨습니까” 하고 묻는 듯하다.

번식을 해보겠다고
서툰 손으로 씨앗을 받아 심던 날,
흙 속에 묻은 것은 씨앗만이 아니라
조용한 기대와 작은 설렘이었다.

작년엔 둘,
올해는 다섯.
새싹 하나하나가
세상에 막 발 디딘 아이들 같아
혹여 바람에 다칠까, 햇살에 상할까
손길마저 아껴가며 키운다.

세 해 뒤,
그 아이들이 하얀 꽃으로 피어날 그날을
마음속에서 먼저 맞이해 본다.

대문 앞 연산홍과 철쭉은
계절마다 변함없이
주인을 웃게 하는 오래된 벗이다.

그중 한 그루 철쭉은
70년대 후반,
한 학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찾아왔던 화분이었다.
시들어 가던 것을 품에 안고
땅으로 옮기고, 또 옮기며 살려낸 세월—
이제는 한자리에서 십여 년,
오십 해를 함께 늙어가는 동무가 되었다.

꽃은 말이 없지만
그 시간을 다 알고 있을것이다.
그래서일까,
모란의 흰빛도
연산홍의 붉음도
철쭉의 고운 빛도
결국은 한 줄기로 이어진
인연의 색깔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은 스쳐가는 듯하지만
남는 것은 결국, 맺어진 마음 하나.
이 귀한 인연들 곁에서
나 또한 한 세상
꽃처럼 곱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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