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물회의 변신은 무죄
물회는 여름에만 먹는다??? 사시사철 맛난 물회
물회, 동해안을 끼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 으뜸은 누가 뭐래도 ‘포항물회’다.
포항물회는 실로 다양하다. 한치, 오징어, 가자미, 광어, 도다리, 우럭, 노래미, 쥐치, 고동, 개불, 멍게, 해삼, 전복에 이르기 까지 영일만 사람들은 바다에 몸담은 놈이라면 어김없이 물회로 만들어 먹는다.
물회가 일반 회와 다른 것은 첫째 회를 뜰 때 채치듯 썰어 큼직한 대접에 안친 뒤 그 위에 배와 고추장, 오이, 파 등을 얹어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수나 밥, 매운탕, 밑반찬을 차례로 내오고 끝으로 이슬을 가득 머금은 시원한 물 주전자를 올린다. 취향에 따라 회 그릇에 얼음 몇 덩이를 얹기도 g나다. 먹는 이의 취향에 따라 처음에는 그대로 비벼 먹다가 다음으로 물을 자박하게 부어 밥과 함께 말아먹기도 하고 냉국 들이키듯 후루룩 마시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시원한 맛에 반해 물회를 ‘생선냉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한민국 입맛을 사로잡는 물회, 요즘 그 물회의 변신이 심상찮다. 전통물회 방식을 고수하는 집도 있고, 전복만 고집하는 집도 있고 과메기로 대변되는 포항의 맛을 알리기 위해 꽁치만을 횟감으로 쓰는 집도 있다. 이것마저도 식상하다며 물회 육수를 개발해 식탁에 올리는 집도 있다. 바야흐로 물회는 진화를 거듭 중이다. 개성 강한 ‘물회 세상’을 소개한다.
새포항물회
22년 포항 시내에서 첫 손 꼽을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찾아와본 것이 인연이 돼 주인이 청화대까지 초청됐다. 물론 그 곳에서도 포항 물회의 황홀한 맛을 선보였고 먹는 이들은 바닥까지 긁어내는 정성으로 맛에 대한 대답을 했다.
주인 김태순(50)씨는 직접 담근 고추장이 맛의 비법이라고 했다. 1년에 5천근의 고추를 구입해 고추장을 담그는데 보통 1년 이상은 숙성돼야 식탁에 선보일 수 있다고 한다. 매운탕은 생선뼈로 육수를 내고 모든 양념은 최성의 식재료로 만든다.
대표메뉴는 전통식 물회, 도다리 광어 우럭 등으로 맛을 낸 물회는 1만1천원, 이 곳에서 담든 고추장에 초장을 약간 넣어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22년 물회만 말아온 김씨의 경험이 고추장과 초장을 만나게 했다.
요즘 이 집의 야심찬 메뉴는 웰빙 모듬 물회. 전복 개불 해삼 멍게 소라 성게 날치알 생선회 등을 한데 모은 것인데 그 맛이 절묘하다. 가격은 2만원 (문의 241-2087)
바닷속물회
포항물회는 영일만 앞바다에서 풍어를 이룬 어부들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을 사이도 없이 바쁠 때 큰 그릇에 막 잡아 펄떡이는 생선을 썰어넣고 고추장을 듬뿍 푼후 시원한 물을 부어 한 사발끼 나눠 후루룩 마신데서 유래한다.
이 유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물회의 변신을 시도한 집이 ‘바닷속 물회’다. 청송에서 고춧가루를 수매해 직접 고추장을 담근다. 6개월가량 숙성시킨 고추장으로 물회에 넣은 육수를 따로 만들어낸다. 육수는 다시 1주일간 숙성을 거쳐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 특이한 것이 물회가 완성돼 나온다는 것이다.
옛날 방식대로 큰 그릇에 특제 육수를 부어 물회를 여럿이 나눠먹는 방식이다. 칼칼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횟감은 주인 박용태(45)씨가 직접 위판장과 고기잡이 배를 찾아다니며 구한다. 물론 100% 자연산이다. 이 집 물회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국수를 넣어먹어도 되고 밥을 말아먹어도 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운탕. 물회 맛을 능가할 정도로 뒷맛이 좋다. 가격은 일반물회가 1만원, 도다리 물회가 1만5천원 .(문의 272-1266)
대한민국 입맛을 사로잡는 물회, 요즘 그 물회의 변신이 심상찮다!!
환여횟집
물회국수로 유명한 이 집은 독특한 육수 덕분에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쉽게 찾는 곳이다. 횟감과 물회, 국수, 밥 등이 따로 나온다. 커다란 대접에 불그스름한 색을 띠며 살얼음을 감싸안고 있는 것이 바로 육수다.
잘게 썰어져 그릇에 담겨 나오는 횟감은 배와 당근 등 채소와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주인 김은주(48)씨는 우선 비벼먹기를 권했다. 절반쯤 먹고 나면 육수를 3국자 넣은 뒤 물회국수를 만들어 먹고 다시 국물에 밥을 말아 매운탕과 먹는 것이 이 집 맛을 제대로 느끼는 정석 코스다. 육수는 과일즙을 갈아넣고 숙성시킨 탓에 향긋하면서도 새콤달콤하다. 또 슬며시 다가오는 단맛 또한 배 자체가 갖고있는 당분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부담감이 없다.
물회와 육수 등 이 모든 비법은 김씨가 많은 실전 경험에서 깨우친 것들이다. “속풀이나 상큼한 맛이 생각날 때 딱”이라는 칭찬에 김씨는 “육수에 들어간 것들이 다 그런 기능을 가졌다.”며 다시 한번 육수 자랑을 잊지 않았다. 가격은 물회국수 1만원,물회 1만1천원. (문의 251-8847)
다도해전복
전복의 맛은 희한하다. 비릿듯이 퍼지는 독특한 향미는 해조류의 그것과 비슷하다. 아미노산을 품고 풍기는 단맛은 중독성이 강하다. 구멍이 송송 나있는 껍데기의 안쪽에 자리잡은 전복은 육질이 단단하다. 전복의 맛을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오독오독’이라는 수식어도 여기서 나왔다.
주인 김광수(33)씨가 직접 채취한 전복으로 물회를 만들어내기에 살아있는 전복살을 얇게 썰어 안치고 배와 당근, 김, 마늘, 깨소금, 식초 등을 함께 채쳐 얹은 뒤 얼을 몇 알과 함께 참기름을 살짝 뿌려내놓는다. 그냥 비벼서 먹어도 좋고 물을 넣어 마시는 것도 좋다. 담백한 맛이 이를데 없고 밥을 몇 숟갈 말면 더욱 별미다. 이 집 물회의 특징은 물을 넣지 않고 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 비결은 고추장을 만들 때 특별한 방법을 쓴다는 것인데, 김씨는 특별한 방법에 대해 ‘숙성’이라고 말했다. 2만원이라는 가격대에 맞게 밑반찬에도 신경썼다. 호박전, 고래고기, 꽁치구이 등 물회가 아니더라도 밥 한 그릇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즐비하다.(문의 242-3838)
실내식당
구룡포에서 꽁치물회 메뉴 하나로 10년 장사를 이어온 함춘선(51)씨는 육질이 연하고 맛이 대단히 좋다며 꽁치 예찬을 시작했다.
꽁치가 나지 않을 때는 진공 포장된 상품을 쓰지만 꽁치가 많이 잡히는 요즘(10~11월)에는 생물을 쓴다. 반찬도 단출하다. 꽁치 추어탕과 꽁치조림이 전부다 .
꽁치물회는 싱싱한 꽁치로 포를 뜨고 껍질을 벗긴 다음 배와 김, 마늘, 실파 등을 얹어 고추장 양념을 한 뒤 적당량의 물을 부어 먹는다. 일단 한번 맛보면 “살살 녹는다”라는 찬사가 절로 터진다. 비릴 것 같지만 달큰하다. 씹히는 맛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가을 꽁치가 최상으로 친다더니 좋은 식재료에 주인 함씨의 말대로 혀에 감기는 맛이 예사롭지 않다. 중독성을 가진 맛답게 이 곳은 대부분 단골손님이 많다. 가격은 밥을 포함해 7천원.(문의 276-9856)
- 열린포항(2008) 가을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