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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속도 앞에서, 글을 쓴다는 것

작성자둥이룸아빠|작성시간26.06.11|조회수39 목록 댓글 2



요즘 같은 시대에 왜 굳이 글을 쓰고 읽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알림이 쌓여 있고, 스크롤을 내리면 세상이 이미 몇 바퀴쯤 돌아가 있다. 어제의 뉴스는 오늘의 쓰레기가 되고, 어제의 감동은 오늘의 망각이 된다. 우리는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잊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간다.

속도는 나쁜 것이 아니다. 빠름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된다. 문제는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속도에 지배당할 때다. 멈추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남기지 못할 때. 삶이 그저 흘러가는 것들의 연속이 될 때 글은 시간을 못 박는 행위가 된다.

일기를 써본 사람은 안다. 10년 전 자신이 쓴 한 줄을 다시 읽을 때의 그 묘한 감각을. 그날의 하늘 색깔, 누군가와 나눈 사소한 대화, 가슴 한켠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던 감정. 그것들은 글이 없었다면 완전히 사라졌을 것들이다. 하지만 글은 그것들을 붙잡아두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행위다.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 속에서 잠깐 멈춰 서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 선언이 쌓이면 그것이 곧 한 사람의 역사가 된다.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은 역사.

글을 쓰다 보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막연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갑자기 선명해진다. 반대로,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인 동시에, 생각 자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속도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다. 짧은 영상과 단편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뇌는 점점 긴 호흡의 사유를 불편해한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능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연결하고, 의심하고, 깨닫는 것. 글쓰기는 그 능력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운동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누군가가 멈춰 서서 고심하며 써 내려간 문장들을, 내가 다시 멈춰 서서 받아들일 때, 두 개의 시간이 만난다. 수백 년 전의 사람과도, 지구 반대편의 낯선 이와도, 글은 그 간극을 무너뜨린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반응을 겨냥한다. 클릭, 좋아요, 공유. 그러나 좋은 글은 반응이 아니라 울림을 겨냥한다. 읽고 난 뒤 한참 멍하니 있게 만드는 것. 다음 날 문득 생각나는 것. 그것이 글이 가진 힘이고, 속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글을 쓰자는 말이 속도를 거부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속도에 완전히 쓸려가지 않기 위한 작은 닻을 내리자는 것이다.

하루에 몇 줄이라도 좋다.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어떤 감정이 지나갔는지. 그 기록들이 쌓일 때, 우리는 단지 시간 속을 떠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살아낸 사람이 된다. 글쓰기는 속도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의 회복이다.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은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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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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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장유미 | 작성시간 26.06.11 작은 혁명! 설레는 말입니다.
    더 자주 끄적여보기라도 해야겠습니다.
  • 작성자정민(도형엄마) | 작성시간 26.06.17 오 울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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